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곡밥 먹듯 까끌까끌, 씹다 보니 깊은 맛이

여기는 치앙마이, 초급 방콕 떼고 오세요

by 쏨땀쏨땀 애슐리

솔직히 말하자면 거친 식감이 당황스러웠다. 방콕이 갓 도정한 하얀 햅쌀밥이라면 이번 여행지인 치앙마이와 치앙라이는 보리쌀, 현미가 잔뜩 든 잡곡밥의 식감이랄까?


태국 어디를 가도 변함없는 태국인 특유의 미소와 친절함은 그대로였지만 방콕처럼 에어컨 바람 나오는 bts나 지천에 널린 택시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근처 바다에서 나는 신선한 해산물을 찾기가 어려웠으며 나이트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바나 클럽이 적어 어둠은 일찍 내려앉았다.

이름모를사원2.jpg


음식에서도 느껴졌다. 숯불에 구워 재료 그대로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원시적 형태로 음식을 내거나 강한 향신료를 중화시켜주는 재료 없이 터프하게 사용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방콕을 위시한 중부 이남의 음식이 코코넛 밀크를 섞어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강한 것과는 차이가 났다.

떵小.jpg


지하철이 없고 택시를 찾아보기 힘드니 이동을 하려면 썽태우를 잡아타야 한다. 현지인은 흥정 없이 20밧을 내지만 누가 봐도 관광객인 나는(돈 많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알았으리라) 몇 번 더위에 굴복하고 알면서도 두세 배를 내기도 했다. 합승한 손님과 사방천지 먼지를 들이마시며.


그런데 마을버스처럼 운영되는 썽태우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니 택시 타고 쌩 하니 지나쳤다면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관광지라고 여기고 왔는데 사원과 여행자 편의시설이 가득한 구시가지에서 하교하는 여학생들이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며 차례로 내리는 일을 보기도 했고(그들에겐 여기가 집이겠지) 재래시장에서 식재료를 잔뜩 사서 올라탄 할머니와 합승하기도 했다.


밤이 금방 오다 보니 아침엔 비교적 일찍 깨게 됐다. 새벽빛이 가시지 않은 사원에는 신자들이 부처님께 절을 했고 스님에게 공양을 하며 그들의 오늘을 살고 있었다.

치앙라이사원.jpg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곳은 화려한 건축물이나 포토존으로 이름난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치앙라이 야시장이다. 태국 어느 지역을 간들 야시장이 없으랴만 비수기라서인지 관광객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외식하러 나온 가족들이나 회식으로 방문한 회사원들이 왁자지껄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는 가운데 있으려니 "딱 여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배탈이 나서 분위기를 한껏 즐기지는 못했지만...

찜쭘-tile.jpg

옛것에만 머물러 있는 곳은 아니었다. 힙(hip)하고 핫(hot)한 커피 플레이스들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갤러리같이 꾸며 놓은 카페들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재미도 쏠쏠했다. 근처에서 생산된 신선한 원두를 주로 쓰니 커피 맛이야 말할 것도 없지.

woo카페-tile.jpg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더위에 지쳐 살짝 외면했던 '촌스럽고 살짝 불편하지만 끌리는 중급코스 태국여행'의 기억을 꺼낼 때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