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볼만한곳
여행하고 기록하는 에디터 선명이다. 부산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지만, 가장 오래된 별칭은 '항구의 도시'다. 부산은 삼국시대부터 일본과 뱃길로 교류하던 도시로, 유구한 역사를 지닌 곳이다. 가장 활발하게 선박이 오가던 남포동 일대에서는 최근까지도 꾸준히 무역이 이뤄지고 있으며, 부둣가 연안에는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나는 부산에 도착하면 숙소를 남포역 근처로 잡고, 주변에서 끼니를 해결하거나 물건을 보러 다닌다. 오랜 시간 축적된 아날로그 정취가 남포동과 중앙동 일대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늘은 현지인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부산 남포동 거리의 재미있는 문화와 노포를 소개하고자 한다.
남포동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자갈치시장은 들어봤을 것이다. 자갈치시장은 국내에서 가장 큰 수산시장 중 하나로, 부산 중구의 마스코트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평소 구경할 수 없던 귀한 어종도 구매할 수 있을 정도.
이렇게 큰 규모의 수산시장이 연안에 자리 잡은 것을 생각해 보면 남포동 일대가 과거부터 얼마나 큰 항구였는지 짐작할만하다.
자갈치시장에서 큰길을 지나 남포동 골목으로 들어오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식당이나 건어물 상점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중식과 일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이 보인다. 골목에서는 식당에서 파는 음식만 봐도 주변의 문화를 추측해 볼 수 있다.
남포동 일대는 일본과 중국 등 동아시아권 이민자들이 많이 정착한 곳이다. 그래서 낡은 간판에 오래된 식당들이 많이 보인다.
- 이용시간 : 매일 05:00-22:00 (매달 1,3번째 화요일 휴무)
- 주소 : 부산 중구 자갈치해안로 52 자갈치시장
- 문의 : 051-245-2594
상권의 역사가 길다 보니 맛있는 음식이 많다. 그리고 음식만큼이나 재미있는 문화가 정착했다. 바로 '차 문화'다. 보성이나 하동 등 우리나라에서도 녹차를 재배하고 가공해 상품화하는 지역이 몇 군데 있지만, 수입차의 역사는 남포동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차 생산량이 많고 문화가 발달한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차를 가져온 것이다. 그래서 남포동 골목에는 차를 파는 상점과 오래된 차 도구를 파는 상점이 즐비해있다.
일본에서 유명한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서 부산 출장편을 보면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가 값비싼 차 도구를 구매하기 위해 남포동에 들르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해당 에피소드의 배경지가 남포동의 다기 상점이다.
나는 차보다 커피를 즐겨마시지만, 차를 좋아하는 지인들의 선물을 사기 위해 차 상점을 방문하곤 한다. 좋은차는 편리한 다기부터 다양한 수입차를 구매하고 맛볼 수 있는 상점이다. 인당 5,000원을 내면 테이블에 앉아 다양한 차를 맛볼 수 있다.
이곳은 중국 수입차를 주로 사용한다. 어느 산에서, 어느 계절에, 어느 해에 재배되었는지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차에 대해 잘 모른다면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고 차를 내어주시니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단, 너무 빨리 마시면 화장실을 자주 갈 수도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좋은차의 마스코트, 고양이 뚱이는 사람을 반긴다. 빼곡히 진열된 차와 다기들 사이로 익숙하게 움직이는 뚱이.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자란 태가 얼굴에 드러난다.
- 이용시간 : 매일 11:00-21:00 (일요일 20시 마감)
- 주소 : 부산 중구 대청로138번길 9
- 문의 : 051-231-4540
차가 수입된 배경과 마찬가지로, 80년대부터 일본의 음향기기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음향가전제품을 취급하는 가게도 많이 보인다.
자연스럽게 골목 상권이 형성되어 오랜 시간 유지되는 것을 보면 새로운 시스템보다는 기존의 문화를 이어나가는 남포동 현지 주민들의 성향을 엿볼 수 있다. 상권과 건물이 오래된 만큼 영화 촬영지로 사용되었던 장소도 흔하게 보인다.
부산 음식에서 돼지국밥은 흔하면서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소울푸드다. 남포동 주변에서 꼭 추천하는 식당은 부광돼지국밥이다. 이곳은 나를 비롯해서 같이 간 모든 지인들이 인생 돼지국밥으로 꼽는 맛집이다. 이미 유명해서 여러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되었지만 언제 방문해도 맛은 그대로다.
어머니와 아들이 운영하는 노포이니 당연하겠지만, 매번 갈 때마다 실망하지 않는다.
부광돼지국밥은 부산 돼지국밥의 전통 방식인 '토렴'을 고수한다. 토렴이란 쌀밥을 국물에 부었다 따랐다 하면서 밥알에 국물이 잘 배도록 데우는 방식이다. 단순히 국밥에 밥이 말려서 나오는 게 아니라, 밥과 국을 같이 먹기 가장 알맞은 때에 손님에게 내어주는 기술이다.
또한, 이곳은 된장을 적절히 사용한다. 따라서 돼지국밥 특유의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아 국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40년 된 식당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너무 급하게 먹다가 혀가 데일 수도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 이용시간 : 월~토 10:00-21:00 (일요일 휴무)
- 주소 : 부산 중구 대청로141번길 15-1
- 문의 : 051-466-1708
남포동의 랜드마크인 용두산 공원으로 가는 길에 카페를 들렀다. 바우노바 백산은 남포동 일대에서 몇 남지 않은 적산 가옥을 개조해 운영하는 드립 커피 전문점이다.
바우노바는 남포역 인근에서 주변 회사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로스터리 카페인데, 몇 년 전 이곳 백산 기념관 근처에 2호점을 오픈했다.
카페 공간인 2층에 올라가면 적산가옥 특유의 넓은 지붕이 한눈에 들어온다. 적산가옥은 원래 복도가 많은 게 특징이지만, 이곳은 외벽과 천장을 모두 허물고 개방하여 넓은 서양식 홀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드립 커피 전문점답게 좋은 원두를 사용하며 커피를 내리는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
- 이용시간 : 화~토 12:00-21:00 (일, 월 휴무)
- 주소 : 부산 중구 백산길 9
- 문의 : 051-253-3757
용두산 공원은 말 그대로 용두산 위에 조성된 근린 시설이다. 남포동은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용두산 공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이유는 산으로 올라갈 엄두가 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에스컬레이터로 용두산을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간의 망설임이 무색할 만큼 편하게 용두산 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용두산 에스컬레이터는 남포동의 메인 거리인 용두산 문화의 거리에 있다. 꽤 긴 에스컬레이터의 길이는 홍콩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떠올리게 한다.
용두산 공원에는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여행자에게 가장 눈길이 가는 장소는 역시 전망대인 '다이아몬드타워'다. 용두산공원이 워낙 고지대에 있다 보니, 타워에 올라가지 않아도 영도와 부산항의 전경이 보이지만 타워에 오르면 더 광활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남포동이 처음인 여행자라면 꼭 추천하는 장소다.
- 이용시간 : 24시간 연중무휴
- 주소 : 부산 중구 용두산길 37-55
- 문의 : 051-860-7820
남포동은 맛있는 식당과 재미있는 상점이 많고 부산역에서도 가까워 여행자에게 매력적인 동네다. 그래서 해외여행자들 사이에서도 남포동 인근에서 숙소를 잡고 주변을 둘러보는 여행 코스가 인기 있다. 반면에 국내 여행자들은 해운대나 광안리를 기점으로 여행하다 보니 놓치기 쉬운 지역이기도 하다.
남포동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오래된 건물과 문화가 사라지겠지만,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하고 아날로그한 매력은 그대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산 여행 계획이 있다면 하루 정도는 부산역과 가까운 남포동에서 여행자의 발걸음으로 근대 역사의 흔적을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