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주원 Nov 22. 2023

털갈이

일요일의 노곤한 온기, 부스스한 새벽을 뒤로한 채 눈을 뜹니다. 파랑도 아닌 검정도 아닌 깊은 바다색의 하늘과 아직은 잠들어있는 세상을 바라봅니다.

화단을 정리하는 노부부, 어둑히 불 켜진 정육점의 청년들, 바쁘게 움직이는 택시와 교회를 따라나서는 어린아이, 꽁냥거리는 까치 두 마리, 어쩌면 볼 수 없었던 것들이 일요일에는 문득 눈에 잘 들어옵니다


그럴 때면 바람을 맞으며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요. 냅다 달려보며 땀을 흘리기도 합니다. 알알이 주위에 박혀 있는 당신들이 주는 삶의 힘일까요. 초록에서 노랑으로 털갈이를 하는 나무들도 있는 힘껏 살아갑니다. 찬 겨울의 일요일의 온기가 좋고 또 그립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언제 또 사라질지 모르는 오래된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