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콘텐츠를 하나만 꼽자면 아마 유튜브 피지컬 갤러리 채널에서 진행하는 가짜사나이가 아닐까? 인기 콘텐츠들이 지상파에서 공중파로 넘어간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이제는 TV화면을 넘어 인터넷 방송이 전국을 들썩이게 만드는 콘텐츠를 매주 송출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매체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겠지만, 오늘은 왜 그 수많은 인터넷 방송 콘텐츠 중에 가짜사나이가 대박을 터트렸을까?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인기 콘텐츠에 기생해서 조회수를 빨아보자는 사심을 약간 담아 왜 가짜사나이가 인기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가짜사나이의 인기 비결을 생각하면 여러가지가 떠오른다. 그동안 인터넷 방송에선 볼 수 없었던 영상 퀄리티, 최근 논란은 있지만 이근 대위를 중심으로 한 교관들과 훈련병들의 캐릭터, 생소할 수 있는 특수부대 훈련에 대한 호기심, 극한의 상황과 욕설을 필터링 없이 내보내는 자극성 등. 아마 가짜사나이의 시청자라면 이런 점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 과거에 MBC에서 진행한 진짜사나이는 가짜사나이에 비해 영상 퀄리티도 부족하지 않았으며, 출연한 연예인들의 캐릭터와 인지도는 넘사벽이었다. 지상파 예능의 한계로 자극성과 리얼리티성이 부족했을 뿐이다. 생소한 특전사를 주제로 한 진짜 사나이 3기인 '진짜 사나이 300'은 그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실제 특수부대들의 훈련을 담은 리얼한 다큐멘터리들도 유튜브나 넷플릭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콘텐츠는 캐릭터성이 부족해서 화제가 되지 않은 것일까? 유튜브를 잠깐 살펴보면 가짜사나이보다 더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많아 보인다. 심지어 피가 튀기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잔인한 영화들도 쉽게 볼 수 있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가짜사나이는 위에 적은 요소들을 잘 버무려서 담아냈기 때문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것일까? 맞는 말같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위에 나열한 가짜사나이의 인기 비결들은 인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닌, 여러 요소에 불과하단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가짜사나이가 이렇게 화제가 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가짜사나이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사나이의 재발견이라고 생각한다. 어느샌가 우리나라에는 강한 남성들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사라졌다. 최근 성평등 관련 이슈들은 이런 흐름에 박차를 가했다. 상남자, 사나이, 마초, 남성성 등의 단어는 현재에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변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변화를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극한의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참으며, 동료와 함께 고통을 헤쳐나가는 원초적인 남자를 대신해 부드럽고 자상한 남자의 이미지가 현재의 대세다. '의리!'를 외치는 김보성은 개그 캐릭터가 되었으며 마동석, 강호동 같이 진짜 강해 보이는 남성들은 손가락 하트를 하고 토끼 머리띠를 머리에 쓴 채 방송에 나온다. 이들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 미디어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당연히 이미지 변화나 반전이 필요했을 것이다. 여성이 주 시청자인 드라마를 선두로 뒤이어 예능, 최근에는 영화까지 이런 흐름에 발을 맞추고 있다. 원초적인 사나이, 마초남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콘텐츠들이 멸종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현재 유튜브에서 방영된 가짜사나이는 강한 남자, 사나이들의 이미지를 소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되었다. 가짜보다 더 진짜 같은 사나이들이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고, 책임감을 짊어지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시즌1은 예능적 요소가 강했다면, 이번에 방영된 시즌2는 예능적 요소들을 많이 잘라내고 원초적인 사나이들의 모습을 무겁게 담아냈다. 시즌2 1화 마지막 장면에서 물 공포증까지 있던 이과장은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의 아들의 이름을 외쳤다. 이어진 2화에서는 저체온증으로 다리가 마비된 상황에서 기어서라도 동료들에게 가려던 윽박의 모습이 보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장면들을 보며 나처럼 울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내가 이런 고전적인 장면에 울컥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아마도 가짜사나이가 이토록 큰 인기를 얻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고전적이고 원초적인 남자들, 즉 사나이들을 그리워해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