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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꺅뿡 Feb 07. 2022

앉아서 기는 아기

신입엄마 육아일기 - 2

명장면 2. 창의적인 ‘앉아서 기기’

 

아이들은 발달한다. 발달을 소개하는 책을 보면 영아의 운동기능이 어떻게 발달하는지 발달의 순서와 평균 개월 수를 적어 놓곤 한다. 엎드려 고개 들기, 뒤집기, 앉기, 잡고 서기, 기기, 그러다 돌 무렵 걷는 것이 보통이다. 실제 딸아이의 발달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그간 책으로 배웠던 발달과정 이해와는 천지 차이였다. 더 이상 책에서 배운 건조한 지식이 아니었다. 이 땅에 내 아이 한 명만 있고, 내 아이 한 명만 뒤집고 앉고 서는 단계를 거치는 것처럼 소중하고 기뻤다.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 임을 실감하며 고백하였다.


책의 한계는 그뿐 만이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교과서와 달라 초보 엄마를 당황하게 한 딸은 운동기능 발달과정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통상 배밀이를 하다가 두 팔과 두 다리로 기는 것이 정상인데 이 딸내미는 배밀이를 하지 않는다. 동네에 또래들이 많으니 아줌마들이 모이면 자기 아이들의 발달상태를 보고하지 않겠는가.


    "우리 아이 벌써 혼자 앉아서 잘 논다우."

    "우리 앤 다리 힘이 얼마나 센지 자꾸 서 있어. 다리가 휠까봐 주저앉히잖아."

    "기기 시작하니 바닥 물건 치우고 깨끗하게 청소해야 해서 힘들어."


동네 아이들이 ‘두 팔과 두 다리로 기어 다니며’ 기동력을 자랑하는데 딸내미는 배밀이도 안 하니 할 말이 없다. 딱히 걱정하지는 않지만 이건 또 뭔가 싶다.


한별이는 창의적인가봐. 앉다가 바로 걸을 모양이야. 기어 다닐 조짐이 없네. 엄마의 창의적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던 걸까. 딸내미는 기존의 기어 다니기를 거부하고 창의적인 ‘앉아서 기기’를 선보였다. 팔다리를 이용하지 않고 앉아서 엉덩이를 밀고 다닌다. 노를 젓듯 한쪽 다리를 뻗쳤다 오므렸다 하면서. 며칠 연습하더니 놀라운 속도감으로 자신의 기동력을 자랑했다. 동네 아줌마들이 신기해했다. 발달 교과서에도 소개하지 않는 유형의 ‘앉아서 기기’라니, 참 창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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