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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셉 Jul 04. 2021

[인박스] 그거 참 나직하네

1.

언제나 돌아와 보면 마음의 작은 그릇을 지키려 애만 썼다는 생각을 한다. 내 손에 쥔 그릇을 고집하고 그릇 밖의 마음들을 헤아리지 못했다. 늘 자신을 깨트리고 멋드러진 이념에 머리를 조아려 시도해보지만, 손에 쥔 그릇만 참으로 나직하니 아래로 떨궈진다.


2.

이제야 내 그릇이 깨지는 일을 염려하랴. 아니면 깨진 조각들로 인해 상처 받은 영혼들에 머리를 조아릴까. 맞지. 무겁게 조아릴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촘촘히 깨진 그릇들 사이로 행동하기 무섭고 무거워진다. 오늘까지만.


3.

유난히 오늘은 바다 속에서 내 마음을 나직하니 유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아무런 푸념 없이. 아무런 걱정 없이. 아무렴 하면서. 그렇게 흘러가다가 자연스럽게 바다에서 나오면, 그네들의 미소가 뜨겁게 내 눈과 마음을 부시었으면 좋겠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거 참 나직하네, 그렇지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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