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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May 30. 2024

골프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몇년 전 회사 후배가 골프를 시작하겠다며 같이 배울 생각이 없냐고 물어온 적이 있다. 그때 든 생각은 "내가 무슨 골프를 칠 수 있겠어. 아니 근데 너는 돈이 얼마나 많길래 골프를 배울 수가 있니!"였다.


골프라는 운동은 헬스나 요가 같은 운동들 보다는 일단 돈이 많이 들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골프는 사업가들이나 치는 것이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직장인이니까!


두번째 든 생각은 '골프라는 종목이 과연 운동이 되는가?' 라는 것이다.


아가리어터(입으로만 다이어트 하는 사람)로 평생을 살고있는 내 입장에서는 돈도 많이 들고, 살도 빠지지 않는 비효율적인, 운동이라고 할 수도 없어보이는 것이 바로 골프였다.


세번째로 든 생각은 '골프장 그거 환경오염의 주범이자나!' 라는 오지라퍼의 범지구적 걱정.


그럼에도 골프라는게 대체 어떤 것인가 궁금은 해서 집 근처 연습장에 가서 시설도 보고 가격도 물어보았었다. 생각보다 연습장 이용료, 레슨비, 락카비 등이 비쌌다.


타석에서 채를 휘두르는 사람들을 보고있자니 내가 과연 여길 편안히 다닐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골프연습장이라는 곳은 헬스장이나 필라테스 다니듯이 혼자서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렇게 깔끔하게 골프 배우기를 접은지 3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어느날 남편이 넌지시 던진 한마디.


"우리도 골프 배울래?"


'스크린골프장 한번 같이 가자 소릴 안하던 남편이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어 골프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둘이 같이 하면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극 I 성향에 겁이 많은 사람이라 골프 연습장같은 분위기의 공간에 혼자 당당하게 다닐 인간이 된다. 남편이 같이 가준다고 하니 오예지 뭐.


그렇게 몇년 전 찾아갔었던 골프연습장에 다시 가서 두 사람을 등록하고 안내를 받았다. 비싸다고 생각했던 비용이 X2가 되니 더 비싸게 느껴졌다. 다행인건 3년전이나 지금이나 가격이 똑같았다.


이 땐 몰랐지.

앞으로 돈 들어갈일이 부지기수라는걸.

연습장 비용은 돈을 퍼붓는 펌프질 전에 붓는 마중물 같은 것이었다.



골프에 입문하는 계기들은 다양하다.


제일 흔한 경우는 친구 따라, 가족 따라 스크린 골프장을 다니면서 골프에 입문하게 되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주위 사람들이 막 대충 알려주는 폼으로 공을 후려 패다가 이게 아니다 싶어지거나 잘쳐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뒤늦게 연습장에 찾아오는 것이다. 


두번째는 사업상, 영업상 등등의 이유로 배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경우다.

골프는 접대용 또는 사교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가 사업을 하는 사람이거나, 비즈니스 관계로 사람들과 많이 얽혀있거나, 영업사원이거나 하면 골프를 안칠 수가 없다.

다들 필드에서 공 치면서 사업 얘기도 하고 인맥도 쌓고 그런다고 하니.

그리고 골프장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접대의 개념으로 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 골프가 많이 대중화 되어서 다양한 사람들이 골프를 즐기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어디 골프가 그렇게 만만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었던가? 돈 깨나 있고 시간 많은 사람들이나 공 치러 다닌다고 생각했었지.


삶의 있어빌리티를 추구하고 보여주려는 사람들에게 골프는 필수다. 그렇다보니 골프라는 것이 MZ들의 눈에 띈게 아닐까 싶긴 하지만.


그 외에는 골프가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유일한 종목이기 때문이라 미리 배워두는 경우다.

골프라는 운동이 몸을 마구 쓰는 스포츠가 아니다 보니(물론 구력이 좀 되어야 몸을 덜쓸 수 있다. 초보는 언감생심) 6~70대에도 즐길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골프는 가족 단위로 라운딩을 나가거나 스크린골프장에 다니는 경우도 많다.


우리의 목적은 '스크린골프를 부부의 취미로 만들어보자'였다.

둘이서 맨날 오붓하게 손잡고 술만 퍼마시며 시간을 죽이고 있다 보니 상해가는 간과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웠다. 뭔가 새로운 것을 부부가 같이 했으면 했는데 남편은 원래 테니스를 생각했다가 몸치+운동치+나무늘보인 날 생각하고는 바로 골프로 급선회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골프가 우리의 라이프사이클을 이렇게 바꿔놓을 줄은 그 땐 진짜 몰랐지.


아무것도 모르는 우린 해맑게 골프연습장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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