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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Nov 16. 2022

감탄이 자동으로 튀어나오게

바람이 좀 강해서 그런지 둘째가 집에 가고 싶다고 한다. 모처럼 하원하고 안양천에 왔는데 그냥 가기도 그랬다. 씽씽카 타고 한 바퀴 돌면 괜찮을 거라고 했더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쭉쭉 치고 나가는 두 녀석들.



오전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오후 4시의 안양천은 한산하다. 이 시간 놀이터에서는 씽씽카 타기도 복잡하고, 길에서 이동할 때는 천천히 가라고 소리치느라 힘만 든다.



여기는 구불구불한 길도 있고, 넓은 농구장도 있고, 속도 내기 더할 나위 없다. 잔소리할 이유도 없다.



씽씽카 타고 몇 바퀴를 돌면서 모래 더미를 발견했는지 그 앞에서 둘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의자에 앉아서 지켜보다가 뭐 하는지 궁금해서 가봤다. 드래곤의 등도 만들고, 바다까지 이어지는 길도 이어 줄 거라고 한다.



추운데도 집중해서 만들고 있는 아이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나는 또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 먼저 나왔다.



'손 시리지 않냐, 모래를 왜 자꾸 옷에 터냐, 하얀 바지 입고 나왔는데 어쩌냐, 나뭇가지에 가시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라'라고 다다다다 쏟아냈다.



뭐 만드냐고 물어봐놓고, 잔소리로 답하는 나란 사람.



정신 차리고 다시 의자로 가다가 돌아서서 본 아이들과 노을이 예뻐서 감탄이 나왔다. 이렇게 평온하고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맨날 똑같은 잔소리를 나와서도 하다니.



이제 그만 후회하고 언제나 감탄이 자동으로 바로 튀어나올 수 있게 연습 좀 해야겠다. 감탄이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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