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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랩스가 SK스토아를 인수하는 이유

라포랩스는 4050의 쿠팡이 되고 싶다

by 경민

들어가면서


최근 4050 세대를 타깃으로 퀸잇을 운영하는 라포랩스가 SK스토아라는 T-커머스 업체를 인수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아직 재무적으로 완전히 안정 단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스타트업이 규모 있는 회사를 인수한다는 점은 분명 명확한 전략적 목적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커머스 PM의 관점에서, 라포랩스가 왜 SK스토아를 인수하려 했을까에 대해 간단히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SK스토아의 T-커머스,

홈쇼핑 라이브쇼핑과 무엇이 다를까?

SK스토아는 SK가 만든 TV홈쇼핑과 데이터 쇼핑이 합쳐진 양방향 서비스로써 중소기업의 알짜배기 상품들을 소개해드려 고객님들이 행복한 쇼핑생활과 중소기업들의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이전에 TV홈쇼핑에서 방송중인 것만 구입가능 했던 것과 다르게 VOD서비스를 통해 시청자가 원하는 상품을 언제든지 직접 찾아보고 편리하게 주문까지 가능합니다. (SK스토아)


SK스토아의 사업 모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SK스토아는 'T-커머스’라고 불리는데, 이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TV 홈쇼핑'이나, 퀸잇 등 이커머스 업체가 제공하는 '라이브 커머스'와 다른 형태입니다. T-커머스를 이해하기 위해, 유사한 비즈니스와 간단하게 그 차이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TV 홈쇼핑과 라이브 커머스 (CJ오쇼핑, 슈카월드)


(1) TV 홈쇼핑


TV 홈쇼핑은 TV 방송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고, 시청자가 전화나 모바일로 주문하는 전통적인 방송 기반 커머스입로, 여전히 시니어(중장년층)에게 매우 강력한 구매 채널입니다. 고객 주문 역시 ARS나 모바일 앱을 통해 이루어지는 단방향적 흐름에 가깝습니다. 물론 우리가 체감하는 것처럼 최근 몇 년간 홈쇼핑 산업에서 TV 기반 영향력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출처: 화면 끄는 홈쇼핑, TV 취급액 비중 계속 감소…GS샵 35%로 최저, 2025.07.06)


TV홈쇼핑의 경쟁력은 TV 편성이라는 희소 자원과 방송 포맷 자체가 지닌 신뢰성에 있습니다. 다른 채널 대비 스튜디오, 전문 제작 인력, 쇼호스트 등 높은 고정비를 전제로 한 운영 구조와 까다로운 방송법에 의한 상품 구성과 검수 기준은 자연스럽게 고마진 상품 중심의 편성 전략을 만들고 신뢰성을 높이는데 기여했습니다.


구조적 특징이 뚜렷하기 때문에 홈쇼핑은 다른 서비스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IT 활용의 중요도가 낮아집니다. 오히려 MD 소싱 역량, 편성 기획 등 운영적인 것들이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2) 라이브 커머스


라이브 커머스는 구조적으로 홈쇼핑과 거의 대척점에 있는 모델입니다. 모바일 웹·앱을 기반으로 한 실시간 스트리밍 형태로 운영되며, 전문 스튜디오뿐 아니라 앞서 언급한 왕홍 사례처럼, 길거리나 현장에서 즉시 상품을 판매하는 것도 가능한 구조입니다.


라이브 커머스의 핵심은 상호작용입니다.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그만큼 오락적 요소·재미·참여성이 강화되기 쉬운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채팅, 즉시 할인, 한정 수량, 호스트 팬덤 등 ‘참여하는 경험’ 자체가 구매 동기가 되며, 모바일 퍼스트 UI 덕분에 진입·이탈·전환과 같은 사용자 행동을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완성도와 스토리텔링 역량 역시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작용합니다.


특히 라이브 커머스는 단기간 재고 소진, 즉각적인 판매 촉진, 한시적 할인 제공에 자주 활용되는 만큼, 채팅과 같은 상호작용 요소뿐 아니라 실시간 추천, 재고 연동, 사전 알림과 같은 디지털 프로덕트 역량이 비즈니스 성과에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여기도 운영 요소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TV홈쇼핑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IT, 데이터를 활용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임팩트가 훨씬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T-커머스


SK스토아


T커머스는 전통적인 홈쇼핑과 달리, 정해진 편성 시간에 진행되는 ‘방송형’ 모델이 아니라 상시 송출되는 카탈로그형 채널에 가깝습니다. 시청자는 특정 시간에 맞춰 시청할 필요 없이, 언제 채널을 전환하더라도 동일한 상품을 확인할 수 있으며, TV 기반의 VOD 쇼핑 경험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고객은 전화뿐만 아니라, IPTV 리모컨을 통해 즉시 구매할 수 있고, 24시간 동일한 노출이 유지되기 때문에 상품 단위 성과를 기준으로 한 운영과 최적화가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


제도적 측면에서 T커머스는 방송 규제의 적용 대상입니다. 방송법 및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생방송은 허용되지 않으며, 화면의 일정 비율 이상을 상품 정보·가격·구매 안내와 같은 데이터 영역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이는 앞서 TV홈쇼핑의 장점처럼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즉, T커머스는 전통적인 홈쇼핑에 비해 데이터 기반 자동화와 개인화가 작동할 수 있는 영역에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상품 단위 성과를 기준으로 한 운영과 반복 노출 구조 덕분에, 추천·교체·구성 최적화와 같은 데이터 드리븐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 동시에 라이브 커머스와 비교하면, 방송 규제와 편성 구조에서 비롯되는 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적인 포지션을 갖습니다.



SK스토아 인수로 라포랩스가 얻는 것


SK스토아가 4050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론칭한 이유는 실제 해당 세대의 신규 고객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SK스토아 자체 집계 결과 지난 2월 1일부터 25일까지 신규 고객 중 4050세대 비중은 48.5%에 달했다. 동 기간 연령대별 주문 비중을 보면 5060세대가 68%를 차지했고 4050세대는 48.5%를 차지했다. (출처 : “내 나이가 어때서”…T커머스, 구매력 갑 ‘영포티·영피프티’ 주목, 이비엔(EBN)뉴스센터)


그렇다면 퀸잇을 운영하는 라포랩스가 SK스토아를 직접 인수한 결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표면적으로 보면, 4050 여성이라는 핵심 타깃이 겹치는 서비스를 인수해 퀸잇의 기존 사업을 보완하고 확장하려는 선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인수를 단순히 “소비층이 비슷한 커머스 서비스의 결합”으로만 보기에는 다소 아쉬운 지점이 있습니다. 이미 2021년부터 롯데홈쇼핑, SK스토아를 비롯한 주요 홈쇼핑 사업자들은 퀸잇에 입점해 재고를 효율적으로 소진해 왔고, 퀸잇은 검증된 상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구조를 만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라포랩스의 선택은, 단순히 또 하나의 상품 소싱 채널을 내부로 가져오기 위한 결정이었을까요?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 보면, 이 인수는 퀸잇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SK스토아를 품으면서 퀸잇은 직매입 비중 확대와 물류 경쟁력 강화, 카테고리 확장, 그리고 광고·편성 채널의 내재화라는 변화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중개 중심의 플랫폼을 넘어 재고·물류·유통·마케팅을 통합적으로 통제하는 구조, 즉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쿠팡형 비즈니스 모델에 한층 가까워지는 방향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1) 판매 채널 확대


T-커머스 채널을 확보를 통해 퀸잇은 4050 여성이라는 동일한 타깃 고객을 TV·T커머스·모바일·라이브까지 하나의 여정으로 연결하려는 전략을 직접 설계할 수 있습니다. 특히 T커머스 채널이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을 받아야하는 구조를 생각할 때, SK스토아는 다른 업체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해자를 갖게 됩니다.


TV 채널 확보는 퀸잇의 광고 사업 영역을 획기적으로 확장하는 핵심 동력이 됩니다. SK스토아가 기존에 제공하던 프로그래매틱 광고 서비스에 퀸잇의 정교한 4050 여성 고객 데이터가 결합되면, TV 시청 이력과 모바일 구매 행동을 아우르는 초정밀 타겟팅이 가능해져 광고 효율(ROAS)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옴니채널 데이터 통합은 경쟁사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보적인 마케팅 우위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2) 카테고리 확장의 속도와 범위


퀸잇은 이미 패션을 넘어 홈·리빙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4050 여성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SK스토아가 보유한 상품 포트폴리오가 결합되면, 퀸잇은 별도의 신규 소싱 과정 없이도 카테고리를 단숨에 확장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전자기기, 건강기능식품과 같은 고관여·고객 락인이 강한 상품군뿐 아니라, 보험·금융상품 등 무형 서비스까지 포함할 경우, 퀸잇의 역할은 단순한 커머스 플랫폼을 넘어 생활 전반의 구매 접점을 통합하는 채널로 확장됩니다. 이는 상품 수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 고객의 구매 빈도와 접점을 구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변화이며, 퀸잇이 종합 커머스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3) 퀸잇의 자체 물류망


그동안 퀸잇은 모바일 커머스 특성상 중개와 수수료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 가까웠다면, SK스토아의 곤지암 풀필먼트 센터를 통해 재고 보관부터 피킹·패킹·배송까지 아우르는 물류 인프라를 즉시 확보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운영 효율 개선을 넘어, 직매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을 마련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물류망 확보는 곧 수익 구조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모바일 수수료 중심 구조에 TV 방송 판매 수익과 직매입 기반 매출이 더해지면서, 퀸잇은 매출 규모를 구조적으로 키울 수 있는 단계에 진입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인수는 퀸잇을 단순한 패션 특화 플랫폼에서, 재고·물류·유통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직매입 기반 커머스로 진화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빠르고 안정적인 배송을 바탕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매출 레버리지를 키워 나간다면, 퀸잇은 점차 쿠팡과 유사한 비즈니스 구조를 갖춘 종합 커머스 플레이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종합해보면, 라포랩스의 SK스토아 인수는 퀸잇이 판매 채널, 상품 카테고리, 물류 인프라를 동시에 내재화하며 비즈니스의 축을 근본적으로 확장하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TV·T커머스·모바일·라이브를 하나의 고객 여정으로 엮고, 홈쇼핑이 축적해 온 상품 포트폴리오와 물류 역량, 여기에 퀸잇이 강점을 가진 4050 여성 데이터까지 결합한다면, 이는 단순한 플랫폼 확장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결국 관건은 이 모든 요소가 실제로 하나의 경험으로 잘 통합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만약 퀸잇이 TV 기반 커머스의 신뢰와 대규모 물류·직매입 역량을 바탕으로, 4050 고객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리한 구매 채널로 자리 잡는 데 성공한다면, 이는 ‘모바일 중심의 쿠팡’이 아닌 ‘TV 커머스를 품은 4050 세대의 쿠팡’이라는 새로운 포지션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퀸잇이 과연 이 하이브리드 모델을 완성해 중장년 커머스 시장의 기준을 다시 쓸 수 있을지, 그 행보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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