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66
CA826. 히가시 요이치, 〈그림 속 나의 마을〉(1996)
우리는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인생에 대하여 어지간한 통찰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어린 시절의 힘이다. 아니, 어린 시절의 기억이 지닌 고유의 힘이다. 상상이 어렵다면 회상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상상은 몰라도 회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인간의 지적 활동 가운데서 가장 쉬운 것이 회상이지 않은가.
CA827. 김시언, 〈하우등〉(1999)
그들의 여행은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친 것일까. 그들은 저마다 여행 뒤로 조금씩 달라진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서로 얽히지 않고 스쳐 지나갔을 따름이다. 그러니 삶이란 그런 것, 이라고 해야 할까. 삶은 곧 무수한 ‘연(緣)’의 연쇄, 또는 그물망으로 짜이는(직조되는) 것이므로.
CA828. 캐이트 쉐어, 〈캐리 2〉(1999)
왕따의 결과는 상호 파멸이므로 절대 저질러서는 안 될 죄악이라는 것. 하지만 파멸시키고 싶은 상대에 대한 원인 불명의 적대감은 기꺼이 자신의 파멸조차 불사할 만큼 강렬한 욕망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간은 때로 자신의 성공보다 남의 실패에서 더 큰 쾌감을 느끼는 존재가 아니던가.
CA829. 캐빈 스미스, 〈도그마〉(1999)
하나님이 어머니(여자)가 아니고 아버지(남자)여야 하는 까닭은? 이 질문에 답할 뜻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대단히 큰 것이다.
CA830. 짐 자무시, 〈고스트 독〉(1999)
한갓 킬러가 사무라이가 되고자 할 때 그에게 남은 것은 죽음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킬러의 도(道)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사의 도와 킬러의 도는 엄연히 다르다. 요컨대 그는 지금 커다란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