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위의 천이 오늘을 고른다
거울은 말없이 얼굴을 돌려주고
단추가 잠기는 순간
시간은 제자리를 찾는다
과정은 부딪힘 없이 이어진다
일정과 응답이 자리를 채우고
숫자는 어긋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사랑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난다
확인하지 못한 마음들
밤에 쓰였다가 사라진 문장들
끝내 도착하지 않는 말들
구김 없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마음은 안쪽으로 접히고
표정은 정리된 채 머문다
감정은 드러나지 않을수록
기능에 가까워진다
잘 어울린다는 말이
칭찬이 아니라
범위를 정하는 언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조심해진다
이미 벗는 방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옷걸이에 걸린 옷
방 안의 소음은 낮아지고
의자에 앉아
짧게 숨을 고른다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아도 되는 얼굴
혼자 남는 시간
곁에는 구조만 놓여 있고
체온은 멀어져 있다
내일을 떠올리면
생각은 계획으로 옮겨가고
계획은 다시
단추 쪽으로 기운다
반복은 안정처럼 보이지만
멈춤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그 사실을 안 채로
속도를 유지한다
아침이 오면
어깨 위의 천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선택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