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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깐 KKan Oct 28. 2018

웰메이드 인성 테스트

[PS4]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출시 직후 구매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초반 플레이부터 중반까지 감탄을 연발하며 거침없이 플레이 해 놓고도, 이제야 엔딩을 봤다. 하던 게임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다음 게임을 플레이 하는 걸 원치 않다 보니, 미안하게도 <레드 데드 리뎀션 2>에 등 떠밀린 것. (빨리 하고 싶어!) 그럼 억지로 엔딩을 볼 정도의 타이틀이냐 하면 결코 그렇진 않다. 단적이고 사적인 예로, 아무리 만족하는 게임도 나보다 빠르게 엔딩을 보지 못하는 남편조차 이것 만큼은 단숨에 엔딩을 봤다. 멋진 그래픽과 스토리, 스트레스 없는 난이도와 몰입감 높은 플레이 방식을 이유로 다양한 취향의 지인들에게 추천해 왔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스토리의 주제는 아주 신선하지는 않다. 안드로이드를 주인공으로 삼는 대부분의 콘텐츠가 그렇듯,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역시 인간의 노예로 만들어진 안드로이드가 자유를 갈망하고 스스로 인간이 된다는 내용이다. 깨끗하고 밝은 조명, 미니멀한 인테리어, 근미래의 다채로운 디지털 시스템, 그리고 미모의 금발 안내원. HBO의 드라마 <웨스트월드>나 넷플릭스의 <블랙 미러> 시리즈를 열렬히 시청한 사람이라면 특히 친숙하게 느껴질 요소들이 많다. 시작 화면과 메뉴 선택 역시 안드로이드 안내원과의 대화로 진행되는데, 콘셉트에 딱 맞아 떨어지는 그녀와의 대화들도 엔딩에 다다를 때까지 흥미진진한 부분이다.





영화 한 편을 보는 것과 같은 카메라 워킹과 연출에, 유저의 선택지에 따라 달라지는 인물 관계와 이야기 흐름 및 최종 결말까지. 지인들에게 추천할 때엔 진행 정도가 깊지 못해 스토리에 대한 추천은 하지 못했었는데, 이제 와서 다시 추천한다면 스토리 짜임새도 권하과 싶다. 주인공인 세 명의 안드로이드는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메인 스토리를 각자의 시각에서 그들만의 이야기로 이어나간다. 주인공들이 하나의 시점에 도달하는 과정은 무척 입체적이면서도 자연스럽다. 안드로이드들의 선택을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해가면서 그들 고유의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경험은, 안드로이드의 운명에 깊게 동참하는 느낌을 준다. 타인의 선택을 대신한다는 느낌보다, 그들 자신이 되는 경험을 한다는 게 특별하고 의미 있는 점이다.





게임 플레이 방식은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간단한 조작 외엔, 모두 선택의 연속. 자칫 지쳐버릴 수도 있는 부분인데 짧고 굵직하게 나뉘어진 챕터 구분 덕에 쉬어가는 흐름을 조절하기에 좋다. 물론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멈출 시점을 잡지 못하고 '계속'을 누르게 된다는 문제 아닌 문제가 있지만, '조금만 더' 혹은 '여기까지만' 플레이 하는 것 모두 편리하다.



각 챕터가 마무리 될 때마다 등장하는 루트 확인 스텝도 핵심 재미. 내가 선택했던 흐름이 어떤 분기로 이루어진 건지, 또 나와 같은 선택을 한 플레이어가 전 세계적으로나 내 친구들과 비교해 몇 퍼센트나 있는지 알 수 있다. 한 사람이 먼저 플레이 하고 다른 사람이 뒤이어 플레이 한 내 경우에는, 주요한 흐름이 정해질 때마다 남편은 같은 상황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 대화하는 재미도 있었다. 음, 본격 인성 테스트가 아닐 수 없다. 내 흐름을 보며 남편은 잔인한 사람과 결혼했다며 후회했다. 그렇지만 나는 모든 주인공 안드로이드를 행복으로 이끌었는데?





실감나게 묘사된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공존하는 도시를 감상하는 묘미도 상당하다. 실존하는 도시의 머지 않은 미래로 느끼기에 손색이 없다. 안드로이드가 활보하는 도시 문명이 내 일처럼 느껴진다. 안드로이드가 자유 의지를 지니고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보지 않더라도, 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도 생각할 부분이 많다. 기계 문명의 발달에 대한 위협으로 제한해서만 본다면 아쉬울 만한 이야기. 게임 하나를 너무 과장해서 바라보는 것도 지나칠 수 있지만, 한 번쯤은 '인간성'을 고민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번외로, 미합중국 대통령 각하는 왜 힐러리를 닮았죠? (풉키풉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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