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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Oct 22. 2018

글씨로 마음을 웃게 하는 사람 1편

캘리그라퍼 김소영을 고하다

꿈이 뭐예요?    


어릴 땐 가장 쉬운 질문이었다. 어른이 되고선 가장 어려운 질문이 되었다. 좋아하는 걸 하는 것도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감동한다. 캘리그라퍼 김소영을 만났을 때 그랬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람들의 우는 마음을 웃게 하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일을 가치있게 하는 캘리그라퍼 김소영. (사진 제공 : 김소영) 

글씨로 마음을 빚는 사람, 김소영

그녀의 작업실을 찾았다. 그녀의 글씨에 감동한 사람은 나뿐만은 아닌 듯하다. 그녀의 글씨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4년 전 이 공간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열며 지역민들을 만나기 시작했다는 그녀. 


"원데이 클래스를 시작하며 첫 수강생이 생겼어요. 그분이 지금은 저와 같이 일하고 있고요. 제가 지금까지 글씨를 쓰는 데 아주 큰 힘이 되어주는 분이기도 해요. 저의 첫 수강생이자 유일한 수강생이었는데 항상 저에게 그러시더라고요."


'선생님은 잘 될 거예요. 글씨도 정말 멋있으세요.' 항상 그렇게 말씀해주셨어요. 그렇게 얘기를 해주니까 진짜 용기가 생겨서 잘 될 것 같고, 어딜 가나 당당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다. 그녀에게 첫 수강생은 그런 사람이었다. 잘 될 거라는 그 말 한마디는 그녀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앞으로 나아가는데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 고마운 수강생이 누구일지 예상이 되면서도 혹시나 싶어 물어보았다. 플로라 선생님이라고 했다. 역시나 필자의 예상이 맞았다. 축제장에서 늘 그녀의 곁에서 함께 하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분이 곁에 있어 참 든든할 것 같다.  


축제장에서 사람들에게 글씨로 마음을 전하는 김소영 작가. (사진 제공 :  김소영)  


축제에서 행복을 선물하는 사람들    

김소영 캘리그라퍼가 정말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있구나를 여실히 느끼는 장소 역시 축제장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지칠 법도 하고, 계속 글씨를 쓰면 손도 아플 만도 한데 전혀 지친 기색 없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글씨를 써준다. 그런 활동을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는 그녀. 축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남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궁금했다.   


“사람들이 길에 그만 좀 나가라 그래요. 이제 이렇게 나오지 않아도 되지 않냐고 하는데.  저는 이걸 하려고 다른 활동을 하는 거예요. 글씨를 써주는 것이 제가 있는 이유거든요. 제일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힘들기도 하고, 불편한 부분도 있고, 언짢을 때도 있지만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고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그 사람이 웃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요.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 사람에게 제가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진심이 담긴 글씨로 마음에 머무는 사람이 된 그녀. 그녀가 지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건 그녀가 먼저 전한 사랑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문득 그녀가 처음 참여한 축제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강릉에서 축제가 많이 열리더라고요. 첫 축제는 벚꽃축제였어요. 축제에 어떻게 나갈 수 있을지 방법을 몰라서 강릉문화재단에 전화를 했어요. 이미 참가 모집이 끝났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전화로 신청을 하는 것도 아니라고 하고요. 그런데 담당자분께서 문화재단 인포메이션 부스가 있는데 거기서라도 해보겠느냐고 하더라고요. 할 수 있다고 하고 종이랑 펜을 들고 갔죠. 그게 문화재단과의 첫 인연이에요. 그런데 그때 비가 엄청 내리고 바람도 심하게 부는 거예요. 종이 다 날아가고, 비에 작품이 다 젖고. 처음 나간 축제였는데 그렇게 되니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그날 펑펑 울었어요.”      


축제장에서 늘 밝은 모습인 그녀에게 이런 시련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쩌면 이 시련은 그녀에게 가장 작은 시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씩씩하고 당찬 그녀지만 그럴수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고, 쏟아낸 눈물이 많았을 것이다. 그것을 꿋꿋이 이겨내며 노력을 했을 그녀의 지난날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낮보다 빛나는 밤, 강릉문화재야행 축제. (사진 제공 : 김소영)  


축제 하나하나가 소중했을 그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축제는 무엇일까 물었다.     

 

강릉야행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일단 기본적으로 제가 쓰고 있는 글씨의 방향성이 강릉을 향하고 있고, 문화재를 향하고 있고, 전통을 향하고 있어요. 강릉, 문화재, 전통을 사랑해요. 그 방향성이 맞는 축제예요. 


"강릉야행이 전통놀이를 하고, 전통적인 장소에서 진행이 되는 게 저랑 잘 맞더라고요. 한복도 누가 입으라고 시킨 적이 없어요. 제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정말 재밌어요."


지난해보다 올해 강릉야행이 더 의미가 있다고 한다.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릉의 다른 캘리그라피 작가님들과 그녀의 수강생들이 모여 만든 동아리 ‘영글’과  함께 했다고 한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도 혼자서 하는 게 많이 힘들기도 해요. 같이 하면 훨씬 더 재밌더라고요." 


제 슬로건이 ‘함께하는 가치를 존중한다’고 써 놓기도 했는데. 같이 할 때 더 빛이 나고 가치롭다는 걸 느꼈어요.    


김소영 작가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고마운 사람들. (사진 제공 : 김소영)


필자에게 인상 깊은 사람들은 ‘영글’ 동아리 선생님들이었다.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을 반겨주면서 원하는 문장을 마음을 담아 써주는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그녀에게 처음 캘리그라피를 배워 이제는 동아리를 결성해 축제 활동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되었다고 한다.     


“다 영해서 영글인 줄 왔다가 놀라기도 하는데 실은 김소영의 ‘영’과 글씨의 ‘글’을 의미해요. 함께 하시는 분 중엔 상담 선생님도 있고, 암을 극복한 분도 있고, 봉사하는 마음이 있는 분도 계세요." 


이분들도 처음에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캘리그라피를 시작하셨는데, 이제는 누군가를 치유해주는 사람이 되신 거죠. 


"자신의 글씨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치유받기도 하고. 그렇게 순환적으로 좋은 마음을 전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이 뿌듯하고 좋아요. 저에게도 엄청 힘이 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하고 싶어요."    

  

그녀를 닮은 글씨, 그녀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지는 작품들. (사진 제공 : 김소영)

그녀의 주변에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그 사람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주는 그녀이기도 하다. 늘 밝고 당찬 그녀지만 혹시나 강릉에서 활동하며 힘든 점은 없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힘든 점은 저에 대한 오해들이 있어요. 저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저의 겉모습만 보고 얘기하는 점들. 그런데 충분히 이해는 해요. 한 번이라도 저를 겪어본 사람들은 저를 알기 때문에 그러한 오해가 없는데 저에 대해 알지 못하면서 오해를 하는 건 아쉽죠. 하지만 일일이 모든 이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는 거니까. 싫은 사람도 있는 거고. 그건 안고 가야 할 것 같아요.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으니까요.”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는 걸 아는 한 사람으로서 그녀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김소영 작가를 예쁘게 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고. 그걸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오래오래 사람들의 마음을 웃게 하고, 마음에 머무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2편에서는 그녀가 느끼는 강릉과 그녀가 사랑하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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