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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나뭇가지 Jul 29. 2020

너를 부르는 나만의 이름 천상의 꽃. 개망초

화해

너를 부르는 나만의 이름 천상의 꽃, 개망초

꽃말-화해     

제주어 - 천상쿨, 하늘깨


밖에서 숲 체험을 하다보면 "선생님. 계란꽃이에요“라며 부르는 아이들의 소리에 돌아보게 될 때가 있다. 아이들의 검지가 흰 자에 둘러싸인 노른자가 있는 계란 후라이와 닮은 꽃을 가리키고 있다. 우리나라 길가나 들판의 빈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아이들은 계란꽃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꽃의 이름을 설명하려면 망초부터 들먹이지 않을 수 없다. 조선 말기, 나라가 망할 때쯤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하여 망할 망(亡)’자가 붙은 이름 망초. 당시에 백성들이 느꼈던 비운의 심정이 담겨있다. 거기에 개자가 붙었으니 진짜 망초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개망초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일수도 있겠다. 밭에서는 농사를 망친다고 하면서 보이는 대로 한 아름씩 뽑아 밭담 밖으로 던져버렸던 것이 망초였다. 1,2년 묵혀둔 밭에는 여지없이 망초가 뒤덮었다. 사람이 떠난 폐가에도 망초가 자라나면 더욱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 망초에 비해 개망초는 꽃이 예쁘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개망초를 일본에서는 원예종으로 들여와 재배하여 꽃집에서 팔기도 했다. 점차 화려한 꽃들에 밀려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고 스스로 살아남은 꽃이 되었다. 전국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잡초가 되었지만 무리지어 피어있는 개망초 꽃은 들꽃으로 덮여있는 목가적인 풍경을 연상하게 한다.     


개망초가 이 땅에 뿌리내린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지만 어느새 정겨운 꽃이 되었다. 이제는 외래식물이라기 보다는 완전히 귀화하여 함께 살아가고 있는 식물이다. 사람들은 다른 나라로 귀화하려면 본인의 의견을 우선으로 여기지만 식물에게는 자기 의견을 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본인이 원해서 들어오지 않았지만 기왕에 들어왔으니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의 결과가 모두 좋은 것도 아니다. 새로운 토지와 낯선 환경에서도 잘 살아가고 있는 식물이 있는 반면,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진 식물들도 수없이 많다. 개망초는 적응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번식력도 좋아서 햇볕이 드는 곳이면 어디서든 잘 자란다. 지금은 이 꽃이 외래종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드물다. 이 땅의 문화에 적응하며 잘 살아가는 외국인 친구를 볼 때, 너 우리나라 사람 다 됐구나. 하던 말을 개망초에게도 해주고 싶어진다.     


들나물에 관심이 많던 시절, 이른 봄이면 나물을 캐러 가곤 했다. 봄나물을 캐다보면 개망초 뿌리 잎도 많이 발견하게 된다. 바구니 가득 캐온 나물들을 흙을 털어내고 깨끗이 씻어 데쳐 나물로 밥상에 올리며 내 가슴에도 봄 아지랑이 같은 즐거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 때 개망초는 다른 나물들과 달리 데친 후 물에 잠시 담가놓아야 한다. 그래야 쓴물이 빠져 순한 맛이 된다. 쓴 맛을 즐기는 사람이야 상관 없지만. 그렇게 쓴 물을 뺀 뒤 양념한 된장이나 고추장에 버무리면 나물반찬으로 손색이 없다. 봄에 나오는 뿌리 잎을 그렇게 캐다 먹어도 개망초는 어디에 숨어 있다 나오는지 들이나 길가에 잔뜩 피어난다. 봄에는 나물을 뜯고 여름이면 계란꽃을 감상하며 사람들은 개망초를 생활 영역으로 깊숙이 받아들였다.      


잔잔하게 피어있는 개망초 꽃을 꺾어 꽃다발을 만들어 주며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 추억이 가득한 꽃의 이름이 개망초라니,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누구든 가정법원에서 쉽게 개명 신청할 수 있는 것처럼, 식물의 이름도 개명할 수 있다면 개망초는 어떤 이름을 붙이고 싶을까.      


개망초라는 이름조차 몰랐던 어린 시절 어머니가 부르던 이름인 "천상쿨" "하늘깨"라는 이름만 기억했다. "천상의 풀, 천상의 꽃“이라고 불러주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읽혀진다. 이름에는 부르는 사람의 마음도 담겨지게 되는 모양이다. 보이는 그대로, 부르고 싶은 그대로 불러 주었던 사람들의 마음도 들어있다. 북한에서는 들잔꽃풀이라고 부른다.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대하는 마음도 느낌도 달라진다.    

  

농사에 방해된다고 뽑아버리면서도 이름만은 천상(天上)의 풀이라고 불렀던 사람들의 마음에서 다른 사람을 부를 때 어떤 마음으로 부르고 대해야 할지를 배운다. 어떤 사람이든 함부로 대하거나 함부로 불러도 되는 사람은 없다. 내가 부르는 이름으로 다가와 한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계란 후리이처럼 보이는 개망초는 멀리서도 꽃에 이끌려 다가가게 하고,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개망초라 부르던 사람들에게도 화해의 손짓을 건네는 것 같다. 내가 불러주는 개망초의 이름은 예전 그대로 천상의 풀꽃이다.               



개망초



개망초(국화과)


꽃피는 시기 : 5월 ~ 10월

원산지 : 북아메리카

꽃말 : 가까이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멀리 있는 사람은 가까이 다가오게 해준다.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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