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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예원 Nov 16. 2019

얼마나 보통으로 살았나

보통에 관하여

하루하루 커가면서 '보통'이라는 말이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 깨달아가고 있다. 그 보통이란 것은 사전적 정의로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는 존재'를 지칭한다. 이미 사전적 정의만으로도 다른 사람과 달리 보이는 것을 제하고 있다.


보통처럼 산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의 걸음걸이에 맞추어 그 틈에 끼어있어야 함을 강요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시선의 접근은 나처럼 그 걸음걸이에 맞추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고역스러우며 치명적이다.


그래서 하루하루 나도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으나 이 일들이 수익적인 일이 되지 못하니,


"너는 요즘 뭐하니?"


라는 물음에 괜히 나도 모르게 주눅 들어 얼버무리게 되고 만다.


나는 보통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지금껏 무던히 노력해왔다. 반복되는 삶에 미칠 듯이 답답함을 느끼는 내가 꾸역꾸역 초, 중, 고, 대학교까지 졸업장을 따냈고 혹여 내가 하고 싶은 예술의 길들이 특이하게 보일까 두려워 학교에선 아이들에게 꽁꽁 감춰버리곤 했다.


나는 나일뿐인데 '보통'이라는 말에 끼어서 타인들을 기준 삼아 무던히 걸어가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새 보통 사람들은 보통이라는 틀을 깨부수고 자신의 자아가 시키는 일을 하여 성공을 거머쥔 이들을 동경하기도 한다. 그 동경의 대상이 '보통'이든 '평범'이든 그러한 단어들과 얼마나 치열히 싸워 그 자리에 갔는지는 관심 밖이면서.


나는 사람들이 내게 너는 왜 너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사냐고, 왜 남들 가는 길이랑 다른 길로 가냐고 윽박을 질러대어도 나를 자신의 틀에 맞춰 보통의 틀에 가두려는 것들을 접으련다. 그저 내 길을 걸어보련다.


보통보다는 차라리 돌연변이라 불리는 게 내게는 더 속 편하고 맞는 길 같으니까.





어릴 적에 엄마가 내게 해주신 말들 중 '평범하게 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거다'라는 말이 이제야 무슨 뜻인지 비로소 알겠다.


내게 보통과 평범은 어쩌면 계속해서 노력해야 그것을 거머쥘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노력하지 않으면 뒤쳐져서 다른 이들과의 궤도에서 이탈하게 되고, 그렇다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면 또 타인과 달리 보여 평범하지 않은 사람으로 인식되어 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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