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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꺅뿡 Feb 04. 2022

이렇게 순하면 애 열명도 키우겠다!

신입엄마 육아일기 - 1

책으로 육아를 배운 엄마는 첫 아이의 하나하나가 모두 신기했다. 첫 아이의 영아기를 기억하라면 아직도 영상 필름이 돌아가고 장면 장면이 모자이크 작품처럼 생생하다. 


명장면 1. 게슴츠레 한 눈을 껌벅이다가 미소 짓기


아기의 웃는 얼굴은 그 자체로 천사이다. 물론 육아가 힘들어지면 자는 모습이 더 천사이지만 말이다. 첫 아이의 웃는 모습 중에서도 자다 일어나 게슴츠레한 눈을 껌벅대다가 미소 짓는 그 어색한 웃음이 보기 좋았다. 그 웃는 얼굴이 예뻐서 때론 겨우 잠든 아기를 살며시 깨워보고, 그래서 선잠 깬 아기가 웃기는커녕 울까 말까 망설이는 표정이면 얼른 토닥거려 재우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잘 웃는 이 아이를 모두들 순하다고 하였다.


특히 순둥이로 낙인찍힌 날은 딸아이의 첫 돌 때이다. 첫 돌 일주일 전인가 아이는 배앓이를 해서 며칠 동안 음식을 절제해야만 했다. 동네 아줌마들의 도움으로 상을 차리고 출장사진까지 찍기로 했는데... 다행히 전날 완쾌되었고, 상도 차리고, 사진기사까지 왔는데 정작 주인공은 곤히 잠이 들어버렸다. 며칠 동안 제대로 못 먹고 못 잤던 터라 바로 깨우기가 안쓰러웠다. 기다리다가 더는 지체할 수 없어 깨우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별아, 아직 졸리지? 졸려도 잘 일어나네."


    "예쁜 한복 입고 사진 찍어야지?"


    "아이고, 예쁜 한별이는 자다 일어나도 울지를 않아요"


선잠에서 깬 한별이는 엄마뿐 아니라 동네 아줌마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설레발치며 어르는 통에 울 타이밍을 놓쳤다. 그리곤 게슴츠레 한 눈을 껌벅이며 내가 좋아하는 그 어색한 미소로 화답했다.


    "이런 순둥이가 있나."


    "이렇게 순하면 애 열명도 키우겠다!"


그 게슴츠레 한 미소 덕에 한별이는 순둥이가 되었다. 그리고 난 육아가 힘들어도 딱히 힘들다는 말을 꺼낼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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