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를 넘어 자존감으로 감상을 거쳐 창작으로
유투브 시대와 국어교육
-평가를 넘어 자존감으로, 감상을 거쳐 창작으로
인천영종고등학교
교사 김 병 섭
‘유투브 시대’다. 누구나 주인공이기를 바라고,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대, 그래서 모두가 주인공이 아닌 것에 상처 받고, 주인공이 될 수 없음에 괴로워하는 시대. 그래서 짐작한다.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세대는 그 어느 때보다 자존감에 예민하고 자존감에 쉽게 상처 받는 세대가 아닐까. 그래서 고민한다. 이런 세대에게 평가를 넘어 학생의 자존감을 확보하는 국어 수업은 어떻게 가능할까?
내가 기획하는 국어수업의 목적은 되도록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국어능력을 시도해 보고 실행해서 학생들의 실질적인 국어능력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학생들 10명 중 7명을 이 과정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면서 과정은 효율적이고 결과는 공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평가를 넘어 학생의 자존감을 확보하는 국어수업은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이를 이루기 위해 내가 고민하며 시도했던 수업의 방향과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보기
가.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수업
‘보기’ 수업이란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수업’이다. 그 어떤 시대가 오더라도 내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그래서 가장 중요한 수업이라 여긴다. 비판, 추론, 상상이란 결국 사실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해야 가능한 일. 그러므로 먼저 중요한 것은 사실을,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필평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필평가의 장점은 명확하다. 그것은 모두에게 공개된 기준에 의해 개인을 숫자로 명확하게 나누는 것이다.
나. 문제
문제가 있다. 특히나 고등학생의 경우, 지필평가라는 경쟁에서 실패한 경험이 누적된 학생들은 더 이상 지필평가에 참여하지 않으며, 그런 학생은 점점 늘어가는 듯하다는 것이다. 학생이 참여하지 않는 평가는 평가일 수 없으며, 학생이 참여하지 않는 평가에 교육적 의미가 있을 리는 없다. 더욱이 지필평가가 학생의 불참을 넘어 학생의 자존감을 파괴하는 행사로 기억된다면 이것은 대단히 문제이다. 학생의 정당한 자존감은 귀한 것이다. 귀한 것은 귀한 대접을 받아야 더 귀해진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자존감을 덜 다치게 하면서도, 적어도 10명 중 7명이 참여하는 지필평가를 만들 수 있을까?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다. 해결
1) 모둠대항 질문게임
학생들이 모둠별로 직접 바탕글에 대한 8개의 질문을 만들고 퀴즈대결을 통해 해답을 나누는 방법이다. 게임형식으로 진행하여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을 찾다 보니 학생들이 저도 모르게 글의 핵심으로 다가간다. 조는 학생이 크게 줄어든다. 대결을 정리한 후 서로 나눈 질문과 대답을 정리하다 보면 학생들의 눈빛이 깊어진다. 교사가 모둠 사이를 다니며 질문-대답을 살펴주면 더욱 좋다. 구체적인 진행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 모둠에서 바탕글에 대하여 개인별로 질문·해답 2개씩을 만들어 모둠별로 총 질문·해답 8개를 만든다.
② 모둠별로 협의하여 질문의 중요도에 따라 별점을 붙인다. (별 3개 × 3문제/ 별 2개 × 3문제/ 별 1개 × 2문제)
③ 각 모둠원 중 한 명이 상대방 모둠원 한 명과 자리를 바꾸어 앉아 질문게임을 진행한 후, 별의 개수를 합산하여 알려주고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④ 교사가 학생들이 제출한 문제지를 모두 모아 그 중에서 재미있거나 의미있는 질문들로 최종 퀴즈대회를 진행한다.
⑤ 최종 점수를 합산하여 일정 수준 이상을 수행한 모둠에게 상품을 제공한 후 강의를 진행한다.
질문게임에서 질문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닫힌 질문이다. 열린 질문은 제외한다. 바탕글의 사건과 인물, 상황과 맥락을 통해 우리가 논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 그것을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글에 대한 이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학생들이 저마다 낸 문제가 겹치는 일이 발생했다. 더구나 교사는 학생들이 문제를 만들기 전에, 잘 만든 학생들의 문제를 시험에 내겠다는 큰일 날 소리를 했다. 그리고 시험에 진짜로 학생들이 만든 문제들이 나와 버렸다. 심지어 어떤 학생의 질문 중 일부는 그의 학생부에 기록되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의 몰입도가 높아졌다. 오늘, 내가, 이곳에서 읽고 만든 질문이 곧바로 답을 찾고 중요도를 평가 받으며 수업의 중심이 되고 심지어 시험문제로 나올 수 있었다. 학생들이 책읽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문제출제의 기준이 ‘중요도’라는 것에 있다. 중요한 문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만든 문제가 서로 겹치고, 학생들이 만든 문제가 시험에 출제된다. 더러 교사가 중요도에 난이도를 더한 문제를 지필시험에 출제한다 해도, 그것이 수업 중에 학생들과 함께 확인한 중요한 것들의 조합이나 탐구, 분석, 통찰이라면 학생들도 충분히 수긍한다. 우리가 수업시간에 그렇게 합의했듯이, 그 문제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라. 두 번째 문제
문제가 있다. 모둠대항 질문게임을 진행하면 설명문이나 간단한 논리의 논설문 정도는 교사의 별다른 개입 없이도 학생들의 이해가 높은 수준에 닿는다. 그러나 이 장점 많은 수업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것은 ‘사실 확인 질문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교사가 그것을 학생들에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바탕글을 이해하는 데 사실을 먼저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 과정이 없다면 우리의 대화는 헛돌고, 이해는 오해로 추락하고, 상한 감정과 불쾌만이 남을 것이다. 우리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사실을 정확히 가려내는 것,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사실을 낱낱이 밝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대화는 50프로 성공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우리의 대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정말 나누어야 할 대화는 묻고, 따지고, 비판하고, 추론하며, 상상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나누려는 대화의 나머지 50이며, 혹은 그 이상이다. 이 50은 50을 넘어 새로운 100과 또 다른 100으로 자신을 확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교사가 학생들과 정말 나누고 싶은 대화는 이 부분이다. 학생들과 함께 묻고, 따지고, 비판하고, 추론하고 상상하는 수업을 국어수업 속에서 해 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 낼 수 있을까? 그것도 교사가 지치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질문으로 수업의 동력을 삼는 수업은 어떻게 가능할까? ‘읽기’ 수업을 제안한다
2. 읽기
가. 사실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수업
‘읽기’ 수업은 ‘사실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수업’이다. ‘보기’ 수업은 ‘읽기’ 수업을 만날 때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소설 만무방을 읽는 이유는 주인공들의 이름과 훔쳐간 물건들의 목록을 외우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기 수업이란 확인한 사실들의 관계를 비판하고 추론하고 상상하는 수업이다. 이것은 지필평가의 문제이며 수행평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1) 모둠 함께 질문게임
(모둠대항 질문게임을 통해 사실 확인을 반복한 후)
① 모둠별로 열린 질문(비판, 추론, 상상질문만 가능. 이제 사실 확인 질문은 안된다!!) 1개를 만들어 교사에게 전하도록 한다.
② 교사는 질문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칠판에 기록한다.
③ 질문이 정리되면 각 모둠에서 자신들이 해결하고 싶은 다른 모둠의 질문 1개를 가져가서 10분간 모둠별로 문제를 해결한다.
④ 이 시간에 교사는 질문의 배치를 다시 한다. 시간순서나 공간순서, 중요도 등 교사가 수업의 흐름에 맞게 배치한다.
⑤ 교사가 정한 질문의 순서에 따라 모둠발표를 진행한다.
⑥ 발표내용에 대한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답을 할 때는 먼저 자신들의 답의 근거가 되는 작품 페이지와 구체적 문구를 직접 인용하고, 자신들의 논리를 발표한다. 나는 이들의 내용을 고스란히 칠판에 적는다.
학생들의 발표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당연한 일이다. 이 때 교사의 대응이 중요하다. 교사가 학생의 오류를 직접 비판하고 수정해 주는 것보다는 교사가 학생의 오류에 대해 다시 질문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학생들이 의욕을 잃지 않고, 좀 더 치열하게 질문과 토론에 몰입한다. 발표의 방식은 정해져 있다. 두 사람이 일어난다. 한 사람은 문제를 읽고 한 사람은 답을 한다.
‘모둠함께 질문게임’을 진행하면서, 내가 칠판에 적어주는 글이 하나 있다. <기말고사 시험문제 출제 범위> 학생들이 제안하여 칠판에 적힌 모든 질문과 답이 다 출제되지는 않지만, 그 중 일부는 분명 객관식으로, 서술형으로, 논술형으로 출제될 것이다. 그러하니, 시험 전에 반드시 한 번 다시 묻고 다시 답할 것.
2) 질문해설서 만들기
학생들이 바탕글을 읽는다. 개인별로 바탕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8개 만든다. 조건이 있다. OX * 2개/ 단답형 * 2개/ 5지선다 * 2개/ 서술형 * 2개, 이렇게 4가지 유형을 각각 2문제씩 총 8문제를 만든다. 물론 정답(혹은 모범답안)도 학생이 만들어야 하며 해설서도 작성해야 한다. 이 작업은 사전에 고지되고 2시간에 걸쳐 작성하며 오직 수업시간에만 작성할 수 있다. 이 결과물은 수행평가에 반영한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전 한 번씩 진행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수행평가를 준비하는 일이 고스란히 지필평가를 준비하는 과정이 된다. 학생들의 논리적 엄밀함과 방향을 살펴볼 수 있다. 중요하지 않은 것을 중요하게 여기거나 중요한 것을 소홀히 여기는 학생들을 찾아낼 수 있다. 이 수업을 소개했을 때 학생들이 외워서 하면 어떻게 하냐는 여러 선생님들의 조심스런 걱정이 있으셨다. 하지만... 그게 어딘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심지어 그것을 외웠다는데... 더 바랄 것이 없다.
3. 쓰기
가. 관계에 참여하는 수업
‘쓰기’ 수업이란 ‘관계에 참여하는 수업’이다. ‘쓰기’ 수업은 ‘읽기’ 수업을 만날 때 실용적이다. 쓰기는 쓰고 싶은 말이 많을 때 쉽기 때문이다. 쓰고 싶은 말을 많이 만드는 과정으로 읽기는 매우 유용하다. 그래서 쓰기는 대개 수행평가의 문제이다.
1) 필수과정과 선택과정을 활용하기
가) 방법
읽고-쓰기 수행평가는 필수과정과 선택과정을 함께 활용한다. 교사가 수행평가에서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최소목표는 필수과정을 통해 강제하고, 교사가 수행평가에서 바라는 최대목표는 선택과정을 통해 유도한다. 예를 들면, 한 학기 한 권 읽기-서평쓰기 수행평가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은 서평쓰기 학습지를 작성하는데, 이 학습지는 8개의 질문으로 되어 있다. 학생들은 8개의 질문 중 6개 이상만 작성하면 되는데, 3개는 필수이고 3개는 선택이다. 질문 6개에 대한 답을 충실히 작성하면 그것만으로도 10점을 받을 수 있지만, 8개를 모두 성실히 작성하면 무조건 10점이다. 거기에 최종 서평은 A4 4페이지를 작성해야 하는데, 4페이지에 단 한 글자를 넘겨도 4페이지로 인정한다.
나) 문제
문제가 있다. 교사들이 양적 평가와 질적 평가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줄거리만 내내 쓰다가 마지막 느낀점 3줄로 마무리 하는 글이나 분량은 충분하지 않지만 자신의 생각과 감정과 경험이 내밀하게 담겨있는 글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들의 글씨크기가 저마다 다른데 이것은 또 어떻게? 이것은 충분히 문제이다. 교사가 평가에 기울이는 정성과 역량은 충분히 귀하다. 귀한 것은 귀한 대접을 받아야 더 귀해진다. 이것은 평가와 더불어 자존감의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학생들의 자존감을 돌보면서 교사의 자존감을 확보하는 것이기에 더 중요하다.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다) 해결
학생들의 수행평가 기준은 질을 확보하는 양으로 결정한다. 개인 서평쓰기의 경우, 학생들에게 제시하는 평가기준 2가지가 있다. 첫째. 줄거리는 30% 미만, 자신의 생각과 감정과 경험을 70% 이상 쓸 것. 자신만 쓸 수 있는 글을 써라. 70억 분의 1의 글을 써라. 줄거리는 인터넷에 1000개도 넘게 있다. 나는 너의 글을 보고 싶다. 둘째, 네가 쓰는 글은 너보다 2살 어린 동생에게 쓰는 것이다. 그 동생이 이해하고 감동하며 공감할 수 있는 명확하고 자세하며 풍부한 사례가 있는 친절한 글을 써라. 이 두 가지의 기준을 내내 강조하며 학생들의 글에 간섭한다. 학습지를 완성한 학생들을 컴퓨터실로 데려가 한글과컴퓨터 워드 양식을 주고 최종 서평을 작성하게 한다. 글씨체와 글씨 크기는 정해져 있다. 글쓰기는 학교에서만 가능하며 집에서 작성할 수 없다. 자신의 힘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성장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학생들이 글을 많이 쓰게 되고, 많이 쓰면 많이 쓸수록 자신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저마다 가장 내밀하고 가장 깊이 있으며 가장 오래 묵혀온 고민과 상처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교사가 평가를 할 때는 대부분 분량만으로 평가를 결정해도 큰 무리가 없다. 물론 몇 개의 보조장치를 두면 더 좋은데(접신, 접장, 대회 등), 이것만으로도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2) 모둠활동으로 개인활동을 유도하기
가. 방법
한 개 활동 속에서 모둠평가와 개인평가를 차례대로 진행하는 수행평가를 권장한다. 모둠활동을 통해 학생의 참여를 최대한 유도하고, 개인활동을 통해 개인의 참여를 최대한 존중한다. 시영상만들기 수업의 경우, 모둠별로 시 한 편을 선정한 후 시분석을 함께 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를 4부분으로 나누어 각자 하나씩 맡아 자신이 맡은 부분을 8장면으로 연출하는 스토리보드 학습지를 완성하여 개인평가를 받고(과정평가), 이후 모둠별로 완성한 시영상을 제출하여 모둠평가를 받는다(결과평가).
나. 문제
문제가 있다. 모둠활동을 진행할 때 활동에 비협조적이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 혹은 교사가 알지 못했으나 모둠원 중 1-2명만 참여하여 그들의 힘만으로 결과물을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협력하지 않은 학생이 최선을 다한 학생과 같은 점수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가 학생들의 관계에 직접 개입하기도 하는데, 나는 이것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대개 교사는 학생들 사이에 펼쳐진 관계의 우주를 알지 못하고 학생들의 감정은 눈앞의 사건이 아닌 여러 가지 이유로 발생할 수 있어 교사의 개입은 한계가 분명하다. 무엇보다 이런 시도가 위험한 이유는 학생들 사이의 감정이 교사에 대한 적대감으로 옮겨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최악의 상황이다. 학생들 사이에 갈등이 있어도 교사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학생들과 교사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면 교사는 수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둠수업을 시도했던 많은 교사가 이 지점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다. 이 상처는 장점이 많은 모둠수업을, 학생들 사이의 관계와 문화의 힘으로 학생들을 교과수업에 다시 참여시키고 교과의 매력을 다시 탐구하며 교과의 역량을 다시 시도하게 만드는 가능성이 풍부한 이 수업을, 교사가 포기하도록 했다. 이것은 충분히 문제이다. 교사가 교과에 대하여 되도록 많은 학생들의 동기와 계기를 북돋는 일은 충분히 귀하다. 귀한 것은 귀한 대접을 받아야 더 귀해진다. 이것은 평가와 더불어 교사로서 자신의 교과에 갖는 애정과 자존감의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학생들의 자존감을 돌보면서 교사의 자존감을 확보하는 것이기에 더 중요하다.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다. 해결
모둠평가와 개인평가를 함께 진행한다. 하나의 평가를 20점으로 설정하고 이 평가를 모둠평가 10점과 개인평가 10점으로 구성하는 식이다. 예를 들면 독서대화보고서 수업의 경우, 모둠별로 같은 책을 골라 4명의 학생이 함께 읽고 개인별로 서평 학습지를 작성하여 평가를 받고(개인평가), 개인별 서평 학습지를 바탕으로 추가 질문을 구성하여 모둠별로 대화를 나눈 후 모둠독서대화보고서를 제출하여 평가를 받고(모둠평가), 이후 모둠독서대화보고서 양식을 다시 받아 개인별로 작성하는데, 이번에는 어떠한 논의, 자료, 조언, 도움, 협의 없이 그 때까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바탕으로 개인보고서를 제출하게 하여 평가를 진행한다(개인평가). 모둠활동을 진행할 때까지 교사는 학생들에게 최대한 수용하는 태도로 부드럽게 모둠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하지만, 모둠평가 이후 개인평가를 진행할 때는 냉정하게 어떠한 도움과 질문의 요청도 거절한다. 모둠활동에 성실히 참여한 학생은 자연스럽게 개인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이런 진행의 좋은 점이 하나 더 있다. 모둠 보고서 제출로 이 수업을 끝냈다면 몰라볼 학생들이 있다. 대화보고서에 몇 번 등장하지 않는 말없는 학생들이다. 그러나 모둠보고서 제출 후 바로 이어서 개인보고서를 같은 양식으로 어떠한 도움없이 작성하게 했더니 모둠대화보고서에 잘 등장하지 않았던 학생이 개인보고서를 훌륭하게 작성하는 것을 보았다. 이 학생들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열심히 읽었고 열심히 들었다. 경청은 대화의 기초 아니던가. 대화의 기초를 이렇게 성실하게 한 학생을 알아볼 수 있다. 이들의 경청에 응원을 보낼 수 있다.
4. 만들기
1) 관계를 만드는 수업
‘만들기’ 수업이란 ‘관계를 만드는 수업’으로, 창작 수업을 말한다. 만들기 수업은 학생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는 수업이다. 이 수업은 대개 학생들이 자신을 둘러싼 관계를 관찰하고 발견하는 것으로 진행되지만, 때로 이 수업은 학생들이 세상과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수업으로 나아간다. 짧고 쉬우면서도 강렬한 수업은 생활시 만들기 수업이었고, 길고 어렵지만 성취감이 절정이었던 수업은 단편소설 만들기 수업이었다. 생활시 만들기로 시작하여 단편소설 만들기로 나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듯하다. 내가 만들기 수업을 진행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최소목표와 최대목표
가) 방법
만들기 수행평가는 최소목표와 최대목표를 함께 활용한다. 예를 들면 <신문기사를 활용한 단편 소설 만들기 수업>의 경우 학생들에게 제시하는 최소목표는 다음과 같다. 하나, 신문기사를 한 개 이상 가져올 것. 둘, 등장인물은 2명 이상일 것. 셋, 반전이 두 번 이상 있을 것. 넷, A4 4페이지 이상 작성할 것. 이 목표를 이루기만 하면 수행평가 점수를 모두 받는다. 작품의 수준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말고 최대한 즐겁게 만들기를 부탁한다. 2시간동안 학습지를 작성하고 4시간동안 컴퓨터실에서 단편소설을 만든다. 최소한의 운영원칙을 엄격히 지키되 최대한 여유 있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부여한다. 학생들 10명 중 7명의 성공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2) 문제
문제가 있다. 학생 10명 중 7명이 10점 만점을 받기에 최선을 다하여 최고의 수준에 도달한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과 정성에 어울리는 대우를 못받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것은 충분히 문제이다. 그들의 능력과 정성은 귀한 것이다. 귀한 것은 귀한 대접을 받아야 더 귀해진다. 이것은 평가와 더불어 자존감의 문제이다. 더구나 수행평가 1, 2점을 넘어 학생이 이를 수 있는 최대의 성장을 유도하는, 만들기 수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최대목표와 관련이 깊기에 이 문제는 중요하다.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3) 해결
학생들의 수행평가 결과물을 세상에 공유했다. 학생들이 만든 시를 사진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다. 학생들이 만든 소설영상을 유투브에 공유했다. 학생들이 만든 시영상을 축제 때 시영상 부스로 공유했다. 학생들이 만든 소설을 네이버 웹소설에 업로드했다. 학생들의 글을 모아 출판을 진행 했다. 학생의 능력과 정성으로 만든 결과물이 구체적인 박수와 조회수와 좋아요와 댓글과 인세로 돌아오게 했다. 자신의 능력과 정성이 세상에 나가 사람들을 직접 만나며 명확한 평가를 받고 반응을 받게 만드는 것. 달리는 댓글은 2개가 고작이고 좋아요는 10명이며 조회수는 47밖에 안되지만, 학생들은 자신의 저작물이 유투브에, 인스타에, 네이버 검색창에 뜬다는 것 자체에 커다란 동기와 계기, 자존감을 얻었다. 업로드는 저자 학생이 직접 하게 했고 나는 최대한 응원하고 제일 먼저 좋아요를 누르고 최대한 섬세하게 댓글을 달려고 애썼다. 이것이 어떤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동기와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즐거웠다.
출처: https://dasidasi.tistory.com/entry/김병섭-유투브-시대와-국어교육-평가를-넘어-자존감으로-감상을-거쳐-창작으로 [교사가 지치지 않는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