백일홍을 위한 헌시

by 은파

늙은 담장위에 자리한

검붉은 입술에서

스며나오는 향기를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자욱한 안개 속에서

유유자적하고 있는

미끈매끈한 허리를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이제는 되었다


너의 고운 향기는

삼칠일의 폭우로도

막을 길이 없고,


너의 보드라운 자태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이미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제는 너의

화려했던 시간을

늙은 담장과 안개에게

잠시나마 양보해 주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