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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해성 Aug 06. 2019

스타트업이 무엇인지 모르시는 부모님들께 - 1편

스타트업은 위험한 곳이 아닙니다.

"스타트업에 많은 인재들이 모이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의 부모에게 스타트업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장병규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님(이라고 쓰고 배틀그라운드의 아버지라고 읽는다)께서 카이스트에서 열린 스타트업에 대한 강연 도중 하신 말씀이다.


저 말을 듣자 부모님께 스타트업에 가고 싶다고 처음 말씀드린 순간 순식간에 굳어버린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 부모님께서도 스타트업이 뭔지 모르셨다. 들어본 적도, 겪어본 적도 없는 길을 자녀가 가고 싶다고 했으니 얼마나 두려우셨을까. 그 두려움의 크기만큼이나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당신도 나와 설득 과정을 겪고 있다면, 또는 이미 스타트업에 들어왔지만 부모님과 뭔가 찝찝함이 남아있다면 이 편지를 부모님께 보여드리길 바란다.



첫 번째 편지 : 스타트업은 위험한 곳이 아닙니다.


아이고 어머님 아버님. 정말 훌륭한 자녀분을 두셨습니다.

자녀분께서는 도전 정신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청춘입니다.


자녀분께서 스타트업인지 뭔지에 간다고 해서 많이 당황하셨죠?

그 마음 저도 잘 압니다. 저희 부모님께서도 처음 들으셨을 때 거의 뒤집어지셨거든요.


사실 어머님 아버님의 반응은 너무 자연스러운 겁니다.

아직 스타트업이 뭔지 모르셨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응 그래 가거라~'하고 쿨하게 보내줄 수 있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자녀분 대신에 어머님 아버님께 스타트업이 뭔지 설명을 드려보려고 합니다. 스타트업이 뭔지 아시면 마음이 조금 편해지실 거예요. 아는 게 약입니다.



여기 대국의 황제가 있습니다. 기업으로 치면 삼성, 현대, LG 같은 대기업입니다. 우리 아들딸이 이런 곳을 간다고 해주면 가면 참 좋을 텐데 그쵸.

특징 : 돈과 군사가 많음

대국의 황제가 자신의 영토를 넓히고 싶을 때 어떻게 할까요? 100만 대군을 보내버립니다. 대기업도 똑같습니다. 대기업의 힘은 자본에서 나옵니다. 수많은 인재들과 자본으로 시장을 장악하죠.


반면에 작은 국가를 가진 왕들이 있습니다. 기업으로 치면 중소기업입니다.

특징 : 황제와 잘 지내는 법을 알고 있음.

왕이 영토를 넓힐 때는 어떨까요? 우선 황제의 영토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황제의 군대는 너무 많고 강력하거든요. 대신 황제의 영토가 아닌 곳을 잘 골라 영토를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시장에서 활약하는 것이 이런 이유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황제가 왕이 가진 영토를 탐낸다면 왕은 보통 죽습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동일한 시장에 들어와 중소기업을 고사 시켜버리는 경우입니다.


왕에게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습니다. 황제와 더불어 사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왕은 황제에게 조공을 바칩니다. 황제는 그 대가로 왕의 영토를 침범하지 않거나,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군사를 이용하여 보호해주죠.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하청업체로 두거나, 전략적으로 제휴를 맺거나, 인수해버리는 경우가 이 경우입니다.


그럼 스타트업은 뭘까요? 아주 작은 국가의 왕일까요?


아쉽게도 아닙니다.

스타트업은 뭔가 좀 이상한 놈입니다. 게다가 천민입니다.

특징 : 무기 개발을 좋아함.


이 뭔가 이상한 놈의 꿈도 큰 영토를 갖는 왕이나 황제가 되는 겁니다. 아니 누구나 왕이 되고 싶은 게 당연한데 뭐가 이상하냐고 물으실 수 있어요. 이 놈이 왜 이상한 놈이나면요, 왕이 되고 싶은 다른 인물들이 열심히 군대를 모으고 있는 와중에 혼자 쓸데없어 보이는 일을 죽어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뭘 하냐면요. 새로운 무기를 만듭니다.

1차 시도.


열심히 무기를 만들던 이 이상한 놈은 무기가 어느 정도 완성되자 새로운 무기를 들고 곧바로 나가서 싸워봅니다. 그리고 대판 깨집니다. 간신히 목숨만 건졌죠. 아직 무기도 엉성하거니와, 잘 싸울 줄도 모르니까요.


여전히 왕위를 꿈꾸는 다른 인물들은 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근데 이 놈은 정말 이상한 놈이라서 바로 대장간으로 가서 다른 무기를 또 만들어봅니다. 자기가 왜 졌는지 곰곰이 곱씹어보면서요.


새롭게 다듬은 무기를 들고 또 싸워봤지만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또 지고야 말았죠. 이 이상한 놈은 다시 대장간으로 돌아가 새로운 무기를 한 번 더 만들어봅니다.


그리고 또 싸우고, 또 깨지고, 또 만드는 과정을 계속 반복합니다. 반복되는 패배의 역사 속에서 이상한 놈은 한 가지 재주를 터득하게 됩니다. 바로 이 과정을 엄청 빠르게 반복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걸 만들게 됩니다.

맞습니다. 총입니다.


총을 얻기까지 정말 힘들었지만, 이 순간부터 그를 막을 자는 없습니다. 영토는 순식간에 넓어지고, 소문을 들은 군인들이 그의 부하가 되기 위해 몰려듭니다. 그의 세력은 순식간에 불어났습니다. 주변 국가의 왕이 이를 눈치채고 10만의 군대를 보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총을 든 그의 군대는 5천 명 만으로도 왕의 군대를 굴복시켰습니다.


왕이 되기 위해 군대를 모으던 다른 인물들은 훨씬 큰 규모를 가진 왕의 군대에 굴복하여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왕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왕보다 빠르게 말이죠.




이 뭔가 이상한 놈이 왕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즉 스타트업이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 게임의 규칙을 바꿨습니다.

이상한 놈은 칼과 방패로 경쟁하던 전장에 총이란 무기를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숫자의 군대만으로 칼을 든 왕의 군대를 이길 수 있었죠. 총이 전장에 들어온 순간부터 왕국의 군사들이 입고 있는 무거운 갑옷은 그들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드는 걸림돌일 뿐입니다. 전쟁의 규칙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죠.


이것이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비즈니스의 규칙을 바꿔버리는 것입니다. 어머님 아버님 혹시 에어 비앤비(Airbnb)라는 기업을 아시나요? 에어 비앤비는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숙소를 필요로 하는 관광객들에게 자신의 집을 숙박 업소처럼 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집을 가진 사람은 자기 집을 단기 임대해주며 추가 수익을 가져갈 수 있고, 관광객은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에 숙박을 해결할 수 있죠. 에어 비앤비는 이 과정에서 숙박비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갑니다. 즉, 에어 비앤비는 숙소를 한 개도 가지지 않은 숙박 업체입니다. 숙박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죠.


놀라운 것은 2016년도에 에어 비앤비의 기업가치(255억 달러, 약 30조 6900억 원)가 창업 8년 만에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호텔 업체인 힐튼 호텔의 기업가치(236억 달러)를 뛰어넘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에어 비앤비가 힐튼 호텔처럼 더 고급스럽고, 더 많은 호텔을 짓는 방식을 택했다면 결코 8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 정도의 성과를 얻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이제는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비즈니스의 규칙을 뒤집어버리는 자들이 성공의 열매를 맛볼 확률이 더욱 높습니다. 스타트업이 그렇습니다.


2. 계획된 실패를 했습니다. 엄청 자주. 엄청 많이요.

이상한 놈은 왕이 되었던 그 어떤 인물보다 많은 실패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빠르게 실패를 반복했습니다. 그가 어리석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실패들은 그가 철저하게 계획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애초에 전쟁의 규칙을 바꿔버릴 만한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온갖 시도를 다 해보았습니다. 칼을 짧게도 만들어보고, 가볍게도 만들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만들어낸 '던지기 좋은 칼'이 생각보다 적에게 위협적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순간부터 그는 적에게 더 날카로운 것을 더 빠르게 던지는 것에 무섭게 집중합니다. 그리고 또 숱한 실패를 경험하죠. 하지만 결국 총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그리고 전쟁의 규칙을 바꾸죠.


이것이 스타트업이 또 다른 특징입니다. 스타트업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장 빠르고, 적은 비용으로 시도해 볼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이런 시도들은 보통 실패하게 되지만, 적은 비용으로 실패했기 때문에 그리 큰 타격은 아닙니다. 반면, 기존의 기업들에게 실패는 정말 쓰라린 결과입니다. 자신이 가진 거의 모든 자본과 인력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완성된 결과물을 시장에 내놓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기존의 기업들은 실패를 경험하면 내부에서 책임을 가리기 위한 다툼이 일어납니다. 이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죠. 하지만 스타트업은 오히려 왜 실패했는지를 파악하는 데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더 많은 실패를 빠르게 반복하며 자신만의 '총'을 만드려 합니다.


이처럼 이제는 계획적이고 전략적인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자들이 더욱 빠르게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그렇습니다.


3. 순식간에 세력을 확장했습니다.

속도도 중요합니다. 왕이 되려던 다른 인물들은 기존에 왕국을 만드는 방식을 그대로 차용했습니다. 돈과 군사를 차곡차곡 모아 영토를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방법이죠. 이 방식은 주인이 없는 영토에서 왕이 되기에는 좋은 방법이나, 이미 대부분의 영토가 황제나 다른 왕의 것이 된 순간부터는 확률이 극히 떨어집니다. 그들이 경쟁해야 하는 황제나 왕이 어느 순간 눈치를 채기 때문이죠.


이것이 스타트업 이전의 기업들이 생존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속도는 이미 대기업 등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현재의 시장에서는 거의 통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이상한 놈은 자신의 세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계속 무기를 갈고닦았습니다. 그리고 총을 개발한 순간부터 순식간에 자신의 세력을 성장시켰죠. 다른 왕들이 저지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무리였습니다. 이상한 놈의 군대는 그들이 경험한 적 없는 속도로 불어나고 있었고, 너무나도 강력한 무기인 총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것이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스타트업은 이른바 고속 성장을 통해 자신의 몸집을 다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순식간에 불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게임의 규칙을 바꾸죠. 기존의 느린 성장세에 익숙해져 있던 기업들이 스타트업의 이 빠른 성장 속도를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은 불린 몸집으로 이런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제는 기존의 기업 성장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자들만이 경쟁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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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보면 스타트업은 1) 계획된 실패를 빠르게 반복하며 2) 게임의 규칙을 바꿀만한 자신만의 무기를 찾아내어 3) 순식간에 크기를 키우는 방식을 활용하는 기업의 한 형태입니다.



어머님 아버님, 이제 스타트업이 뭔지 조금 이해가 되시나요?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결국 스타트업은 대기업, 중소기업보다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저 회사를 운영하고 성장시키는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그러니 자녀분께서 스타트업에 가고 싶다고 말한 것은 스타트업이라는 환경이 본인하고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나, 스타트업이라는 환경 속에서 자신이 더 많이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견이지만, 어머님 아버님께서 자녀분이 젊은 시절에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라신다면 자녀분을 스타트업에 보내시는 것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나날이 성장하는 자녀분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편지를 통해 스타트업이 무엇인지 설명드렸지만 아직 모든 궁금증이 풀리지는 않으셨을 것입니다. 어머님 아버님께서 궁금해하실 만한 현실적인 질문들의 답변을 모아 두 번째 편지를 쓸 예정입니다. 궁금한 점이 남았다면 두 번째 편지도 꼭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긴 편지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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