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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과 12 그리고 쿼터

미국 들여다보기 (23)

숫자를 적는 방법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10진법과 12진법이다. 문화 또는 시대에 따라 6진법, 8진법, 20진법, 60진법도 있거나 있었다.


10진법은 우리에게 몹시 익숙하다. 아라비아 숫자의 세계화와 관련되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길이의 단위인 1mm(=1/1000m), 1cm(=1/100m), 1m, 1km(=1000m)와 무게의 단위인 1mg(=1/10g), 1g, 1kg(=1000g), 1ton(=1000000g) 따위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의 손가락이 10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10이라는 숫자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할 수밖에 없다. 천간(天干)인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역시 열이어서 10간(干)이라고 한다.


12진법의 12는 천체의 운행과 관련이 있다. 옛사람들은 시간 또는 세월이 가는 것을 밤하늘의 달을 보고 알았을 것이다.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은 시간 또는 세월의 흐름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렇게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열두 번 했더니 지난해의 그즈음이 된다는 것을 옛사람들이라고 몰랐을 리가 없다. 그렇게 12라는 숫자는 옛날부터 친숙했을 것이다.


이 천체의 숫자 12는 일 년을 열둘로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루를 두 개의 12시간으로 나누는 데에도 사용되었다. 그리스 신화의 올림포스 신도 12이고, 기독교의 이스라엘 12지파, 12사도에서도 숫자 12가 나온다. 동양의 지지(地支) 즉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이것도 열둘이어서 12지(支)라고 한다.


손에서 엄지를 제외한 검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마디 수가 열둘이다. 우리는 엄지로 나머지 손가락의 마디를 짚으면서 자축인묘의 12지를 읊었다. 검지의 첫마디는 ‘자’, 둘째 마디는 ‘축’, 셋째 마디는 ‘인’이 되고, 중지로 넘어가서 중지 첫마디가 ‘묘’, 둘째 마디가 ‘진’이 되고 이를 계속해서 새끼손가락 셋째 마디까지 가면 12지를 모두 읊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쥐띠(자)해에 태어난 사람과 용띠(진)해에 태어난 사람의 나이 차이는 네 살(또는 열여섯, 스물여덟 등)이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숫자 60도 흥미롭다. 60은 1시간을 60분으로 나누고, 1분을 60초로 나누는 것에 적용된다. 갑자 을축 병인 정묘로 시작하는 60갑자(甲子)는 10간과 12지를 묶은 것인데 여기에도 숫자 60이 등장한다.


그 옛날 국민학생 때 연필 한 박스에 10자루가 아니라 12자루가 들어있어서 의아해했다. 미국 와서 알게 된 것이지만 미국은 연필만 12개 들이 더즌(dozen)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계란도 도넛도 더즌 단위로 판매한다. 낱개가 아니면 거의 대부분의 상품을 더즌 단위로 판매한다. 12개가 모이면 1 더즌(dozen, 12개)이고 12 더즌은 1 그로스(gross, 144개)가 된다.


미국은 길이를 말할 때 피트(feet, ft)라는 단위와 인치(inch, in)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숫자만으로 표기할 때에는 ft는 큰따옴표를 in에는 작은따옴표를 붙인다. 1ft(1’)는 12in(12”)이다. 여기에도 12라는 숫자가 사용된다. 1”보다 작은 단위는 라인(line, ln)인데 여기서도 숫자 12가 사용되어 12라인이 1”이다.


실생활에서는 라인이라는 단위를 사용하지 않고 분수를 사용하여 1”의 절반인 1/2”, 그 절반인 1/4”, 또 그 절반인 1/8”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1/16”, 1/32”, 1/64”를 사용한다. 길이를 재는 자에서 그런 것을 볼 수 있고 드릴의 바이트에서도 5/64”, 3/32”, 4/64”등의 단위를 볼 수 있다.


이제 숫자 10과 12를 잘게 나누어 보자. 1과 자신을 제외하면 10은 2, 5로 나눌 수 있고 12는 3, 4, 6으로 나눌 수 있다. 12에서 주목하게 되는 것이 넷으로 나누는 방법이다. 10을 넷으로 나누려면 소수점이 사용해야 하는데 12는 소수점을 사용하지 않고도 넷으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12를 단위로 사용하면 1/4을 뜻하는 쿼터(quarter)의 사용이 활발해진다.


1년 열두 달도 넷으로 나누어 1/4분기, 2/4분기, 3/4분기, 4/4분기로 할 수 있다. 미국 프로 농구도 한 게임을 넷으로 나누어 1 쿼터, 2 쿼터, 3 쿼터, 4 쿼터로 나눈다. 미국에서는 우유도 쿼터가 있다. 우유 1 쿼터는 1/4갤런을 뜻한다. 미국에서는 교회 예배나 회의 시작시간도 10시 45분 또는 11시 15분처럼 쿼터를 이용해서 정하기도 한다.


쿼터는 숫자 12와 친숙한 개념이지만 숫자 10도 그 단위가 100인 경우에는 쿼터를 이용할 수 있다. 25, 50, 75로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1/4달러 즉 쿼터 달러가 있다. 25센트 주화인데 뒤에 있는 ‘달러’(=100센트)라는 말은 생략하고 그냥 ‘쿼터’라고만 말한다. 25는 우리 화폐에서는 없는 숫자이다. 그리고 서양의 결혼 기념도 그렇다. 100년을 네 등분하여 25주년 은혼식(銀婚式, silver wedding anniversary), 50주년 금혼식(金婚式, golden wedding anniversary), 75주년 금강혼식(金剛婚式, diamond wedding anniversary)으로 기념한다.


숫자 10에 익숙한 우리는 매 10년마다 결혼을 조금 크게 기념한다. 그중에 가장 크게 여기는 것은 결혼 60주년인 회혼례(回婚禮)이다. 이것은 60갑자의 60이 결혼 기념에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은혼식, 금혼식, 금강혼식 같은 것은 숫자 12에서 나온 ‘쿼터’라는 서양문화의 산물이고 우리 전래의 문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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