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365
감정은 잘못이 아니다
— 애쓴 하루, 이제 내가 나를 안아줄 차례다
“우리는 감정을 ‘좋다·나쁘다’로 판단하기 전에
그저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 스피노자
출근길 아침,
예고 없이 쏟아지기 시작한 비를 창밖으로 바라보다가
문득 내 마음 한구석이 고요하게 젖어드는 느낌이 들었다.
하늘에 더 머물 수 없어
무거운 몸을 끌고 내려온 구름처럼
나도 언젠가부터 감정의 무게를 그대로 안은 채
조용히 땅으로 내려앉는 순간이 많아졌다.
가끔은 오래된 감정들이
아무 예고도 없이 파도처럼 밀려와
가슴 한가운데 단단한 멍울을 만들 때가 있다.
엄마가 자주 하던
“다 지나간다”는 말이
위로가 아니라 자연 현상에 대한 설명이었다는 걸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다.
비가 잘못이 아니듯,
감정도 잘못이 아니다.
그저 잠시 온몸을 적셨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는 마음의 기상 변화일 뿐이다.
https://youtu.be/VrNgqyPYfyM?si=OxVvOSFIPxq6UH1I
그런데 오늘 아침비 속을 걸으며
또 하나의 오래된 감정이 내게로 왔다.
문득,
보고 싶은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잔물결처럼 흔들렸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손가락이 핸드폰 화면을 더듬었고,
전화선 너머로 길고 긴 연결음이
천안을 향해 달려가듯 뻗어갔다.
뚜—뚜—
그 길었던 소리가 끊어지는 순간,
내 마음도 잠시 멈추었다.
다시 연결을 누르려는 손보다
조금 더 빠르게
가슴이 그 움직임을 막았다.
아, 지금은 닿지 않는 시간이구나.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생각보다 많은 숨이 필요했다.
기다림과 기대 사이에서
나는 조용히 ‘포기’라는 단어를 손에 쥐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포기는 실패가 아니라
내 마음을 보호하려는 작은 구조요청처럼 느껴졌다.
감정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누구를 비난할 이유도 없는
조용한 흐름의 일부.
오늘 하루를 지나며 나는 깨닫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감정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지나가고 있는 현상임을 바라보는 것.
어떤 감정도 영원히 머물지 않고,
비처럼, 바람처럼, 계절처럼
제 흐름을 따라 흘러간다.
그 흐름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오늘을 견딘 나를 안아줄 수 있게 된다.
오늘의 감정은 잘못이 아니었다.
그저 나를 통과한 하나의 현상이었고,
조금 더 자라나게 만든 작은 파도였다.
그러니 오늘 하루를 버텨낸 너에게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애쓴 하루, 이제는 내가 나를 안아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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