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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주원 Nov 24. 2023

불편한 진실

불편하다.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의 거동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투박한 손과 큰 움직임. 연신 주머니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며 나를 힘들게 한다. 퇴근길 1호선에 앉아간다는 건 도시의 사람들에게 큰 축복이다. 이 시간을 이렇게 보내야 하다니. 날씨도 추운데. 참


큰 움직임에 시선이 가고 핸드폰을 보게 됐다.

딸. 이라는 단어와 고등학교 기출문제. 분명 고등학생 딸을 둔 어머니이다. 전화를 걸더니 기출문제 얘기를 나눈다 그리고는 추우니 빨리 들어오란다. 이어서 큰아들. 날씨가 추우니 배추는 다음에 가져오란다. 이어서 작은 며느리. 저번에 가져간 음식은 어떤지, 연거푸 마무리는 또 추위 얘기를 하신다. 꺼내든 종이에는 이름이 적혀있다. 하나하나 이름을 지운다. 주름진 손. 하지만 정갈한 글씨. 내가 맞닥뜨린 불편한 진실. 그저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한 고의였을 뿐.

우리는 가끔 알고 싶지 않은 진실과 맞닥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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