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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해성 Aug 11. 2019

Design Thinking is Bullshit

디자인 사고가 실패하는 이유

Design Thinking is Bullsh*t


2017년도 99U Conference에서 Natasha Jen이 Design Thinking is Bullsh*t이라는 주제로한 발표는 디자인계에 큰 파장을 안겨주었다.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은 디자이너들의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디자인 사고가 Bullsh*t이라니 이 얼마나 청천벽력 같은 소식인가.


Natasha Jen의 발표 이후에 움츠러있던 수 많은 회의론자들이 디자인 사고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디자인 사고를 꿈꿨지만 디자인 사고(accident)가 되었던 회사들이 꽤나 있었던 모양이다. 그들이 디자인 사고를 비판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 비즈니스 성과와의 인과관계가 모호하다.

- 결과물을 예측하기 어렵다.

- 실력있는 개인에게 너무 많은 의존한다.

- 뜬구름 잡는 소리다.


나도 디자인 사고에 회의적인 사람 중 하나인데, 내 이유는 이렇다.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는 똥이다. 원한다고 가질 수 없기에 똥이다.




나는 디자인 사고가 개인과 조직에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디자인 사고는 공급자 중심의 경영 프로세스를 사용자 중심으로 혁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과 당신의 조직이 디자인 사고를 가지고 싶다고 하더라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 1 : 디자인 사고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디자인 사고에 대해 들어본 사람은 많지만 그것이 무엇이고, 자신과 조직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지어 생각보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사고에 대해 잘 모른다. 당신의 직군이 디자이너인 것과, 당신이 디자인 사고를 알고 있느냐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이다.


디자인 사고는 인간의 니즈(Needs)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고방식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 사고를 기술로 오해한다는 것이다. Natasha Jen이 말한 것처럼 벽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것은 디자인 사고를 활용한 기술이지, 디자인 사고 그 자체가 아니다. 디자인 사고는 말 그대로 '저 사람은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궁금증이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오르는 것이다.


Design Thinking은 Post-it이 아닙니다. (사진 출처 : Interaction Design Foundation)


이런 걸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15%쯤 되는 것 같다.


이유 2 : 디자인 사고가 체화되어 있는 사람은 더 없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문제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디자인 사고는 말 그대로 사고방식이다. 지식처럼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술처럼 터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어느 순간 체화되어 있는 것이다.


당신이 사용자 관찰법을 배운 후에 각을 잡고 사용자를 관찰하는 것은 말 그대로 배운 스킬을 활용하는 것이지, 디자인 사고를 하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 사고를 하고 있는 사람은 숨 쉬듯이 매 순간 인간을 관찰하고 있다.


인간의 사고는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당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을 갖기 위해 당신은 무슨 노력을 했는가? 잘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사고방식이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경험과 삶을 통해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울 수는 있지만, 프로그래머처럼 사고할 수 없다. 물론 아주 오랜 시간이 주어지면 가능하겠지만 그런 여유는 우리에게 보통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당신에게 디자인 사고가 체화될 확률은 극히 미미하다. 당신의 조직이 워크샵 한 번으로 이렇게 될 확률 역시 극히 미미하다.


내 생각에 디자인 사고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은 3%쯤 되는 것 같다.


이유 3 : 디자인 사고가 어떻게 체화되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황상 나는 디자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 같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었는지 설명할 수가 없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특별한 교육을 받았던 것 같지도 않다. 짐작이 가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가 디자인 사고를 얻게 된 과정을 재생산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디자인 사고를 얻게 된 과정을 이른바 reverse-engineering이 가능한 수준으로 해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뭐 가끔 있다고 하더라도, 높게 잡아 0.1%쯤 될 것 같다.


이유 4 : 디자인 사고를 타인에게 교육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다.


디자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적고, 그들조차 자신이 어떻게 디자인 사고를 갖게 되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디자인 사고는 교육될 수 없다.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한들, 그 사람이 자신의 사고방식을 남에게 전달하는 재주까지 갖춰야 한다. 그 사람의 교육 방식대로 다른 사람이 디자인 사고를 얻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받아랏 나의 디자인 사고!


그럼 시장에 있는 디자인 사고 강의, 워크샵 이런 건 다 뭘까. 사실 그런 프로그램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디자인 사고 교육'보다는 '디자인 방법론 체험'에 가깝다.


만약 디자인 사고를 교육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위대한 재능이다. 난 아직 이런 분을 보지 못했다. 아마 0.001%쯤 되지 않을까. 즉, 디자인 사고를 당신의 머리에 넣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좋다.


결국 디자인 사고를 퍼널로 표현해보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각 수치는 뇌피셜입니다.



나와 이런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디자인 DNA'라는 표현을 즐겨쓴다. 디자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날 때부터 정해져있다는 건데, 다소 과격한 표현이긴 하지만 그만큼 디자인 사고를 얻어내기는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디자인 사고는 교육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평생 디자인 사고를 하지 않고 살아온 당신이 노력을 통해 디자인적 사고를 깨우치게 될 확률은 미안하지만 거의 없다. 당신의 조직원 전체가 그렇게 될 확률은 0에 가깝다.


따라서 디자인 사고를 통해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싶다면 나는 오히려 이런 방법을 추천한다.


개인 차원에서는,

디자인 사고가 아니라 디자인 방법론, 디자인 프로세스를 배우는 데에 초점을 맞춰라. 방법론과 프로세스는 배울 수 있고 효과도 좋다.

디자인 사고를 가진 사람과 함께 일하라. 그리고 그들을 통해 사용자와 대화하라.

당신이 가진 사고방식의 강점을 살려라.


조직 차원에서는,

디자인 사고를 가진 사람을 채용하라.

그 사람의 디자인 사고를 꽃피울 수 있는 기회와 환경, 그리고 권한을 제공하라.

그 사람의 인사이트가 제품과 경영에 녹아들 수 있는 프로세스를 그와 함께 고민하라.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는 똥이다. 원한다고 얻을 수 없는 것이기에 똥이다.

 

그러니 디자인 사고를 가질 수 없다면, 디자인 사고를 하는 사람을 가져보라.




참고사항 1 :

이 글은 2017 99U Conference에서 Natasha Jen이 Design Thinking is Bullsh*t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것에서 비롯된 Design Thinking 논쟁에 대한 저의 견해입니다.


참고사항 2 :

디자인 사고에 대한 정의는 상당히 다양하며, 어떤 정의는 디자인 방법론을 디자인 사고의 정의 안에 포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글에서 디자인 방법론이 아닌 순수한 사고방식으로써의 디자인 사고만을 다뤘음을 밝힙니다.


참고사항 3 :

댓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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