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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햄찌 Sep 27. 2018

신촌서 좋은 원룸 찾기

믿었던 부동산 앱에 발등 찍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명물길 모습

신촌 생활은 좋은 집 찾기로 시작됐다. 사람마다 ‘좋은 집’ 조건이 다를 것이다. 2018년 6월 어느 날, 나에게 ‘좋은 집’의 첫 번째 조건은 단연 가성비였다. 


고시원에서 반지하로, 반지하에서 4평 남짓 원룸으로. 서울에서 세 번의 이사 경험은 꽤 많은 교훈을 줬다. 네 번째 이사에는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겠노라 다짐했다. 이사를 2개월 앞두고 방을 찾아다녔다. 찾는 집은 5~7평(16~23m2)대 원룸. 가격은 보증금 2000만원, 월 임대료 40만원이었다. 


우선 시장조사에 착수했다. 직방, 다방 등 부동산 앱을 활용하면 예상 비용을 추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걱정과 달리 원하는 조건의 집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그중 몇 곳을 추려, 주말에 방문하기로 했다. 


기대는 며칠 만에 실망이 됐다. 모바일 화면 속 아기자기한 집들은 신촌 어디에도 없었다. 


견본 사진 속 햇살이 잘 드는 뽀샤시한 집은 하수구 냄새를 풍기는 낡은 집이었고. ‘신축 원룸’이라는 곳은 하나의 공간에 가벽을 세워 나눠진 방들이었다. 가벽을 세워둔 방은 고시원마냥 방음이 취약하다. 여러 세대가 단일 전기·수도계량기를 공유해 사용하기 때문에 공과금 분배도 문제다. 한 세대가 펑펑 쓴 수도 요금도 나머지 세대가 분납해야 된다. 


부동산 앱을 보고 왔다는 내게, 한 부동산중개업자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설명했다. 


제가 장담하는데요. 보증금 2000만원, 월 임대료 40만원 원룸은 신촌에서 찾으실 수 없을 거예요. 직방이나 다방 같은 곳에 올라가 있는 것들이 있지만 솔직한 말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1~2주 안에 입주할 계획이 아니라면 더 찾기 어려울 거예요. 신촌은 방 찾는 사람이 많아서 1개월 이상 집을 비워두는 집주인은 없어요. 누가 한두 달간 방을 비워두고 세입자를 기다리겠어요.

대략 잡아 11~12곳의 공인중개사무소를 방문했다

권하지도 않을 집을 앱에 올려둔 중개업자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짧게 인사만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좋은 집 찾기는 그 뒤로도 계속됐다. 결국 월 임대료 예산을 5만원 올린 뒤에야 지금의 집을 만나게 됐다. 20년도 더 된 다가구용 단독주택이지만 조용하고 아늑한 느낌이 좋았다. 공인중개사와 처음 집을 방문했을 때 내벽부터 두드려봤다. 벽의 두께를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콘크리트 벽이었다. 두껍고 단단한 벽일수록 방음은 물론 단열 효과도 탁월하다. 


부동산 등기부 등본도 깨끗했다. 부동산 등기부 등본은 건물 내역, 소유권, 근저당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건물가격 대비 무리한 금액의 저당이 설정돼 있다면 임대계약을 고민해봐야 한다. 이는 임대인의 현금 유동능력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자칫 임대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수도꼭지를 열어 수압을 확인하고 집안 구석구석에 벌레 흔적이 없는지 살펴봤다. 계약서 송금 전 관리비에 포함된 세부내역과 계약내용은 문서화 해뒀다. 계약 뒤에는 모든 게 일사천리였다. 이삿짐센터에서 용달차를 예약하고, 이삿짐은 친구 도움을 받아 옮겼다. 


2018년 6월 어느 날, 서울에서 네 번째 보금자리가 꾸려졌다. 나의 신촌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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