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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지 Sep 13. 2023

프로젝트에서 업무 미팅 시 무례한 사람 대처하는 법

IT에세이


프로젝트에서 대표적인 업무 미팅 형태는

정기보고, 사안별 미팅, 설명회, 협의체, 워크숍 등이 있다.

정기보고와 협의체의 유형은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 중 '의사소통체계'에서 정의되어 실시되고, 일반적으로 매일같이 생기는 크고 작은 업무회의는 '회의 또는 미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설명회와 워크숍은 이벤트에 가까운 활동으로 프로젝트 진행 시 전체 공감대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보고서 잘 만드는 법, 발표 잘하는 법, 회의 진행 잘하는 법 등 현장의 경험을 적고 싶었는데, 이번 주제는 이런 여러 업무 미팅에서  '무례한 사람에 대한 대처법'에 대해 언급해 보려고 한다.


그런데 전제가 하나 있다. 내가 부족한 발표를 했을 때 이를 지적하는 사람의 말투나 태도가 다소 공격적이고 예의가 없다고 해서 '무례하다'라고 표현한 게 아니다. 비록 준비를 잘 해 갔지만 어느 누군가가 예리한 의견을 예의 없는 말투로 내어 놓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는 불쾌하게 들리는 말투나 태도보다 그 사람의 '말의 내용'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특징의 사람은 일부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습관일 가능성이 높다. 감정은 걷어내고 내용에 집중한 다음, 오히려 정중하게 언제까지 수정 보완해서 다시 공유하겠고 말하면 된다.

이때도 팁이 있다면,  미팅 후 이린 분들을 찾아가서 대화를 더 나누는 것이 좋다. 아까 미팅에서 하신 말씀을 다시 듣고 싶다고 하며 좀 더 디테일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어느 정도 보완된 자료를 가지고 가서 사전에 의견을 더 구해 볼 수도 있다.

경험이나 실력이 있지만 소통을 부드럽게 하지 못하는 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친분관계가 쌓이면 업무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데 일부러 알려주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선을 긋는 게 답)


문제가 되는 건, 내 준비가 철저하고 누가 봐도 토를 달 수 없는 상황인데 예상치 못하게 '무례한 발언'을 하는 사람이다. (트럼프식 발언이 예가 되겠다. 코로나 때 소독제를 사용하자는 말한 경우)

IT 컨설팅을 오래 하다 보니, 별의별 사람들을 다 겪거나 지켜보았다.

이런 경우 발표자는 제대로 응대를 하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정상적이지 못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없어서다. 이건 그 사람이 미숙해서가 아니다. 예상을 벗어난 특이상황에서는 누구나 말문이 막힌다. 이런 발언을 듣게 되면 발표자 뿐 아니라, 함께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동시에 당황스러움을 느끼며 아주 짧은 침묵이 흐른다.

이미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인 사고에서 벗어난 발언'이므로 공식 석상에서 맞다, 틀렸다 따지기도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무례한 말을 들어도 그냥 넘어가게 된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런 식으로 매번 넘어간다면 모두에게도 좋지만은 않다. 특히 그런 발언을 한 사람은 계속 이래도 되나 보다 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작게라도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조금이라도 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고, 건강한 회의 문화가 생긴다.


재작년으로 기억한다. K 프로젝트가 단위 테스트 단계에 진입했는데 테스트케이스를 점검해 보니 문제점이 많았다. 수행사에서 자신들이 제시한 계획서, 방법론에서 하기로 했던 내용을 모두 어겼다. 이에 대해 근거를 수집해서 자료를 만들고 해결 방안까지 준비해서 보완조치하도록 하는 진단 보고서를 공유했다.

당연히 누가 봐도 수정해야 할 사안이어서 고객사는 적극 수용을 했고, 내용이 많다 보니 수행사에게 설명회를 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설명회를 진행하고 절반가량 흘렀을까, 수행사의 PL 한 분이 대뜸 맥락 없는 질문 아닌 발언을 했다. 상당히 비논리적인 발언이라 질문 자체가 예의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비유를 하자면, 학생이 스스로 학업계획서를 작성해서 이를 꼭 지키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제대로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했다고 다 했다고 거짓을 말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세운 계획대로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생기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 했고 말한 것은 잊어버리고  '이걸 내가 왜 해야 하느냐' 식의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 것과 유사하다.

컨설팅 조직과 수행 조직 간의 알력은 어디에나 있지만, 이번 경우는 그 사람의 기질에 비롯된 것으로 보였다.

쉽게 말하면 '어쩌라고, 나는 하기 싫고 안 할 건데'라는 태도다.


수십 명이 모인 미팅, 설명회 장에서 이런 사람이 등장하면 참여자 모두 당황을 하는 가운데 그중 한 명 정도가 넘어자자는 식의 멘트를 보내서 주의를 돌리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러나 그동안 봐온 여러 유형 중 이런 경우는 해당 조직 내에서 무용담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기에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담담한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른 점검 포인트도 아닌, 당신들이 발표한 계획대로 했는지를 점검했고, 그 결과 오류가 발견되어서 보고서를 만들어 전달했다. 여기까지가 우리 팀의 역할이다.

당신들이 요청해서 설명회를 해 준 것인데, 지금 태도는 점검 내용에 대한 오탐도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조치하겠다는 방안도 아니다. 점검 내용에 대해 보완을 할지, 말지는 고객사와 수행사와의 약속이므로 그 자리에서 각자 논의할 사항이다.

그러나 좀 전 분위기라면 지금 내가 설명회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 보인다. 설명회를 계속 이어서 할지, 여기서 중단할지 결정해라."


그분 반응은 '움찔'이었다. 성격도 강성인데다 지금까지 억지 주장 같은 말을 수시로 한 사람이었고 다들 '저 사람은 원래 저래'하고 넘어가 주었던 것 같다. 그때 고객 한 분이 나서서 설명회 계속해 달라고 하셨고 질의응답까지 마무리를 잘 했다.  

그분은 일주일 후 술 한잔하자며 우리 팀을 따로 찾아왔고, 이후 다시는 (우리 팀에게는) 그런 일이 없었다.


 때로는 '그냥 넘어가는 것이 답'일 때도 있고, 대응을 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통하는 방법은 아닐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 어떤 돌발 멘트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준비를 할 수도 없다. 판단력도 필요하지만 순발력까지 있어야 그때그때 적당한 응대가 가능하며,  대부분은 그냥 넘어가는 걸 택한다.


그래서 민감한 주제의 미팅을 할 때  마음속으로 리허설을 많이 해 보는 것은 큰 훈련이 된다. 발표 내용을 리허설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미리 여러 가상의 상황들을 상상을 해 보는 것이다. 대게는 입장 차이로 인해 공격성 발언이 등장하니 상대방 입장에서 질문이나 주장을 최대한 끌어내어 생각해 보고,  다시 나의 입장에서 대응을 연습해 본다. 이때 정상적인 경우만이 아니라 예외 상황까지도 상상해 보면 '순발력'을 키울 수 있다.

또 하나 훈련법은, 나와 상관은 없지만 난감한 질의응답을 지켜볼 때 '나라면 어떻게 대응했을까'를 생각해 보는 방법이다.  

정리하자면, 미리 상상해 보는 방법과, ②이미 발생했던 일을 통해 연습을 해 보는 방법 모두 컨설턴트가 가져야 할 숙련된 커뮤니케이션에 큰 도움이 된다.


그래도 오래 컨설팅을 해 와서 그런지, 어지간하면 크게 범주를 벗어나는 경우는 없는데 최근 특이한 경험을 하나 했다.

얼마 전 설명회에서 수행사가 작성한 설계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언급했고 구체적 사례로 각종 문제 케이스를 캡처해서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PL이 자신들은 설계서를 모두 제대로 작성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대게 이런 경우 수행사의 반응은  '현행화를 하고 싶은데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보완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개발에 집중해야 하거든요"라고 말을 하고, 그 대답은 "개발에 필수적인 핵심 영역, 필수영역을 우선 현행화하고 전체 현행화는 프로젝트 기간을 고려서 특정 기간에 따로 진행하는 방안을 고객과 논의하십시오.",로 흐른다.

그런데 하지도 않고서 완벽하게 다 했다는 사람은 처음 봤다. 그것도 모두가 있는 앞에서 떳떳하게.

아이가 엄마 몰래 과자 훔쳐먹고 입에 과자 부스러기 무치고 입에 과자를 문 체 "저 안 먹었어요." 하고 말하는 격이다.

다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앞으로 넘겨서 증거 페이지를 보여주고, 다 했다고 보기 어려우니 해야 할 일의 범위와 일정 정해서 고객사와 협의하라고 했다. 다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그 후 보완하기로 했다는 후문)


20년 전  IT 프로젝트에서는 온갖 무용담이 있었다.  재떨이가 날아갔다, 회의하다가 멱살 잡고 나갔다 등,  컨설턴트끼리 회식을 할 때 안줏거리처럼 자신이 겪은 험한 이야기를 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이랬다가는 큰일 난다.

지금은 간혹 공식 석상에서 어떻게 저런 말을 하지? 하는 비상식적인 멘트를 하는 경우만 남았다.

'입장 차'라고 표현을 했는데 트럼프식 멘트에 대해 해당 조직 내에서는 시원하다, 좋았다, 통쾌하다고 말할 수 있으나, 진정으로 자신의 조직과 동료를 위한다면 그래서는 안된다고 본다.

참는 것이 미덕일 때도 있지만, 때로는 정중하지만 단호한 제지가 필요할 때도 있다.

힘들겠지만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303702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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