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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DAY Feb 27. 2024

의료 분야에서 AI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사람과 인공지능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생각해야 하는 것들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Product가 개발되면서 예전과 비교 할 수 없이 인공지능 자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폭발적으로 상승하였습니다. 단순히 사진을 리터칭해주는 것에서부터 Chat GPT, Midjourney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공지능이 활용되며 컨텐츠를 생성해내고 있고, 엄청나게 넓은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발자들은 GPT에 명령하는 프롬프트를 잘 짜는 것이 생산성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퍼지며 본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이며, 그 주변 직업군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본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앞으로 더 좋은 커리어, 업무 성과를 이루는 길로 생각하고 너도나도 GPT를 활용하고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의료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미지 학습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병리, CT, X-ray와 같이 이미지 판독에 도움을 주는 프로덕트와 데이터 학습으로 약을 제조하는 인공지능 제약 프로덕트 등 의사의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세상 어떤 분야든 그들만의 문제 장벽들이 존재하지만, 의료 분야는 특히나 다른 분야와 차별되는 특성이 몇가지 존재합니다. 그 특성은 인공지능 프로덕트에 긍정적인 영향을 되기도 하지만, 때론 절대 넘어설 수 없는 강력한 부정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긍정 요소는 시장 규모입니다. 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 가능하다면 그 파급력이 굉장히 큽니다. 생명과 밀접하게 영향이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가장 좋은 것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사용자의 니즈와 맞물려 '가장 좋은 제품 = 그것만 사용해야 함' 이란 인식으로 한 회사의 도구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한 번 도구를 도입하게 되면 월등히 좋은 대체품이 나오지 않는 이상 잘 바꾸려 들지 않지요.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선택을 선호합니다.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데, 모험을 할 수 없으니까요. 이런 특성 덕분에 한 번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성공하고 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떤 물건이 좋다면, 특히 내 생명과 연관이 있다면 얼마가 되는 누구나 사용하고 싶어할테니까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 요소 덕분에 의료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연구과 할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러 제품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좋은 소식도 많이 들리고 있습니다. 몇몇 제품은 국내 의료수가가 책정되어 실제 의료에 사용되고 있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보수적인 선택을 선호하는 의료 분야의 분위기 덕분에 인공지능이 도입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더 선호하고 그 업무 프로세스를 변경하기에는 인공지능이 주는 가치와 신뢰가 부족한 현실입니다. 인공지능 활용은 신기술입니다. 수십년간에 걸쳐 숙련되고 견고히 닦여온 기존 의학에 비해 너무도 짧은 시간에 만들어져 신뢰하기 아직은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진단해준 내용보다는 실제 의사가 진단한 내용을 더 신뢰하지요. 그래서 아무리 좋은 인공지능 모델이 나온다 해도 그 정확도가 99.99999999%라고 해도 인간의 선택을 더 신뢰하게 됩니다. 인간이란 이성으로만 판단하는 생물이 아니라서 믿음의 대상과 데이터가 함께 존재해야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해 실제 업무하는 의사의 진단과 정확히 일치해진다고 해도 실제 의료현장에서 의사를 대체하기는 힘들 것 입니다. 앞서 말했던 인공지능보다 의사를 더 믿는 문제 뿐만 아니라 진단을 내리는 의사의 책임 문제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도구입니다. 진단이 정확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인공지능 개발사에서는 그 책임을 지려하지 않겠죠. 그래서 인공지능을 도입하여 의료 서비스를 하려는 병원 측에서는 인공지능만 믿고 최종 판단을 내리기 보다는 인공지능은 어디까지나 도구로 사용하길 권장할 것입니다. 이러한 요소는 인공지능의 활동 범위를 축소시킵니다.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용도로만 선택되기 때문에 그 입맛에 맞는 프로덕트들만 선택되게 되겠고, 실제 개발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의 범위에 비해 아주 작은 영역만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의사들은 인공지능이 본인의 업무를 대체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이 글을 읽을 확률이 높은 디자이너를 예시로 들어보면, GPT와 이미지 생성 AI가 고도로 발달해 Digital Product 시나리오 부터 페르소나, User journey map 그리고 실제 UI/UX, 디자인 시스템 등등 까지 인공지능이 명령어 한줄로 전부 생성해 줄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디자이너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아니 UI/UX, Product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그 때에도 존속될 수 있을까요? 한 명의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것보다 한 줄의 명령어로 생성하는것이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하고 빠르고 효율적이라면 시장에서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일은 없어질 것입니다. 


의사의 영역도 비슷합니다. 만약 본인의 업무 영역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면, 내가 할일이 줄어들어 편하다는 생각을 넘어 내가 필요없게 되지 않을까라는 위협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특정 영역의 업무를 대체해주어 여유 시간이 확보되어 다른 업무에 더 신경 쓸 수 있게 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변화의 속도와 규모를 우리는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우려의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저는 업무 특성상 다양한 기관의 의사들을 접하게 됩니다. 주로 병리과 의사들로, 선생님들을 만나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 제품에 대한 소개와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 선생님께서 다른 Digital product 사용에 대하여 보여주시며 본인의 의견을 말해주기도 하십니다. 편하다, 놀랍다 등의 의견도 있었지만, '아직 온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라는 의견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인공지능은 철저히 보조 수단의 역할을 잘하기를 바라고 본인의 업무가 바쁘더라도 자신의 할 일을 도구에게 빼앗기기를 바라지 않으셨습니다. 그 전문성이 본인의 가치이기 때문이었죠. 


우리 팀에서는 인공지능 Digital product의 디자인 원칙으로 '보조적인'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사용하는 의사들의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절대 Product 임의로 진단을 내리지 않게 설계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고유 영역, 본인의 가치를 침해받을 수 있는 제품이 된다면 아무리 좋은 성능을 가지더라도 선택받기 쉽지 않으니까요. 


아무리 예쁘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이라도 사람을 해치는 순간 우리 사회에서 함께 할 수 없게 됩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에게 아주 멋진 친구가 생겼으니 사람을 해치지 않게 우리가 잘 가르쳐야 하겠지요. 필요하다면 목줄도 입마개도 꼭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게 사이좋게 잘 지낼 수 있는 규칙들을 하나씩 만들어가다보면 어느 순간 우리가 자연스럽게 공존 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의료분야에서의 인공지능도 디자인 분야의 인공지능도 우리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든 인공지능이 모두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 때까지 천천히 어우러질 수 있는 방향을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물론 저는 디자이너가 그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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