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60
CA796. 김수용, 〈침향〉(2000)
구효서의 동명 소설이 원작. 미스 캐스팅과 시대착오적인 정서에 대한 집착이 낳은 실패의 한 예. 하지만 이걸 기어이 실패라고 규정하는 게 맞을까. 시대착오적인 정서라는 것도 엄연히 인간의 한 조건이 아닌가. 언제나 그 시대의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주력 세대는 따로 있지 않은가. 그 세대를 제외한 나머지 거지반의 사람들은 시대착오적인 정서 속에 살아가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을. 그렇지 않다면 세대 간의 갈등이란 숫제 없을 터이므로.
CA797. 조나단 린, 〈나인 야드〉(2000)
킬러가 인간적이고자 할 때 모든 건 코미디가 되고 만다. 곧 그것은 불가능한 주문―미션 임파서블―이다. 그러니 이 영화는 핵심을 정확히 짚은 것이다.
CA798. 진목승, 〈전 엑스 캅〉(1999)
기성세대가 신세대 특유의 분위기로 파악하고 있는 것은 이미 신세대스럽지 않을 위험성이 짙다. ‘기성세대’와 ‘신세대’는 그래서 ‘기성’과 ‘신’이라는 서로 다른 명칭으로 일컬어지는 것이다. 이걸 받아들여야 한다.
CA799. 유영식, 〈아나키스트〉(2000)
해외 로케이션이 노정(露呈)하는 다양한 난맥상의 교훈. 아나키스트와 독립운동가의 차이. 또는 그 차이에 대한 천착의 미비. 그 미비를 충분히 은폐하지 못한 실수 또는 무신경 또는 무능력. 그렇다면 영화는 마음이 아니라 기술인가.
CA800. 팀 파이웰, 〈노마진 앤 마릴린〉(1996)
누가 마릴린을 모함했는가. 그녀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의 목록을 뽑아보면 현대사의 치부가 송두리째 드러난다. 따라서 그녀는 배우라기보다는 차라리 한 시대의 상징이자 필터, 또는 리트머스 시험지이자 바로미터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더욱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