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위날다 Oct 24. 2024

뒷북

화가 나서 쓰는 글

길들였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상사의 논리에 크게 반응하며 지적하거나 반대해 본 적이 없다. 적어도 직장생활 10년 차가 접어들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보다 더 많은 연차에 자기주장이 매우 강한 사람이라 의견 충돌을 꺼려했던 건 있었다. 항상은 아니지만 가끔은 무논리로 자기주장을 관철할 때가 있다. 나는 상대방의 의견에 강하게 반응하거나 내 주장을 강하게 주장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사람이 논리가 타당성이 있는지 판단할 줄은 안다. 다만 나의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 상대방이 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하물며 나보다 연차가 훨씬 많은 상사가 나에게 피드백을 원하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그리고 지금 같아선 나의 피드백을 주고 싶지 가도 않다. 본인의 우물 안에 갇혀 스스로 자멸하기 원하는 마음도 든다. 그만큼 나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한 달 전으로 기억한다. 모든 것이 평범했던 오후. 나는 상사의 눈깔이 돌아가서 미친 듯이 소리쳤던 그 순간이 아직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상사가 화가 난 이유는 아직도 나는 모르겠다. 추측은 할 수 있지만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나의 생각은 상사가 정신 관련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데 오늘 까먹고 안 먹었던 것이 원인인 거 같다. 생각나는 대화를 재 구성해 보았다.

상사 : "내가 해보라고 한 건 해봐나?

나: "아니요 아직 안 했습니다."

상사: " 왜?"

나: " 먼저 설명해준 방법이 맞는지 정리가 안되었고, 위험해 보여서요."

상사:"....." (여기서 이미 눈깔이 돌아갔고, 언성이 올라갔다)

상사:"xxxx" (여기서부터 말도 안 되는 무논리를 시전 해서 기록할 가치도 없다.)

보통은 여기까지 상사가 무논리와 언성으로 자기주장을 관철하면 나는 보통 수긍하는 척했다.

그런데 내가 화가 난 포인트가 있었다.

상사:"다 멈춰. 그 따위 할 거도 없어" (나는 내 방식으로 원인규명을 확고 있는 중이었다)


자기 생각은 맞고, 내 생각은 틀렸다는 상사의 오만함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여기서 수긍하는 척 그만해야겠다. 그래서 그 순간 그 상사와의 언쟁을 지지 않고 맞받아 쳤다.

거품을 물로 눈깔이 뒤집고 고함을 치던 양반이, 다른 이들 앞에서는 조용해졌다. 그렇게 본인이 떳떳했음 행동이 동일해 야 되는 건 아닌가? 이런 늙은 여우 같은 이고..

나는 그 일이 있고 나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욕을 먹고 고함 한번 쳐보지 않았는데, 그 상사는 자신의 감정을 다 토해 냈는데 나는 그 역겨운 감정을 받기만 해서 화가 풀리지가 않는다.

내가 이 싸움에서 그래도 감사하는 일이 있다면, 나는 내 논리가 억지가 없었고(스스로 당당했고). 두 번째는 비록 싸움을 회피하는 현명함은 없었지만, 더 큰 실수를 하지 않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같이 소리치거나, 욕하거나)

내가 더 큰 사람이라서 상대방을 관대함으로 받아 주고 싶다. 그런데 나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직장 생활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 상사와 관계를 회복하는 척하고는 있지만 나의 속마음은 이렇다.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그 아둔하고 편협한 논리에 취해서, 평생 그렇게 살아가길 기대한다. 그리고 나중에 더 큰 스노볼로 후회하는 시간을 가지길 기도한다.

나는 오늘 스스로 소심하고, 소인배임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내 마음 내 감정이 그때  그 악몽 상황이 트라우마로 변하기 전에 나의 감정을 진심으로 토해 내야 되기 때문에 이 글을 쓴다.


추신 : 100프로 나의 입장에서 쓴 글이다. 그리고 좀먹어 가는 내 감정을 지키기 위해 토하고 깎아 낸다는 생각으로 글을 기록한다.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양해 부탁한다.

이전 04화 40대는 시간이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