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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주원 Nov 21. 2023

밤빛

밤빛으로 갈아 만든 둥근달이 어여쁩니다. 모두가 저 달을 바라본다는 게 화가 나기도 하고 시기가 나기도 합니다.


당신, 가끔씩 이어도 좋으니 달 보며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눈물을 쏳아내도 좋고요. 활짝 웃거나 가만히 응시해도 좋습니다. 숨을 들이켜고 가슴으로 받아들여도 좋습니다. 달을 본다는 건 부끄러운 내가 칡흑에 숨어 당신에게 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메시지입니다. 파도처럼 사납지도 않고요. 바람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모래처럼 흘러내리지 않고요. 불처럼 뜨겁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 가끔은 밤빛에 고민을 갈아 달에 흘려보내길 바랍니다. 매일이 행복할 수 없겠지만 대체로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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