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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깐 KKan May 13. 2017

슬픔 없이, 행복해지는 바다

<모아나> (2016)

바다의 선택을 받은 소녀, 모아나. 평화로운 섬에서 족장의 딸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늘 암초 너머의 바다를 꿈꿔왔지만, 모아나에게 강요된 건 섬에 머물며 사람들을 이끄는 일이었다. 유일하게 소녀의 꿈을 지지해준 건 바다를 사랑하는 그녀의 할머니. 생명을 피어나게 하는 여신의 심장이 반신반인 마우이에게 도둑맞은 후, 바다의 섬들은 조금씩 생명을 잃어간다는 전설을 알려준 것도 할머니였다. 모아나가 사는 섬에서 점차 식량을 얻을 수 없게 되자, 모아나는 선택받은 아이라는 믿음을 심어준 할머니의 말을 따라 바다로 나간다.



화산섬의 전설과 소녀의 모험을 담은 애니메이션 <모아나>는 꿈과 믿음, 용기와 협동의 교과서다. 해야 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지향하고, 좋아하는 일이 해야 하는 일이 될 때야말로 행동하는 책임감을 보여준다. 모아나가 바다로 떠나는 건 오랜 그녀의 꿈에, 족장으로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자신의 무리는 본래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들이었음을 깨닫고 얻은 소명의식이 더해졌을 때였다. 배를 몰 줄도 몰랐던 소녀가 마우이를 찾아내고, 끝내 여신의 심장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던 것 역시 그녀를 돕는 신들의 손길만으로는 부족했다. 정작 중요한 순간마다 극복할 수 있던 건 소녀의 용기와 믿음이었다. 그리고 그 용기와 믿음의 배경엔 그녀의 든든한 친구, 마우이가 있었다.





마우이를 그리는 <모아나>의 방식도 인상적이다. 자신을 버린 인간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했던 마우이. 여신의 심장을 훔쳤던 그는 좋은 의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동 때문에 사람들의 미움을 받는다. 모아나가 바다에서 생사를 넘는 고비를 맞는 것도 마우이가 초래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모아나는 마우이를 질책하지 않는다. 단 한 번 내비치는 서운함조차 엇나가는 마우이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것. 고마우면서 미안하고, 안쓰러워하면서도 섭섭한 모아나와 마우이의 마음은 보통의 친밀한 관계와 꼭 닮았다. 모아나와 마우이가 하나의 목표를 지향하게 되고, 함께 이루어낸 후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다 큰 어른이 보기에도 뭉클하다.



여지없이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지만, 어른의 눈에도 사랑스럽고 즐겁다. 자주 비교되는 <겨울왕국>만큼 절대적으로 멋진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따사로운 햇살과 넘실거리는 바다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노래는 일품이다. 씩씩하고 건강한 소녀 모아나가 부르는 "How Far I'll Go"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만으로도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희망을 준다. 모아나의 성격을 그대로 화면에 담은 듯한 푸른 하늘과 바다, 섬의 시각적 아름다움도 이제껏 보았던 애니메이션들과 감히 비교되지 않는다. 역동적인 움직임과 다양한 방식의 표현은 훌륭한 그래픽 이상의 감동을 준다. 슬픔 없이, 행복해진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보고 싶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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