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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나뭇가지 Feb 02. 2020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감정 공부 2. 나의 감정은 내 것

화가 들끓을 때가 있다. 마구 화를 쏟아붓고 싶어 질 때가 있다. 뭔가 제대로 되어 가지 않고 무기력에 빠지려고  ,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지면서, 아무 생각 없이 티브이 앞에 앉아 드라마에 빠져버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멍하니 머릿속을 비우고 티브이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날 아침도 뭔가 제대로 안 풀린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뭔가를 하려고 해도 마음처럼 쉽지 않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능력만으로는 이루어지지가 않는다는 생각에 무기력에 빠진 것인지도 모른다.


이럴 때 내 기분을 좀 이해해주고 위로해 줄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 나에게 누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다. 나는 남편이 앉아있는 방을 들락거렸다. 티브이를 보다가 잠시 광고하는 타임이 되면 방으로 들어갔다. 남편이 일하고 있는 옆에 잠깐 앉아있거나 누워보기도 했다. 그리고 한숨을 쉬면서 뭔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암시를 보냈다. 그런데도 남편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묵묵히 하던 일을 계속할 뿐이다.


드디어 내가 소리를 질렀다.

"당신은 내가 안 좋아 보이면 위로도 좀 해주고 위안이 되면 좋을 텐데, 정말 도움이 안 되네"

그러자 남편이 물었다.

"왜, 내가 뭘 어떻게 해줘?"

이런 답답함이. 그냥

"힘내"

라고 한 마디만 해줘도 될 텐데. 한동안 조용하던 화가 올라오려고 했다. 그 순간 내가 나를 들여다보게 됐다. 화를 내려고 하는 내가 거기 있었다. 화가 올라오고 있구나. 뭐 때문에 화가 나는 거지? 나에게 질문을 하고 그것에 대한 답을 생각하다 보니 더 이상 화가 커지지는 않았다. 다행히 화를 밖으로 꺼내지는 않고 지나갔다.


내가 화를 내는 것이 남편 때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남편 때문에 일이 안 풀리는 것도 아니고 남편 때문에 화가 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답답한 내 기분을 화풀이할 상대로 남편이 필요했을 뿐이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에서, 화를 내는 것은 다른 사람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 안고 사는 것과 같다. 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정말 적합한 표현이기도 하다. 누군가에 대해 험담하거나 악의적인 말을 하거나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것은 안 좋은 일인 줄 다 안다. 그런 상처 주는 말을 하거나 험담을 하거나 또 악의적인 말로 괴롭게 하는 것. 그것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 잘못이고, 그 사람이 고쳐야 하는 문제다. 그 행위로 인해 비판받거나 판단을 받게 되겠지. 어쨌거나 그건 그 사람의 책임이다. 그걸 내가 받아 들고 괴로워하고 상처 받을 이유가 없다.


상처 받고 화내다 보면 내 인생은 다른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삶이 망가지고 힘들어진다. 나의 내면을 바라보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내 감정을 통제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진짜 나, 나의 모습을 찾고 나의 모습으로 삶을 누리는 것이 내가 주도하는 삶이다. 내가 하는 모든 것. 내가 하는 생각. 마음. 감정이 다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휘둘리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내 것이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가 아닌 누군가의 조종을 받고 있다면 그건 내가 아닌 내가 나를 차지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화나게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화를 내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말을 하거나 나쁜 의도로 말을 하거나 할 지라도 그건 그 사람의 문제다.


화를 내는 것도 내가 하는 선택이었다. 누가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고 하는 건 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내 핑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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