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경제연구소 첫번째 이야기
나의 첫 주식투자는 2008년 그 유명한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장세 때였다. 회사 동료들 대부분이 점심시간마다 주식 이야기만 해서 경제나 주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Lg화학에 투자를 했는데 한두 달 만에 100%쯤 수익이 났고 화학주에 연속적으로 투자해서 짧은 기간에 큰 수익이 났다. 당시 아무것도 모르고 주식투자를 했는데 큰 수익이 나니 스스로 주식 능력자라고 큰 착각을 하게 되었다. 신이 나서 당시 대장주였던 조선업에 투자했는데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STX 조선은 몇 년 뒤 상장 폐지되어 투자금 전액을 날렸고, 현대중공업은 마이너스 60% 손실을 기록하고 12년간 물려있다가 작년에 간신히 마이너스 60%의 손실 상태에서 전액 매도 했다.
그렇게 조선업에서 처참한 투자 실패를 하고 10년을 주식 시장에서 떠나 있었다. 물론 버린 셈 친 현대중공업은 여전히 내 계좌에 남아있었지만 쳐다보기도 싫었다. 그러다 2019년 초 우연히 '삼 프로 tv'라는 팟캐스트 경제 방송을 듣게 되었고 다시 주식 투자를 시작하게 되었다. 2016년에 15년간의 회사 생활 끝에 퇴사를 하고 당시 나는 육아와 사회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파트타임, 여성인력센터 마케팅 강사 등 시행착오를 겪고 있던 중이었다. 다시 입문한 주식시장에서 나는 지난 2년 동안 온전히 가정을 돌보면서, 자투리 시간을 투자해서 매월 소정의 월급을 벌게 되었다.
간혹 직장이 월급만을 버는 곳이라 생각하는지 '경제적 자유'를 외치는 경우가 있다. 나는 도대체 경제적 자유가 무엇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돈을 많이 모아 39살에 은퇴해서 월세 받으며 100세까지 놀면서 사는 게 경제적 자유인가? 도대체 얼마가 있어야 경제적으로 자유로울까? 30억? 50억? 100억? 그건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직장이 월급 외에도 몸담고 있는 직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 힘들기도 하지만 나를 성장시켜 주는 인간관계,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실력에 기반한 조직 내 위계질서, 그 외 해외출장, 주재원 기회 등 다양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퇴사 후 가장 힘들었던 건 반토막난 가계 수입이 아니라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입니다'라는 명함이 없어진 것이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경제공부를 해서 가계자산을 늘리고, 알뜰살뜰 가정을 가꾸고, 아이를 정성을 다해 키워도 누군가 "뭐 하세요?" 하고 물으면 "000'에 다녀요" 또는 "000예요"라고 대답할 말이 마땅히 없다. "저는 배달음식 대신 손수 음식을 해서 가족과 건강하게 잘 먹고, 집은 항상 깨끗하고, 아이 교육도 잘 챙기면서, 투자해서 돈도 벌고 있어요" 이렇게 구구절절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평온한 가정, 행복하게 잘 자라는 아이, 깨끗하게 정돈된 집에서 감사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사회생활을 하며 치열하게 살던 번듯한 명함의 과거를 그리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없는 것임을 잘 알기에,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따름이다.
그런 모색 끝에, 적어도 주식투자를 다시 시작한 이후 지난 2년간 나는 경제와 산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게 되었고 가정을 온전히 책임지면서도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본격적인 주식투자는 이제 막 3년 차인 초보지만 주식은 퇴사 후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었고 육아로 인해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나에게 시간이 아닌 지식과 경험을 투자하여 월급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한 분야라 생각한다. 다음 편에는 3년 차 초보라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주식으로 월급을 버는 나만의 투자방법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