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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Cinema Aphorism_168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68

by 김정수

CA836. 박헌수, 〈주노명 베이커리〉(2000)

어쩌면 불륜은 언제든 자극―개인마다 다 다른 형태일―만 받으면 터져 오를 인간의 본성의 한 표현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 어느 쪽에서의 불륜도 없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려면 부부는 서로에게 결혼 전부터 아주 무심해지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자극이란 언제나 처음 겪는 권태 속으로 침투해 들어오니까. 그렇다면 그 권태에 얼마나 철저하게 익숙해지느냐가 문제를 푸는 열쇠일 것이다.


CA837. 이정국, 〈산책〉(2000)

1970년대식 산책. 그러니 테크노 세대의 발걸음을 따라잡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영화감독의 영원한 비극은 ‘지금’ 만들어지는 영화를 ‘주로’ 보는 ‘주력’ 세대가 특정 연령층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CA838. 장문일, 〈행복한 장의사〉(2000)

장의사는 행복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람이 죽어야만 생계가 유지되는 탓이다. 그러니 행복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역설이다. 이 역설을 유머로 치장하려는 시도가 썩 성공이지가 않은 탓에 시체와 죽음이 난무하는데도 영화가 무섭지도 진지하지도 발랄하지도 않은 것일까.


CA839. 봉준호, 〈플란다스의 개〉(2000)

보일러 박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변 경비 역의 변희봉의 연기. 개 한 마리에 얽힌 일상성의 결을 조심스럽게, 또는 유머러스하게 발라내 보임으로써 그 일상성의 권태로움이 속절없이 슬쩍 드러나게 하는 서사의 방식. 이 시대 대한민국의 주된 주거 양식인 아파트에 대한, 또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또는 아파트 살이(주거)라는 삶의 한 양태에 대한 철학적 성찰.


CA840. 김기영, 〈진실 게임〉(2000)

인간이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독심술을 누구나 다 지니기 전에는 진실이란 영원히 알 수 없는 문제고, 따라서 그것을 둘러싼 인간 욕망의 지형도는 그대로 하나의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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