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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주원 Nov 22. 2023

언제 또 사라질지 모르는 오래된 것들

유독 오래된 풍경을 좋아합니다. 그 자리에 긴 긴 시간 머물던 것들은 특히 그늘의 깊이가 적막합니다. 깊게 헤진 담벼락의 낡은 벽돌과 녹슨 철길, 틈틈이 보이지 않았던 단어들이 눈에 보일 때쯤이면 괜스레 또 무언가가 그리워집니다. 본가에 있는 눈이 안 보이는 노견일 수도 있고요, 단골 술집의 낡은 나무 냄새 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오래된 친구의 시답잖은 농담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수술을 마친 아버지와 그 옆의 어머니일 수도 있고요. 지나 치고 잃어가는 서른 중턱에 이른 내게, 내 옆의 오래된 것들을 담담하게 간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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