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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쏨땀쏨땀 애슐리 Jun 29. 2021

다시 쓰는 알콜로드

내 멋대로 쓰는 술, 여행 이야기

난 확실히 무언가에 진득한 사람은 아니다. 한 가지에 몰두하지 못하고 여기 저기 촉수를 뻗쳐 해보고 포기하고, 자료 조사만 실컷 하다가 안 해보고도 포기하고를 반복하는 인생을 3n년 살았다. 유일하게 진심인 건 술이다. 꼴랑 그깟 술에 진심이냐고 물으신다면... 네, 그런데요? 그게 난데요? 그래서 다시 쓴다. 내 이야기를.


술이 좋다. 여행이 좋다. 여행지에서 마시는 낮술만큼 달콤한 게 또 있을까. 벼르고 별러 떠난 여행지건, 갑자기 휴가가 생겨 3일 전 항공권을 끊은 여행지건 시간이 지나고 나니 가장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건 길 위에서 마셨던 술맛이다.


내 일기장에 썼으면 좋았을 주제를 어쩌다 '이예술의 알콜로드'라는 기사 형식의 시리즈물로 연재하게 됐었다. 처음에는 '알코올'과 '로드'를 비슷한 비중으로 다루고 싶었는데 망할 코로나19 때문에 계획이 틀어졌다.


여행은 커녕 외출도 제한되는 시국에 여행 가서 술 퍼먹은 얘기를 기사로 내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녔다. 그러다보니 점점 방구석에서 술 마신 얘기로만 채워진 졸작이 돼 버렸다는 슬픈 이야기. 몇 주간 쓸 글감을 미리 생각해 놨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 시의성을 생각해 접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독자가 그리 많았겠냐만 언론사에 소속된 기자로서 연재하는 글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을 기사로 쓰기가 멋쩍었다는 점이다. 점점 기사인지 칼럼인지,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모를 글들이 이어졌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차에 인사발령이 나 부서를 옮기면서 연재는 끝이 났다.


포기가 잦고 빠른 나지만, 이번 만큼은 마무리를 짓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예술의 알콜로드'는 '애술리의 알콜로드'로 재탄생한다. 프리퀄이라 할까, 스핀오프라 할까. 에잇, 그냥 크게 의미부여 하지 말자. 무거운 마음 내려놓고 편하게 써 보자(고 하지만 그렇겐 안 될 것을 안다).


뭘 쓰던 기승전'술'이다. 그게 술쟁이 애술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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