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중년 창업 - 빈 공간에 대한 고민

by 정대표

출장을 다니다모면 상당 시간을 혼자 보낸다. 이동하는 시간은 늘 혼자고, 간혹 식사도 혼자 할 때가 있으니 느낌 상 자는 시간을 빼고도 30~40% 정도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그 시간 중 상당 부분은 일한다. 그렇게 일하는 시간까지 빼도 별 일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고 느낀다. 이럴 때 무엇을 하는 게 내가 하는 회사에 그리고 내 삶에 도움이 될는지 요즘 고민이다.



먼저 혼자만의 시간의 일부는 운동하는 데 쓴다.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창업자는 건강해야 한다. 내가 지금 갑자기 한두어 달 아파서 회사일을 전혀 하지 못한다면 초기 기업인 우리 회사는 위험하다. 결코 과장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일을 못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건강하지 않아 늘 피곤한 상태면 좋은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다음에는 내 마음을 돌보는 데 쓴다. 지금처럼 글도 쓰고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온라인으로 상담도 받고 있다. 또 나 자신에게 위안이나 조언을 해줄 사람들을 찾아 연락을 하고, 약속을 잡는다. 몸만 건강해야 하는 게 아니라 마음도 건강해야 하기에 요즘은 특히 내 기분 관리를 하려고 노력을 한다. 우리 회사에 오기로 99% 확정되어 있던 친구가 결국 오지 않게 되면서 기분이 무척 상했었다. 이럴 땐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을 찾아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풀린다.



그리고도 빈 시간이 생긴다. 생각보다 24시간은 길다고 느낀다. 특히 주말 24시간은 더 길다. 회사일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그렇다. 내가 직원일 때 주말은 짧았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 입장이 돼 보니 길다. 물론 주말에 다음 주 무엇을 할지 생각하고 결정하고, 미리 직원들에게 지시할 것들을 챙겨놓는 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주말이 되기 전에 직원들에게 미리미리 이야기를 해놓기 마련이니, 특히 이번 주말처럼 아이들과 와이프도 따로 약속이 있어 혼자 남겨지는 몇 시간이 생기면 빈 시간을 떠나 내 인생의 빈 공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 빈 시간을 뭔가로 채워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오히려 그 시간을 비워두는 게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1년간 쉴 새 없이 달려온 내게 지금 정말 필요한 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다. 앞으로는 어쩌면 시간을 일부러 비워두고, '나는 왜 이 길을 선택했지?', '진짜 내가 원하는 건 뭐지?'라는 질문들과 솔직하게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회사와 가족을 위한다는 명분 뒤에 숨겨진 내 진짜 모습을 찾아내는 시간이 필요할 때가 온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중년 창업 - 편함을 찾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