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보람이 있는 일
이제 일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가 되었다. 한 국가에서 몇 개 업체만 담당을 하다 마케팅 아시아 담당으로 일해보니 생각보다는 어려운 점이 보여 써보려 한다.
Complexity가 높다
내가 담당하는 지역은 중국을 뺀 아시아다. 담당하는 나라들을 살펴보면 서쪽 끝으로는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가 있고, 동쪽 끝에는 한국과 일본, 그 사이에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싱가포르, 남쪽에는 호주와 뉴질랜드가 있다. 한국이나 호주 같은 선진국도 있는 반면에 캄보디아나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 그리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라고 여겨지는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도 있다. 그러다 보니 각 시장 상황이 너무 다른 것은 당연하고 우리 회사의 3개 비즈니스 규모도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선진국인 호주는 인구가 적으나 우리 회사와 관계된 산업이 매우 크게 발달되어 있어 수출 중심으로 비즈니스가 돌아가지만, 베트남 같은 나라는 인구도 많고 한창 성장하고 있어 내수 중심으로 산업이 발달되어 있다. 따라서 호주에서 거두는 우리 회사 매출은 호주가 얼마나 수출을 잘하느냐에 달려있고, 베트남에서 거두는 우리 회사 매출은 베트남 내수가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나라마다 내 역할에 대해 기대하는 바도 다를뿐더러 어떤 나라에서는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너무나 다른 나라 20개를 상대로 마케팅을 하는 것은 매우 Challenging 한 일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
이건 각 나라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 내가 그 시장에 대해 아직 잘 몰라 생기는 어려움 하나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이 있다. 다행히 우리 회사 비즈니스 구조가 그리 복잡하지는 않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라마다 다른 문화, 특히 제각각인 영업 환경 때문에 전혀 생각하지 못한 특징도 나타난다. 특히 이런 문제는 각 나라 영업 담당하고 이야기하면 도드라지기 마련이다. 영업하다 보면 말로 표현하기 까다로운 미묘한 문제가 늘 있기 마련인데, 생각보다 이런 미묘한 문제로 비즈니스가 되기도 안 되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외국인으로서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두 번째로 영어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상대방 영어가 유창하지 못해 생기기도 하고, 너무 유창해서 생기기도 한다. 게다가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문제가 더 크다. 단순히 악센트 문제만은 아니다.
자리보전이 어렵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긴 하겠으나, 자칫하면 자리가 없어지기 쉽다. 내 자리만 해도 얼마 전까지는 없었던 자리다. 리더의 생각에 따라, 마켓이나 해당 조직의 니즈에 따라 생길 수도 없어질 수도 있다. 물론 매니저 레벨까지는 자리가 없어진다고 당장 회사를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고객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 자리보전이 용이한 영업과는 확실히 다르다. 때문에 내 역할을 빠른 시간 안에 정의해야 하고, 또 이 역할로 인해 조직이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내가 속한 조직의 수장과 각 마켓의 Stakeholder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영업은 매출로 내가 일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매출이 좋기만 하면 나를 조직 내에 각인시키기는 쉽다. 반면에 마케팅은 일의 결과를 매출과 같은 객관적 숫자로 증명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아 내 일의 결과를 조직 내에 각인시키는 작업이 별도로 필요하다.
장점도 일부 있다
어떤 업무를 하던 아시아 지역을 상대로 일을 해 본 경험은 플러스다. 게다가 업무의 Complexity가 올라가는 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어려운 점이기도 하지만 이 업무의 Value이기도 하다. 게다가 시니어로 올라갈수록 이러한 Complexity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중요해진다. 특히 새로운 롤 사람을 뽑을 때 나오는 채용 공고에 ‘Ambiguoty’ 혹은 ‘Complexity’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비즈니스 환경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1+1=2처럼 단순한 공식에 따라 비즈니스가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면서 배우는 게 더 많아졌다. 최근 수년간을 세일즈 현장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회사 전체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관련 산업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두었다. 내 업체를 경쟁사로부터 지키고 성장시키는 게 주요 업무이기 때문에, 회사나 관련 산업의 움직임 같은 거시적인 것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사 움직임과 산업 전반의 움직임,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우리 회사의 움직임을 살피는 게 주 업무가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폭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고 더 배워야 하는 니즈 역시 생기게 되었다.
사실 재택근무를 하는 상황이라 많이 답답하다. 일을 집에서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내외부 고객을 만나야 시너지가 생긴다. 워낙에 특수한 상황이라 그런지 어떤 사람은 내가 메일을 보내도 잘 답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디렉터들한테 막 전화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 구실을 만들어 방문하고 이야기를 하면 일이 더 진행되기 마련이다.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에 조금 다른 일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꽤 받고 있지만, 또 이런 상황도 견디는데 또 뭘 못하겠냐는 생각도 든다. 늘 내 자신에게 새기는 말이긴 한데, 하루하루 일희일비하지 않고 해쳐나가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