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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깐 KKan Feb 24. 2019

어른의 마음과 취향을
뒤흔드는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



게임 캐릭터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줬던 전작의 상상력에서 무얼 더 꺼낼 수 있을까 기대하며 본 <주먹왕 랄프 2>. 전작도 제목은 랄프지만 보는 사람의 시선은 통통 튀는 귀여운 꼬마 바넬로피에게 쏟아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바넬로피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바넬로피의 꿈을 응원하는 친구로서의 랄프를 그리고 있어, 이야기의 전개는 바넬로피의 꿈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바넬로피를 향한 랄프의 집착적인 애정은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관계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히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좋을 우정에 대한 이야기로 치부하기엔 꽤 진지한 이야기. 누군가에게 애착을 갖기 시작하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시간을 못 견디게 되고 나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을 서운하게 느끼게 되지만, 어디에서 있든, 누구와 있든, 소중한 사람이 원하는 일을 응원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랄프를 괴물로 만들면서까지 전달된 메시지는, 랄프의 마음을 느껴본 적 있는 모든 사람에게 꽤 아프게 느껴질 수 있다. 늘 곁에 두고 싶었던 누군가를 그리워했던 시간이 떠오를 테니까.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일 수도, 사랑하는 연인을 향한 마음일 수도, 랄프와 바넬로피처럼 단짝 친구를 향한 마음일 수도 있다.





아케이드 게임을 다루면서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했던 1편의 감동은 2편에서 더 짙어진다. 게임 캐릭터 스스로도 새로운 재미를 찾아 떠나는 모습에 레트로는 잊혀가는 과정을 벗어날 수 없다는 서글픈 현실을 깨닫게 하기 때문.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것들에 설레며 떠날 때, 오래된 것들을 지키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희망을 남겨주기는 하지만 울적해지는 건 별 수 없더라. 역시 랄프 시리즈는 아이들보다는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는 데 한 표.



기가 막힌 상상력도 곳곳에 건재하다. 게임 세계 하나만 만들면 됐던 1편에 비해,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실제 존재하는 세계로 보이게 하기 위해 수 많은 요소를 새롭게 만들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죄다 심쿵 포인트. 서비스의 특징을 사람의 성격으로 표현한 센스에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하트를 날리고 싶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배경에 지나지 않다보니 늘 비슷하게 생겼었지만, 인터넷을 이용하는 개개인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는지 평범한 보통 사람도 실제 있을 법한 느낌으로 독특하게 그렸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제작진들이 캐릭터의 특징을 잡아내고 개성 있게 표현하는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지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부분이 공주님들 씬. 2D로만 등장했던 디즈니 공주님들도 3D로 제작되면서 묘하게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데, 그 와중에도 제각각의 매력 포인트를 고스란히 살아 있다. 새로 만들어진 섕크의 매력도 공주님들과는 또 다르게 특별하다. 새롭고 귀여운 요소를 다 즐기고 난 후반부의 흐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디서도 볼 수 없던 멋진 상상과 표현력을 단 한 편에 몰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먹왕 랄프 2>는 최고의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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