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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Dec 26. 2022

부산을 커피의 도시로 만들고 있는 그 카페

17 - 부산, 모모스커피

우리나라 커피의 도시는 어디일까

부산 해운대 (출처:Unsplash)

'우리나라 커피의 도시가 어디냐'라고 물었을 때 굉장히 재밌는 대답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당연히 강릉 아냐?'라는 답을 했고, 커피를 진지하게 마시는 한 사람은 '그건 옛날 말이고. 요새는 부산이지!'라는 대답을 기 때문이다.


강릉은 우리나라 커피 1세대들이 자리 잡은 명실상부한 커피의 도시이다. 우리나라 스페셜티 커피의 시초 테라로사를 비롯해서 우리나라 1호 바리스타 보헤미안 박이추까지 우리나라 커피 문화를 세웠다고도 할 수 있는 굵직한 전통의 이름들이 강릉에 존재한다. 게다가 2009년 시작된 강릉 커피 축제는 지방자치단체 중에는 최초로 개최된 커피축제이며 지금까지 매년 개최되고 있다. 그러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나라 커피의 도시로 강릉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부산은 떠오르는 커피의 도시이다. 부산에 테라로사나 박이추 커피 같은 오래되고 전통적인 이름은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 수입하는 커피류의 90% 이상이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고 있고, 부산에는 최근 커피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역시나 한국 최초의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 전주연 바리스타고 가장 주목받는 카페는 그가 일하는 모모스 커피다. 부산의 한 카페가 어떻게 세계 챔피언도 배출하고 또 부산이라는 큰 도시를 커피의 도시로까지 만들고 있는 걸까


커피계의 김연아, 바리스타 월드챔피언 전주연이 일하는 카페

전주연 바리스타 (출처 : WBC)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듯이 전주연 바리스타는 2019년 월드 커피 챔피언십 우승자다. 바리스타계의 월드컵이라고도 불리는 WBC(World Barista Championship)는 세계적인 스페셜티커피 협회인 SCAA와 SCAE가 공동설립한 WCE(World Coffee Events)가 개최하는 세계 대회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정받는 가장 큰 이벤트이다. 매년 50개국 이상의 국가대표 바리스타들이 모이는 이 대회를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바셋, 찰스 바빈스키 등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WBC 우승자를 배출한다는 건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 최고의 커피 수준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주연 바리스타의 우승을 보고 누군가는 "마치 김연아가 올림픽 금메달 딴 것 같다"라고 평할 정도로 그의 우승은 우리나라 커피 업계에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전주연 바리스타이 대회에서 커피의 탄수화물이 내는 단맛에 집중했다. 탄수화물이 풍부한 콜롬비아 라 팔마 엘투칸 농장의 시드라종을 공수해 48시간 락틱 퍼먼테이션(젖산 발효과정) 발효과정을 거친 커피를 대회에서 사용했다. 신선한 주제였던 커피의 탄수화물은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추출은 기계가 할 수 있어도 감정적인 부분은 사람의 몫이므로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심사위원들과 눈을 맞추기 위해 당시에는 금기처럼 여겨지던 커피바에 앉기도 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신 있게 자신의 커피 철학을 전달한 결과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근데 모모스가 전주연 바리스타 카페가 아니라고?

모모스커피 영도 로스터리&커피바 (출처:모모스커피 유튜브)

많은 사람들이 모모스커피를 전주연 바리스타가 창업해서 직접 운영하는 카페라고 생각한다. 이 곳에서 일하는 전주연 바리스타가 워낙 유명해졌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지만 전주연 바리스타가 모모스의 창업자는 아니다. 전주연 바리스타는 2007년 당시 대학생이었던 시절 파트타임으로 처음 모모스와 인연을 맺었고, 모모스커피의 창업자는 부산 스페셜티 커피시장을 개척한 이현기 대표다.


세계적인 명성의 대회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전주연 바리스타는 쉬운 길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폴 바셋같은 다른 우승자들처럼 독립해서 자기 이름을 내건 카페를 차리거나 혹은 커피업계 어느 업체에서든 광고모델로도 활동할 수 있었다. 단순히 수익만 놓고 봤을 때는 그쪽이 훨씬 더 크고 편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모모스에서 계속 일하는 전주연 바리스타를 신기하게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쉬운 길이 빤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전주연 바리스타가 모모스에 계속 남아 지금까지도 일할 수 있는 것은 WBC 우승 이전부터 오랫동안 이어진 전주연 바리스타와 모모스 이현기 대표의 인연 때문이다.


전주연 대표는 모모스커피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도움으로 월드 챔피언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모스 커피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2009년에 WBC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전주연 바리스타는 세계 무대를 꿈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꼭 WBC 무대에 서겠다는 그의 끈질긴 집념이 실제로 세계 대회 우승으로 이어지기까지 10년 동안 이현기 대표는 전주연 바리스타가 국내 대회 뿐만 아니라 해외 대회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대회 준비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년이 넘는 기업은 20년이 넘게 일한 직원이 있어야 해요 - 이현기 대표

모모스커피 이현기 대표 (출처:Made In Busan 유튜브)

우리나라 커피감정사가 소수에 불과하던 시절 최연소 커피감정사(큐그레이더)가 되며 이름을 알렸던 이현기 대표는 100년 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서 커피를 선택했다. 2007년 부산 온천장 골목에 4평 규모의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시작해서 지금의 모모스가 되기까지 이현기 대표는 사람들을 위해 투자했다.


이현기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10년이 넘는 기업은 10년이 넘게 일한 직원이 있어야 하고, 20년이 넘는 기업은 20년이 넘게 일한 직원이 있어야 해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말에는 굉장히 깊은 뜻이 담겨 있다. 20년이 넘는 기업에 20년이 넘게 일한 직원이 있으려면 급여나 복지 같은 외적 보상은 당연하고 일하는 곳에서 내가 인정받고 충분히 성장하고 있다는 내적보상도 충분히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열악한 커피 업계의 처우 속에서 모모스 커피의 대우는 굉장히 눈에 띈다. 모모스 커피는 초기 9개월간 적자를 내던 시절에도 알바 시급만큼은 당시 최저시급 3,480원의 두 배에 가까운 6,000원을 줬다. '직원 복지가 좋아지면 매출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는 정신에 따라 파격적인 복지를 계속 신설했고 이제는 3년에 한 번은 한 달 동안 쉬는 안식월, 주 5일제, 커피산지 해외연수 같은 커피업계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복지를 제공하는 회사가 됐다. 그 덕분에 퇴사가 잦은 커피업계의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모모스커피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5년 이상을 자랑한다. 업계평균에 따라 대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현기 대표가 파격에 가까운 복지를 하는 이유는 '모모스의 특별함은 직원들'이고 그 직원들이 가장 특별한 커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이현기 대표는 모모스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국내 최고 수준의 커피를 느끼고 최고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2009년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 5위에 입상한 이종훈 바리스타를 일반 바리스타의 2~3배에 달하는 급여와 숙소까지 제공하며 영입하기도 했다. 좋은 재료와 장비를 갖춘 모모스에서 국내 최고의 바리스타가 연구개발 인력으로 합류하면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커피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최고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직원들이 자기 만의 색깔을 낼 수 있도록 장려한 마침내 이뤄낸 결과가 이종훈 바리스타가 WBC 입상한 지 딱 10년이 되던 해 2019년 전주연 바리스타의 우승이다.


그가 오랜 세월 보여준 직원들에 대한 사랑 덕분에 이현기 대표가 '모모스의 특별함은 직원들'이라고 말하는 것도, 커피 업계에서 모모스가 '가장 들어가고 싶은 회사'로 손꼽히는 것도, 그리고 매장에서 고객들을 만나는 바리스타의 여유로운 미소도 모두 진짜임을 느낄 수 있다.


부산을 커피의 도시로 만들어 가고 있는 모모스

모모스커피 영도 로스터리&커피바 (출처:모모스커피 유튜브)

이제 부산은 더 이상 어묵만의 도시가 아니라 커피의 도시도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모모스 커피가 있다.


부산에는 부산 스페셜티 커피 연합인 BUS라는 모임이 있다. 생두가 배송될 때 도착항인 부산의 표기로 사용되는 BUS에 착안한 이름으로 2012년 모모스를 포함한 부산 내 주요 커피업체들이 소속되어 부산만의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만들었다. BUS는 커피계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CoE(Cup Of Excellence)에서 우승한 최고급 원두를 낙찰받아 나누기도 한다. 산지에서는 탁월하고 비싼 커피일수록 아무에게나 쉽게 판매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각각의 개별카페는 물량과 금액에 대한 부담 때문에 CoE 우승 커피를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BUS가 함께 힘을 합친 덕분에 더 좋고 다양한 원두들을 공수해서 부산의 스페셜티 커피 매니아들에게 세계 최고의 커피들을 선보일 수 있었다. 이런 BUS의 움직임은 프랜차이즈 커피의 홍수 속에서도 부산이 스페셜티 커피로 분명한 존재감을 내보일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부산은 스페셜티 커피가 발전하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국내 유통 생두의 90% 이상이 수입 유통되는 물류중심지이기에 상대적으로 소규모 커피회사들도 수입 창고를 쓰기 좋은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게다가 모모스를 비롯한 많은 카페들이 10년 전부터 꾸준한 노력이 더해진 결과 이제 부산은 부산만의 스페셜티 문화를 단단히 쌓아가고 있다. 다양한 노력들이 쌓여서 이제는 부산은 전주연 바리스타(2019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뿐만 아니라 추경하 바리스타(2021년 월드 컵 테이스터스 챔피언), 문헌관 바리스타(2022년 월드 컵 테이스터스 챔피언) 같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챔피언들을 셋이나 보유한 국내 유일의 도시가 됐다. 4평짜리 테이크아웃 매장이던 모모스 커피가 지금까지 부산에서 쌓아온 그 궤적이 부산을 새로운 커피의 도시로 이끌고 있다.


모모스커피는 21년 12월 부산 중에서도 가장 부산스러운 곳으로 평가받는 영도에 모모스 로스터리&커피바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원두 로스팅부터 포장, 보관의 전 과정을 직접 볼 수도 있고 모모스의 커피를 맛볼 수 있다. 하지만 모모스는 이곳이 단순히 모모스의 커피만을 즐기는 곳뿐만 아니라 부산의 로컬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부산을 기반으로한 다양한 로컬 작가들과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 토박이들이 부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쌓아온 다양하고 오랜 노력 덕분에 부산은 새로운 커피 도시로, 모모스는 그 중심에서 주목받는 카페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에서 모모스가 강릉의 테라로사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혹은 모모스만의 색깔로 어떻게 테라로사보다 더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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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9043018273077879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700&key=20190508.99099003586

https://www.mk.co.kr/news/economy/9380914

https://www.busan.go.kr/news/totalnews01/view?dataNo=56970

http://www.haninsociety.com/3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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