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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지 Aug 18. 2022

IT컨설턴트의 소양

IT에세이

요즘도 IT컨설턴트가 되려는 학생들이 많은지 궁금하다. 내가 입사할 때는 IT컨설턴트 하면 괜히 멋있게 느껴졌고 실제로 인기도 많았다.

댄디한 슈트 입고 노트북에 주 5일 근무, IT 최신 동향을 가장 먼저 받아 습득할 수 있었고, 앞선 전문가인 양 고객과 개발자 앞에서 리딩을 할 수 있어서다.

고객들도 실제로 꽤 의지를 하기도 했고.

타 업종에 비해 진급도 빨라서 젊은 파트너급도 많고, 급여도 센 편이다. 반면 진급이 빠른만큼 수명이 짧은 단점이 있고, 센 급여는 그냥 주는 게 아니다. 그만큼 머리를 갈아넣건, 내 시간을  투자하여 받게 되는 보수다.  


옷차림은 사실 큰 매력은 아니다. 당시에 어지간한 사무직은 모두 정장을 입어야 했으니... 단지 이전이나 지금이나 개발자들은 편한 복장으로 다니므로 보이는 모습에서 두 그룹 간 차이가 있긴 하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 안 쓰는 차이다. 아마 일부 젊은 컨설턴트의 경우 '나 좀 멋있는데'라고 할 수 있겠으나 대부분은 바쁜 출근길에 이런저런 옷 고를 고민 없이 몇 벌 안 되는 슈트 돌려 입기 해서 더 편하게 생각하는 정도다.

  

노트북과 주 5일 근무도 대수냐 싶겠으나, 저 시절에는 모두 PC를 사용했고 노트북은 비교적 고가였다.

PC 모니터가 지금처럼 얇아진 것도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 그 전에는 PC의 열기로 인해 국내 기업 사무실 공기도 쾌적하지 못했다. 실내 담배도 허용하던 시절이었으니.


당시 외국계 회사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주 6일 근무였다.  

물론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에 따라야 하므로 나의 회사는 주 5일 근무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상관없이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해당 회사의 근무 기준에 따라 일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전체 주 5일 근무가 확산되었을 때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주 5일을 하건 주 3일을 하건 IT컨설턴트의 삶은 월화수목금금금이 많아서 실제로는 근무 기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단지, 남들 쉴 때 일하면 고생한다는 말 정도 듣는 소소한 기쁨은 생긴다.


'가끔 IT컨설턴트가 되려면 뭐가 필요해요?'라는 말을 듣는다. 스펙 같은 것이 아닌 '컨설턴트가 갖춰야 할 소양'이 궁금한 눈치다.


의사가 되려면 어떤 소양이 필요해요?

선생님이 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해요?

의 질문과 바를 바 없어 보이는데, 완전히 일반화 하기는 어려우나 몇 가지 특징이 있기는 하다. 이런 특징은 평균치보다 눈에 띄는 컨설턴트에게서 뚜렷이 나타나는 특징이다.


누군가 우스개 소리로  IT컨설턴트가 되려면 3P가 필요하다고 했다.

Passion, Professional, Powerpoint

이 키워드가 마음에 들어 이를 중심으로 적어보려 한다.


열정

다른 업종보다 열정이 높은 사람이 많긴 하다. 그렇다고 모두 '나를 따르라!', '저만 믿으십시오' 이런 것은 아니다. 답 없는 일을 할 때가 많다 보니 문제해결력이 높은 편이고 적극적이다.

일 자체가 남이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알려줘야 하는 업무가 많다 보니, 고민해야 거리도 상당히 많다. 이해관계가 다른 많은 사람들의 눈높이를 맞추면서도 미래지향적으로 일을 해야 해서다.


IT컨설턴트가 야근, 철야, 주말근무를 하는 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대부분 자기 선택이다. 물론 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그리 하지 않으면 다 해 내지 못할 때도 있지만, 이왕이면 일의 수준을 높여서 완료하고 싶은 욕심도 큰 편이다.



전문성.

대부분 새로운 일이나 어려운 일을 하는데  별 거부감이 없다. 생판 모르는 일을 오늘부터 시작하는데도 전문가처럼 굴어야 한다. 하루 먼저 공부하고 와서 '하루만큼' 먼저 아는 전문가가 되는 셈인데 그게 또 통한다. 그렇게 시작해도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계획대로 이론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다. 온갖 변수가 다 생기게 되어 좌충우돌 겪어가다 보면 나만의 경험치가 쌓여 진짜 전문가가 된다.

업종 특성상 새로운 것을 늘 접하기도 하고, 집중력과 습득력이 빠른 편이라 가능한 일이다.


파워포인트

이것 때문에 엄청 웃었다. 맞다, 파워포인트를 잘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 말의 의미는 사용법이나 어설픈 흉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과장을 하자면 파워포인트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가만 과장을 너무 했나)

정책, 전략, 계획, 방안 등을 수립해야 하니, 전문지식도 있어야 하지만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생각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를 문서에 잘 녹아내려 표현해야 하므로 파워포인트를 잘 사용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문서를 봐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지(임원 레벨인지, 실무레벨인지 등)도 고려해서 만들어야 한다.

컨설턴트라고 해도 감탄을 자아내는 자료를 작성하는 사람은 드물다. 정말 고민해서 작성하지 않는 이상 작성된 자료의 고객 리뷰 과정에서 "깨짐"을 당하는 일이 다반사다.


파워포인트와 함께 필요한 능력을 하나 더 말해보자면 'communication skill'이다. 여기에는 발표력도 포함된다. 개개인마다 성향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친화력이 강한 편이고, 말하는데 센스가 있으며, 소위 말하는 말빨이 세다.

아무래도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사람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하는 법도 자연스레 터득한다.


그런데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겠다.

저런 기질을 가진 사람이 IT컨설턴트를 하는 건지, IT컨설턴트를 하면서 저런 소양을 갖추어 가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IT컨설턴트는 처음 신입으로 시작하면 1년 지나면 상당수가 쑥 빠져나가고, 또 1년 지나면 거기서 절반이 사라진다. 그만큼 힘들어서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격이라면 정말 맞지 않는 직업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선배들, 상사들을 보며 '저 나이에 저렇게 사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학벌이 좋은 편이라 대책 없이 관두는 것이 아니고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옮긴다.

어쩌면 IT컨설턴트로써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살아남게 되고 계속 프로젝트를 하면서 세련된 IT컨설턴트 소양을 갖추어 가는 것일 수도 있다.


이와 반대로 안정된 삶, 새로운 것보다 친숙한 일이 잘 맞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기질은 컨설턴트와 거의 정반대이다.

내가 대표적으로 어느 정도 정해진 틀에서 정해진 업무를 하라고 하면 재미없어하는 유형이다.

새롭고 낯선 일,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적당히 가미가 될수록 활기를 띤다. 물론 여느 사람처럼 스트레스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점차 무언가를 배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IT컨설턴트로 아직도 일하고 있나 보다.


요즘은 어지간한 고객들도 컨설턴트를 많이 접해 봤고 경험도 많다. 기업에 따라서 직원 교육차원에서 새로운 동향이나 기술을 빨리 접하게 하고 심지어 연구를 장려하는 곳도 늘고 있다. 컨설턴트보다 훨씬 역량이 뛰어난 분들이 많아졌다. 게다가 고객들도 여러 프로젝트를 참여하다 보니, 컨설팅 업체 간  컨설턴트 간 비교를 하게 되어 이전보다 컨설턴트를 바라보는 기대치가 많이 낮아지기도 했다.

그 결과, 갈수록 컨설턴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더 빈번해지고 있다. 컨설턴트들은 과거에 누릴 수 있었던 '겉 멋'조차 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실 고객이 원하는 건 단 하나다.

"컨설턴트들이 내 일처럼 자신의 일을 해 달라는 것"

이 마음 한 가지만 이해해 주면 IT컨설턴트는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다.

오늘 내가 조금 고생하고, 조금 더 고민해서 조금씩 고객을 감동시켜 주면, 이들도 인간이므로 마음을 열어준다. 프로젝트 전 기간에 이렇게 일해야 된다는 말이 아니다. 프로젝트 초반, 그리고 문제가 생길 때 이렇게 해 두면 정말 재미있게 일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고객에게만 좋은 아니다. 나의 실력, 나의 평판, 나의 삶의 가치도 함께 올려준다.

이는 다시 선순환되어 컨설턴트의 삶을 유지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


IT컨설턴트는 여전히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행운의 직업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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