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annes Vermeer 답게: 고요한 소란

-답게 시리즈: Artist

by 글답게

어느 일요일. 조금 늦은 잠을 벗어나 눈을 뜨니 창문을 가린 커튼 사이로 옅은 빛이 들어와 방을 비춘다. 차분한 빛에 깨어나는 평온은 가장 좋아하는 순간 중 하나이다. 베르메르의 작품을 볼 때면 마치 이런 순간을 경험하는 기분이 든다. 미지의 고요함으로 마치 명상처럼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는 요하네스 베르메르. 최근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에서는 베르메르 기획전을 열렸다. 37점밖에 남지 않은 그의 작품 중에서 28점을 모은 최대 규모의 전시이다. 기회가 닿아 전시를 다녀올 수 있었고 그의 이야기를 함께 나눠볼까 한다.


Stroy of Johnnes Vermeer

1632년 베르메르가 네덜란드 소도시 델프트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님은 여관의 주인이자 예술품 딜러였고 그 아래에서 자연스럽게 사람과 예술을 접하며 성장했다.

그가 성인이 되어가던 1648년, 가톨릭 왕조였던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네덜란드는 민주국가로서 종교화를 금지한다. 부유한 중산층은 귀족과 교회를 대신해 예술가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집안을 장식할 정물화나 풍경화, 초상화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기존에 외면받던 가시적 세계의 순수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17세기 중반 네덜란드 예술은 황금기를 맞이한다. 베르메르 역시도 1652년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아트 딜러를 물려받고 St Luke라는 예술가 길드에 가입하면서 독립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는 길드 장으로 임명되기도 했을 만큼 영향력이 있었다.

그러나 1672년 'The year of disaster in the Dutch Republic'라고 불리는 암흑기가 도래한다. 영국, 프랑스 등과의 전쟁과 재난이 겹친 네덜란드에서는 경제붕괴가 나타났다. 암담한 경제상황은 미술시장을 빠르게 침체시켰고 베르메르는 작품을 거의 팔지 못했다. 11명의 아이가 있었던 베르메르에게 있어 생활고는 큰 문제였다. 더욱이 1674년 장창병으로 시민 경호원의 일원이 되면서 베르메르는 그림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1675년 베르메르는 모종의 병으로 사망한다.

그의 아내 카타리나와 11명의 아이는 그의 죽음과 함께 큰 빚을 지게 되었다. 그녀는 베르메르의 그림을 교환하는 대가로 청구서를 지불했다. 19세기 비평가 Thoré에 의해 그의 작품이 재조명되면서 전 세계의 사랑을 받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소수의 작품만이 남은 뒤였다.


Vermeer다움

1. 방과 빛

Girl Reading a Letter at an Open Window, ©http://www.essentialvermeer.com/

베르메르 작품의 주요한 특징을 뽑자면 바로 방과 빛이다. 많은 작품이 방의 한구석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방에는 창을 통해 한 줄기의 빛이 들어온다. 오로지 그 빛만이 방을 밝히며 그 빛을 통해서만 우리는 방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어쩐지 베르메르가 그려내는 빛은 감정을 품고 있는 듯하다. 아마 그 빛을 통해 작품 속 인물이 보고자 하는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들 역시도 빛을 통해 무언가에 시선을 두고 있으며 그렇게 빛은 작품 속 인물은 물론 그림을 감상하는 우리에게까지 세심하게 스며든다.


2. 여성 심리의 통찰

SK-A-1595.jpg The Love Letter, ©https://www.rijksmuseum.nl/

베르메르는 주로 여성을 그림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중에서도 집에서 머무는 여성을 바깥세상을 연결하는 작품을 그렸다. 여성과 함께 베르메르는 음악이나 편지, 지도를 함께 배치하곤 했다. 시대적으로 음악은 사랑의 표식이었고 편지는 이상적인 구혼의 방식이자 수단이었으며 지도는 외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상징이었다. 이러한 사물들은 고요한 방에 말과 소리, 움직임과 같은 역동성을 부여해 준다. 이와 더불어 여성들의 태도나 눈빛, 행동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밖'을 향하는 작품 '속'의 여성들을 작품 '밖'에서 우리가 바라보고 있다는 점은 묘한 기분을 주기도 한다.

Young woman with a Lute, © https://www.metmuseum.org/


3. 질감의 혼용

Woman holding a balance, ©https://www.nga.gov/

베르메르의 작품을 보면 유독 질감 표현이 두드러진다. 특히 그의 작품에는 둘 이상의 질감이 등장하는데 마치 직접 만지는 듯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털이라든지, 실크라든지, 혹은 도자기라든지 말이다. 무엇보다 장신구는 그를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일 것이다. 빛을 뛰어나게 활용한 베르메르답게 장신구들은 항상 빛을 머금고 있다. 그들은 결코 과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한편에서는 이것들이 부에 대한 집착을 묘사한다고 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베르메르의 대표작 '우유를 따르는 여인'은 그가 바라본 여성의 직업의식에 대한 경외로 해석하기도 한다. 베르메르의 작품 곳곳에 숨겨진 질감을 살펴보고 그의 뛰어난 관찰력을 감상하는 것은 하나의 큰 재미이다.

The Milkmaid, https://www.rijksmuseum.nl/

작품 속 숨은 이야기

View of Delft, © https://www.mauritshuis.nl/

이 작품을 보면 우유를 따르는 여인과 같은 여인이 등장한다. 그 이유는 베르메르가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상을 토대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작품은 그의 도시였던 델프트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는데 기존에 주요 건물을 중심으로 배치하는 것과 다르게 그려냄으로써 지형에 자유를 부여했다.


The art of painting, ©https://www.khm.at/

유일하게 남은 베르메르의 자화상(사실은 뒷모습밖에 없지만)으로 평가한다. 그가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갤러리에서 절대 팔지 않은 작품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그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며 그의 갤러리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았다고 볼 수 있다.


w1500-Vermeer-Lady-Letter.jpg Woman Writing a Letter with her Maid, ©https://www.nationalgallery.ie/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하녀와 여성은 각기 다른 행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몸의 위치는 두 여성의 단절을 보여준다. 각각의 행동은 결코 배제되지 않음으로써 역동성이 한 인물에게 집중되지 않는다. 하녀는 창밖의 무엇을 보고 있으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여성은 누구에게 어떤 편지를 쓰고 있을까.


베르메르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만큼 작품에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더 나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려고 노력했다. 카메라 옵스큐라와 같은 신기술을 연구하고 반영한 흔적이 그의 그림에 남아있으며 작은 점을 통해 반사되는 빛을 묘사해 낸 기술도 높이 평가된다. 그렇기에 비록 그가 남긴 작품 수는 적지만 그 속에 숨은 탄탄한 고찰들로 우리는 그가 꾸며낸 방에서 그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요한 소란으로.




P.S. 아래의 사이트를 이용하면 모든 베르메르의 작품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 수 있다.

http://www.essentialverme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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