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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Sep 26. 2022

아마존에 K-호미 팔 생각은 도대체 누가 했을까?

14 - 영주, 영주대장간

Do you know K-호미?

(출처:아마존 HOMI YOUNGJU Store)

BTS에서 시작해 기생충을 넘어 오징어게임까지 2022년은 누가뭐래도 K-컬처가 세계적 대세다. EPL 득점왕, 에미상 6관왕 등 이제 웬만한 일로는 주모를 부르기도 힘들어진 K-시대가 도래하기까지 수많은 K-아이템들이 주목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의외의 아이템이었던 K-호미의 등장이었다. K-호미는 세계 최대 커머스 기업 아마존에서 가드닝 카테고리 TOP10에 등극하며 엄청난 화제를 끌었다. K-호미의 아버지인 석노기 장인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그 장인정신을 인정받아 '백년소공인'에도 선정되며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표 장인이 되기도 했다. 혜성같이 등장한 K-호미는 어디서 와서 어떻게 지금의 K-호미가 될 수 있었던 걸까.


평생을 대장장이로 살아온 최고장인 석노기

(출처:아마존 HOMI YOUNGJU Store)

석노기 장인은 대장장이 일에 한평생을 바친 것으로 유명하다. 집안이 가난했던 석노기 장인은 국민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4살때부터 매형이 하는 노성대장간에 들어가서 무작정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여러 대장간을 돌며 기술을 배우고 악착같이 돈을 모아 이른 나이인 23살에는 영주대장간을 개업하고 영주에 정착했다. 단 5평으로 시작한 영주대장간이었지만 지금까지 매년 규모를 키워왔고 그곳에서 석노기 장인은 50년 가까운 세월을 대장장이로서 살고 있다.


“어린 나이에 꿈을 가졌어요. 비록 남들처럼 공부를 계속하지 못하지만 열심히 기술을 배우고 돈을 벌어 내 대장간을 갖자고 다짐했어요. 남들처럼 장가도 가고, 내 집을 마련하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대장장이로는 1등이 되자고 결심했어요. 그것이 내 꿈이었지요."

50년 장인 혼으로 만든 호미 아마존 대박, 공감


사실 석노기 장인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우리나라 최고의 대장장이로 알려져 있었다. 2008년 문화재청은 숭례문 복원 작업을 진행하며 기존 부재를 최대한 재사용하며 옛 방식 그대로 복원하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전국 최고의 목수, 석수, 대장간 장인들을 찾게 됐는데 이때 복원 작업에 참가한 우리나라 최고의 대장장이가 바로 석노기 장인이었다.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영주대장간에서 만들지 못하면 전국 어느 대장간에서도 제작하지 못한다”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명성을 얻었다. 대장장이로는 1등이 되고자 했던 그의 꿈이 어느 정도는 이뤄진 셈이었다.


아, 그래도 호미가 좋으면 뭐 얼마나 좋다고?

(출처 : 유튜브 tjpetronzio, One Seed, One World)

영주대장간의 호미는 화물차에 주로 쓰이는 판 스프링으로 제작한다. 판 스프링이란 차량 바닥에 부착해 충격을 흡수하는 쇳덩어리로 재질 자체가 단단하고 견고하다. 판스프링 재질의 특성은 영주 호미에도 그대로 이어져 단단하고 견고하게 제작된다.


영주대장간은 전통 방식으로만 제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초벌 메질(쇠를 두드리는 작업)만 기계로 하고 날을 세우는 작업이나 손잡이를 다는 작업까지 모든 나머지 작업은 손으로 진행한다. 세심하게 날 하나까지 꼼꼼히 작업하기에 일반 공장에서 찍어내는 호미들과는 그 정교함도 다르다.


영주대장간만의 단단함과 정교함을 내세운 호미는 미국에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미국에서는 가드닝을 할 때 보통 손삽을 사용했다. 사용하기 어려운 손삽 대신 ㄱ자로 꺾인데다가 한쪽 면에는 날카로운 날을 가진 호미는 손삽보다 그 사용성이 월등히 좋았다. 그덕에 미국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호미가 혁신적인 아이템으로 인식됐다.


사실 영주대장간의 호미는 아마존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기 전에도 우리나라 농부들 사이에서는 이미 명품 호미로 인식되고 있었다. 호미는 그 절묘한 각도가 생명이다. 영주대장간의 호미를 한번이라도 써본 농부들은 이 호미를 쓰면 팔이 안 아프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말이 전해지고 또 전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점점 더 많은 팬을 갖게 됐다. 그 덕분인지 한 철물점 사장님은 "영주대장간 표식만 있으면 '갓난아기가 팔아도 팔리는' 호미"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한때는 영주호미가 2,000원에 팔 때 중국산 호미가 하나에 600원이라는 값싼 가격을 앞세우는 바람에 어려운 시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한번 영주대장간 호미를 써본 사람들은 결국 다시 영주대장간 호미를 찾으면서 제품력 하나로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제는 그 제품력을 인정받아 이제는 아마존에서 하나에 약 3 만원(21.9달러)정도에 팔아도 연간 약 1만여 개의 호미를 세계 전역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근데 아마존에 호미 팔 생각은 누가 했을까?

(출처 : 아마존 YeongJu Homi)

호미가 아마존에서 잘 나간다는 소리를 처음 들었던 석노기 장인은 '아마존 강가에서 우리 호미를 많이 쓰나 보다' 생각할 정도로 커머스기업 아마존과는 크게 관계가 없었다. 그럼 석노기 장인이 직접 아마존을 통해서 판매한건 아니라는 소리인데 아마존에서 호미를 판 사람은 도대체 누구였을까. 그는 몇 인터뷰에서 '컴퓨터 잘하는 지인'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지인은 같은 영주에 위치한 인터넷 판매업체 '헬프팜'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신웅철 대표다.


영주 호미가 아마존에서 대박이 나는 과정을 보면 말 그대로 장인정신과 e커머스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석노기 장인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온라인을 활용한 판매를 고려하고 있었고 마침 영주대장간의 e커머스 진출을 제안하려던 신웅철 대표와 뜻이 맞아 e커머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신웅철 대표는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영주대장간 호미의 장점을 알 수 있도록 아마존뿐만 아니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도 왜 좋은 호미인지에 대해서 스토리를 담아 소개한 적이 있다.


영주대장간 호미를 구매하시면 호미자루에 "영주스프링"이라고 적혀있다. 사실 영주대장간의 오리지날버젼이라고할 수 있다. 예전의 호미들은 자르기 쉬운 재질의 철로 호미를 생산하였다. 예전의 호미는 사용하다보면 닳아서 못쓰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영주대장간에서는 차량의 스프링을이용하여 호미를 만들고 있었다.

(...)

유독 영주대장간에서 만든 호미가 한번 호미를 사면 스프링으로 만들어서 오래사용한다는 것이 농사짓는 분들 사이에 소문이 났다. 그 다음부터는 호미를 구입할 때 스프링으로 만든 호미를 달라고 하였다.

그때부터 영주대장간 호미에는 "영주스프링"이라고 자루에 새겨서 생산을 하고 있다.

영주대장간 호미 손잡이에 '영주스프링'이라고 각인된 사연 中 (2019.04.04)


사실 아마존에서 처음 호미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10여 년이 넘었다. 석노기 장인의 제품력과 신웅철 대표의 노력 그리고 기다림이 더해진 결과 2018년 유튜브에서 호미를 다루는 동영상이 바이럴 되기 시작했고 드디어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며 아마존에서 대박이 난 것이었다.


K-호미가 한철 유행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아마존의 선택(Amazon's Choice)'에 선정되며 여전히 꾸준하게 판매되고 있다. 아마존의 선택이 되기 위해서는 구매 고객들의 후기가 좋아야 하며, 가격도 합리적이어야 하고, 즉시 배송이 가능해야 한다. 단단한 내공이 쌓인 K-호미는 직접 사용해본 고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이끌어 낼 수 있었아. 세계인의 호평 속에 이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캐나다 등 7개국에도 수출하고 미국 대형 유통업체 코스트코에서도 입점될 예정이다.


좋은 브랜드는 반드시 티가 나고, 언젠가는 알아주는 사람이 나타난다

(출처:Unsplash)

K-호미는 좋은 브랜드는 반드시 발견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석노기 장인은 국보1호 숭례문을 복원할 정도로 훌륭한 장인임에 틀림없었으나 지금처럼 일반인들까지 모두 알 정도의 전국적 명성을 가지진 않았다. 하지만 K-호미가 아마존의 핫템으로 등극하며 호미 한 번 쥐어본 적 없는 우리에게도 이제는 그의 존재가 익숙해졌다. 영주대장간의 석노기 장인은 갑자기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호미를 만든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가 이만큼 좋은 호미가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일 뿐이며 영주대장간의 K-호미 대박은 언젠가 어떻게든 올 것이 드디어 온 것일 뿐이다.


K-호미가 세계 곳곳으로 뻗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한평생을 대장간에 몸 바쳐 일을 해온 석노기 장인의 축적된 기술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를 잘 알아보고 아마존에서 호미를 판매하기로 했던 신웅철 대표의 몫도 분명히 있다. 신웅철 대표가 커머스 플랫폼인 아마존이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그 스토리와 함께 영주대장간의 호미를 올리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까지도 우리는 우리 호미의 우수성이나 석노기 장인의 장인정신을 알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K-호미가 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석노기 장인의 땀만큼이나 신웅철 대표의 노고도 들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K-호미처럼 좋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더 잘 알려지기 좋은 환경이 되고 있다. 풀필먼트 서비스가 점점 더 발전할수록 로컬 브랜드들의 e커머스 진출은 갈수록 더 쉬워진다. 덕분에 로컬 브랜드가 전국적으로 또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가느성이 커지고 있다. 물론 그만큼 경쟁의 강도가 더 강해진 것도 사실이고, 내공이 쌓이기 전에 큰 관심을 받는 브랜드에게는 이런 환경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탄탄하게 실력을 쌓아온 사람들에게는 지금의 환경이 반드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영주대장간의 석노기 장인과 이를 아마존에서 유통하며 대박을 낸 K-호미의 이야기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 로컬 시리즈

여는 말

로컬(=시골)에는 미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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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 K-호미 팔 생각은 도대체 누가 했을까? (영주, 영주대장간)


뉴 로컬 (신생 로컬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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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로컬 (해외 로컬 브랜드)

지역의 매력을 제일 잘 전달하는 세계 유일 로컬 편집숍 (일본 도쿄, 디앤디파트먼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독립서점 이야기 (프랑스 파리, 셰익스피어앤컴퍼니)

무인계산의 시대, 혹시 수다계산대는 들어봤어요? (네덜란드 베겔, 윰보)

졸라 겁대가리 없는 오트우유, 오틀리가 성공한 이유 (스웨덴 말뫼, 오틀리)

샌들에 양말 신는 나라에서 럭셔리 아이웨어가 나온다고?(독일 베를린, 마이키타)

로컬이 된 럭셔리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 (이탈리아 솔로메오, 브루넬로 쿠치넬리)

커피보다 총 얘기를 더 많이하는데 상장까지 한 커피회사 (미국 유타, 블랙 라이플 커피 컴퍼니)



참고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wX7ZjqjdULU&t=1639s

https://www.youtube.com/watch?v=4sROgdWfF8s

https://smartstore.naver.com/helpfarm/shoppingstory/detail?id=2000855689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17/2019021700588.html

https://gonggam.korea.kr/newsView.do?newsId=01JGMtmoUDGJM000\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710190933749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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