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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섭 Jul 04. 2023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더라

최영미. 행복론.

사랑이 올 때는 두 팔 벌려 안고

갈 때는 노래 하나 가슴속에 묻어놓을 것

추우면 몸을 최대한 웅크릴 것

남이 닦아논 길로만 다니되

수상한 곳엔 그림자도 비추지 말며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말 것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아예 하지도 말며

확실한 쓸모가 없는 건 배우지 말고

특히 시는 절대로 읽지도 쓰지도 말 것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리되

엎질러진 물도 잘 추스려 훔치고

네 자신을 용서하듯 다른 이를 기꺼이 용서할 것

내일은 또 다른 시시한 해가 떠오르리라 믿으며

잘 보낸 하루가 그저 그렇게 보낸 십년 세월을

보상할 수도 있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을 것

그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더라       





 나는 문학 시간에 시를 읽고 글을 쓰는 것이 귀찮고 싫었다. 하지만 이번에 내 인생의 시, 20년 후 나 자신에게 바치고 싶은 시를 고르고 여러 시를 읽어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그때 내가 처한 상황은 어떨지 생각해보면서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 것 같다. 20년 후 나 자신에게 바치고 싶은 시, 그 누가 읽어도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시 ‘행복론’ 이다.     


 “학교에 있는 한 과목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내가 고른 시는 바로 최영미 시인의 ‘행복론’ 이다. ‘행복론’ 이라는 제목이 마치 어떻게 하면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알려주는, 학교에 있는 한 과목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인생, 즉 삶은 행복하기 위해 산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는 이 제목만 보고도 이 시는 내게 정말 필요한 시다, 내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선정하게 되었다.

또한, 이 시는 인생을 처음 시작하게 될 나의 미래 자식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시가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남기는 마지막 편지 같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20년 후 힘든 생활을 하고 있을 나에게 이 시를 바쳐 미래의 내가 닥친 상황들을 잘 헤쳐 나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선택하였다.     


 “인생의 노하우를 알려주기 위한 시”

 이 시 속의 말하는 이는 인생을 오래 산 사람이라거나 많은 역경과 고난들을 겪음으로써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아왔으나 그것들을 잘 이겨낸 사람인 것 같다. 이 시는 말하는 이와 시인이 동일 인물로 느껴졌으며 그랬기 때문에 시인이 전달하려는 내용이 조금 더 마음에 와 닿게 느껴진 것 같다.

작가는 독자에게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 한마디로 인생의 노하우를 알려주려고 하는 것 같다. 20년 후 내가 이 시를 본다면 이 시를 통해  사랑을 할 때, 일을 할 때, 사회생활을 하고 인간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할지 올바른 방향을 잡아 행복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시는 절대로 읽지도 쓰지도 말 것’

이 시에서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시구이다. 작가는 시를 썼고, 나와 같은 독자들은 이 시를 읽고 있는데 시를 절대 읽지도, 쓰지도 말라는 게 무슨 말인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만 생각을 해보면 이 부분에는 시인이라는 직업에 대한 고충이 드러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시인의 길을 걸어온 최영미 작가는 시인으로서의 삶이 마냥 평탄하고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시는 난해하고 복잡하다.

또, 시는 하루아침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 느낌, 상황 등을 짧다면 짧게 길다면 길게 표현하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시는 난해하고 복잡하니 읽거나 써서 이해하려고, 표현하려고 애쓰지 말라는 이야기를 삶을 너무 힘들게, 복잡하게 살지 말고 단순하게, 너무 애쓰지 말고 살아가라고, 그것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더라.”

이 문장은 이 시의 마지막 문장이다.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다는 말이 정말 백번 천번 맞는 말인 것 같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건 너무나도 지루하고 반복되는 긴 시간으로 느껴지는데 막상 되돌아보면 내가 살아온 하루하루들이 모여 몇 주, 몇 달, 몇 년이 되는 건 순식간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내일은 또 다른 시시한 해가 떠오르리라 믿으며 잘 보낸 하루가 그저 그렇게 보낸 세월을 보상할 수도 있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을 것’ 이라는 부분에서 길다고, 지루하다고 느껴지는 하루들이, 별일 없이 순탄하게 지내온 하루들이 가장 감사한 일이 아닐까? 매일매일 특별한 일만 일어난다면 그건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지 않을까?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생기는 특수한 상황들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행복한 삶과 나의 삶”

 난 인생을 작가의 말과 반대로 살아왔던 것 같다. 사랑이 올 때 두 팔 벌려 안으라고 하였지만 나는 그것이 진심인지 의심을 하고 밀어내기 바빴다. 그래놓고 내가 밀어낸 사랑이 가버리면 슬퍼하고 원망하였고 남이 닦아 놓은 길로만 가라는 말과는 달리 괜한 일에 내가 먼저 나서서 다른 사람을 위해 길을 닦아온 것 같다.

또, 나 자신을 오래 들여다보지 말라고 하였는데 모든 일, 매 순간마다 나는 왜 이럴까 매번 나를 돌아보고 자책하는 것이 습관 아닌 습관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도 분위기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마구 했던 것 같고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정말 필요한 것을 공부하기 싫어서 재미있어 보였던 쓸모없는 것들을 배우려고 한 것 같다. 지나간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같은 상황이 아닌데도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내가 여기서 그때처럼 행동한다면 그때와 같은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현재 해야 할 일을 잘 하지 못하고 현재의 인간관계를 잘 만들어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나 자신은 자기합리화를 하고 스스로 용서는 잘만 하면서 막상 다른 사람이 잘 하지 못하면 용서하지 않고 오히려 그 사람을 탓하고 기꺼이 용서하지 않았다.

오늘 하루 특별한 일이 없었으면 오늘의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 내가 오늘 하루를 잘못 산건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버리고 과거를 후회하는, 시에서 말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작가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서 이 시를 적었다면 나는 반대로 행복하기 힘든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나는 이 시를 읽고 행복론 이라는 시에 한 가지 문장을 추가하고 싶다. 바로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인 말인 ‘소확행’ 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삶 곳곳에 작은 행복들이 숨어 있다. 나는 우리 주변에 있는 행복 중 하나가 바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슬픈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단 음식이나 매운 음식을 먹어 기분을 풀기도 하는 것처럼 감정과 음식은 큰 연관이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나는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다. 사람의 취향도 여러 가지로 나뉘듯이 음식도 여러 종류가 있다.

따라서 나는 내가 좋아하고 그나마 잘 만들 수 있는 디저트 중 마카롱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다. 내 꿈은 디저트 카페를 차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냥 디저트 카페를 차리고 싶은 것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내 디저트로 행복을 줄 수 있는 그런 디저트를 만들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마카롱을 이 시에 대한 내 창작물로써 내세우고 싶다. 이 마카롱은 여러 취향의 사람들에게 맞게 여러 가지 맛으로 준비할 것이다. 또한 그들이 마카롱을 먹고 행복함을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마카롱의 귀여운 모양을 보고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많은 정성을 들여 사람들에게 주문제작을 해주고 싶다.      


 “모두가 행복해지길”

 나는 이 시를 읽고 용기를 얻었다. 내가 처한 여러 가지 상황들을 해결해나가고, 그에 따른 기분을 잘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20년 후의 나는 지금보다 더 많은 일과 사람들, 힘든 감정들을 겪으며 살아가야 하는데 그때는 현재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시를 읽고 조금이나마 올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를 10년 후 사랑하는 사람, 20년 후 내 자신, 30년 후 내 자식, 50년 후 부모님 무덤가에, 마지막으로 70년 후 내 장례식을 찾아온 이들 중 1가지를 정하여야 했기 때문에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나 자신을 선택하였지만 이 시는 누구에게나 좋은 시라고 생각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자식이, 내 장례식에 찾아와 준 고마운 사람들이 힘든 일을 겪을 때 이 시를 읽고 좋은 해결책을 찾음으로써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삶, 이 시를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길, 마음의 짐을 내려놓길 바란다.      

 시를 선정하면서 행복론을 포함한 많은 시들을 읽어보았고 알게 되었다. 그 중에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나태주 시인의 ‘풀꽃’ 도 있었고 최영미 시인의 또 다른 시인 ‘사는 이유’ 라는 시도 있었다. 평소 시나 책을 잘 읽지 않았는데 문학시간에 시로 영상을 만들고, 내 인생의 시를 선정하여 글쓰기도 하니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너무 좋다. 시를 통해 깨달음도 얻고 감정을 공유하는 등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덕분에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시들을 소개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의미있는 수업을 해주신 문학 선생님께, 내가 선정할 수 있는 좋은 시를 써주신 최영미 작가님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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