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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o 준우 Jan 09. 2024

어둠의 유니세프

개미굴 3화

직업의 특성상 외국 클라이언트들과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자연스럽게 시차로 인해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일하는 날이 많았다.


바쁜 날에는 저녁 10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때도 종종 있었다. 한번은 아무도 없는 건물에 지하층을 내려가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는 '문여는 TIP! ♡환영합니다♡' 라고 적힌 쪽지를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안에 아무도 없을 때도 모임에서만 공유하는 번호를 이용해 출입하는 모양이었다.


특별한 것이 없는 메모였지만, '문단속을 철저히 한다.'라는 메모의 마지막 항목이  꺼림칙하게 느껴지는 건 그들이 계속해서 나에게 무언가를 숨기며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문밖 복도에 수북이 쌓아둔 쓰레기들도 한껏 안 그래도 으스스한 지하층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 하기에 충분했다.


'으... 무서워 빨리 가자.'


겁이 많은 나는 아무도 없는 것을 알지만, 귀신이라도 본듯 지하층을 벗어나 건물을 빠르게 뛰쳐나갔다.


뜨문뜨문 오던 그들을 다시 만난 건 역시 주말이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 밖에서 이야기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들렸고, 창밖을 보니 그룹을 지어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단체로 이동하는 그들의 손에는 클립보드와 공책이 쥐어져 있었는데 마치 설문 조사 또는 물건 판매하러 가는 모양새였다.


‘설마 어둠의 유니세프 같은 건가…’ 라고 생각이 되었지만 지난 며칠간의 행적을 볼 때 자선단체와 관련된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저 멀리 멀어져가는 그 사람들을 사무실 창밖으로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왠지 이번이 아니면 그들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야 빨리 쫓아가 보자!” 


당시 함께 사무실을 쓰던 친구 케니와 나는 허겁지겁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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