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가난세 보고서 25

4부: 사회 시스템은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가 3

by 일선

사회 시스템의 세금 고지서를 거부하며


지금까지 대한민국 사회 시스템이 얼마나 정교하고 집요하게 가난한 이들의 삶에 '가난세'를 부과해왔는지 추적했다. 그것은 금융 시장에서 저신용자에게 부과되는 살인적인 이자율로, 주거 시장에서 아파트보다 비싼 고시원이라는 '면적당 임대료의 역전'으로, 유통 시장에서 현금과 공간 부족이 만들어낸 '소포장 프리미엄'으로 나타났다. 이 '돈의 가난세'는 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을 잠식하고 자산 형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사회 시스템은 공간 불평등을 이용해 저소득층을 도시 외곽으로 추방하고, 매일 2~3시간의 장시간 통근이라는 '시간의 가난세'를 징수했다. 이 시간 착취는 학습, 여가, 돌봄의 기회를 박탈하여 '시간 빈곤층'을 양산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파괴했다. 이 모든 빈곤은 건강 악화라는 '몸의 가난세'로 귀결되어, 가난한 이들의 몸에 가장 고통스러운 흔적을 남겼다.


이런 잔인한 현실을 고발하는 것에서 멈출 수 없다. 사회 시스템이 문제를 만들었다면, 사회 시스템을 바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감상적인 복지 확대나 시혜적 지원을 요구하지 않는다. 가난세 징수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타격해 제거하는 '시스템 개조'가 필요하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가난세를 철폐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 시스템이 작동하는 기본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현재 사회 시스템은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불평등을 정당화해왔다.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임대인의 수익 극대화, 유통업체의 재고 관리는 모두 개별 경제 주체의 합리적인 선택으로 포장된다.


하지만 이런 '미시적 합리성'이 모였을 때, 사회 전체적으로는 가장 비효율적이고 불공정한 결과가 발생한다. 비용을 외부화하여 가장 약한 고리에 전가하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이 부담하는 높은 이자, 비싼 월세, 장시간 통근은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할 리스크와 비효율을 그들에게 떠넘긴 결과다.


가난에 세금을 부과하는 사회는 결코 공정하지도, 지속할 수 있지도 않다. 가난한 이들에게 과도한 비용과 시간을 부과하는 사회 시스템은 사회 전체의 활력을 저해하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며, 미래 성장의 기반을 파괴한다.


<대한민국 가난세 보고서> 읽는 동안 당신은 불편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누리는 효율성과 편리함이 어쩌면 누군가가 대신 납부하고 있는 가난세 덕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혹은 당신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이 부과한 부당한 세금 때문이라는 사실에 분노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그 불편함과 분노를 변화의 동력으로 삼아야 할 때다. 우리는 사회 시스템이 보낸 이 은밀하고 폭력적인 세금 고지서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그리고 질문해야 한다. "사회 시스템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가?"


이 보고서는 사회 시스템에 의해 착취당해 온 수많은 ‘가난세 납부자’들을 위한 변론서다. 한국 사회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고발장이다. 가난이 더 이상 형벌이 되지 않는 사회,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시간과 돈을 정당하게 사용하며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사회를 향한 여정은 지금 시작되어야 한다. 사회 시스템의 시계를 공정의 시간으로 되돌려 놓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끝)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님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다른 글로 찾아뵙길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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