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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예원 Nov 16. 2019

노란 입술색은 안쓰러움의 색

관대함과 한심함에 관하여


가끔, 아니 꽤나 자주. 내가 좀 더 끈질기고 끈기가 있었으면 했다. 더 독해져서 어떤 유혹 앞에도 흔들림 없이 내 계획대로 철저히 움직이는 사람이었으면 지금껏 그 수많은 것들을 놓치진 않았을 텐데 하고.


어느 날 손거울로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이미 내 입술은 하도 깨물려 짓눌려 있었고, 그 피가 통하지 않는 노란 입술 색이 꼭 안쓰러움의 색 같았다.


무엇을 얼마나 더 독해지고 싶어서. 그게 정말 나를 위한 길일까. 나를 망치면서까지 다그치고 닦달하는 게 정말로. 나는 여전히 나 자신에게 세상에서 제일 편협하고 자비가 없는데. 이런 내가 나 자신에게 관용과 관대를 조금 베풀어 쉬는 것이 왜 언제부턴가 한심과 직결이 되어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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