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엄마 육아일기 - 3
명장면 3. ‘이거 놀이’와 첫 단어
뼛속까지 선생이었을까, 아님 세상을 가르쳐주고 싶은 엄마 마음이었을까. 업기보다는 딸내미를 안고 1인 2역의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대화거리가 떨어지면 집안을 돌아다니며 ‘이거 놀이’를 했다. 거실의 어항을 맴돌기도 하고 부엌과 방을 오가면서.
"이거는 어항, 이거는 물고기. 이거는 냉장고, 이거는 쌀통. 이거는 책상, 이거는 컴퓨터."
"이거는 엄마 안경,
(아기 손을 이끌어 나를 토닥거리게 하며) 이거는 엄마,
그리고 (내가 아기를 토닥거리며) 너는 엄마 딸 한별이."
‘이거 놀이’는 종종 내게 생긴 새 이름 ‘엄마’를 연습하는 놀이가 되기도 했다.
내 입으로 말할 때의 그 어색함, 그리고 그 어색함보다 훨씬 깊은, 가슴 깊은 곳에서 몰려오는 벅찬 감동이 있었다. 낯선 이름에 익숙해지려고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다, 나는 엄마, 나는 엄마. 그래서 ‘이거 놀이’는 진한 감동으로 마칠 때가 많았다.
아이의 첫 단어는 무얼까. 나를 엄마라고 자칭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되면서, 아이의 첫 단어에 관심이 갔다. 세상과 소통하는 딸내미의 첫 단어는 무엇이 될지 기대되었다.
‘엄마’와 비슷한 발음은 모두 엄마라고 우길 심산이었다. ‘ㅁ’ 발음의 불명확한 소리는 ‘엄마’라 좋아하였고, ‘ㅂ’ 발음의 소리는 ‘아빠’라고 해석하면서 명확하게 발음할 첫 단어를 기다렸다.
명확한 첫 단어는 엄마도, 맘마도, 아빠도 아니었다.
"이거!!!!!!"
‘엄마’라는 감동의 단어를 기대했는데 ‘이거’라니. 아무래도 ‘이거 놀이’의 영향이었나 보다. 딸내미의 ‘이거’는 세상의 사람과 소통하는 요긴한 단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