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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도슨트 Mar 03. 2023

클림트, 황금사과나무

돈을 부르는 황금사과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황금사과나무>

1903



  나무에 풍성하게 달린 황금 열매는 에덴동산의 사과를 연상하게 만듭니다. 바라보기만 해도 풍요로움을 한 가득 전해주는 이 작품은 ‘황금의 화가’로 불리는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황금사과나무Golden Apple Tree입니다. 싱그러운 초록 대지와 황금사과를 아주 잘 표현한 작품인데요. 그림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하셨나요? 나무를 나무색이 아닌 회색빛으로 표현하였습니다. 클림트는 나무를 회색톤으로 표현하면서 초록빛 속의 황금사과를 더욱 돋보이도록 연출한 것이지요.     


  결실을 상징하는 사과는 예로부터 집안에 재물을 들이는 과일로 불리었습니다. 사과는 집안에 복을 가져다주고 행운과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빨간사과는 재물, 열정, 결실을 초록사과는 재물, 생명, 성장을 황금사과는 재물, 명예, 권력을 상징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클림트의 ‘황금사과나무’가 더욱 풍성하게 부를 가져다주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이유는 ‘황금색’ 때문입니다. 황금색은 색상 스펙트럼에서 인간의 눈이 가장 먼저 인식하는 컬러로 ‘빛의 탄생’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부(富)를 상징하는 컬러입니다.      


  르네상스 시대 예술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우피치 미술관에는 특별한 제단화가 있습니다. ‘성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천상 옥좌에 앉으신 성모자 제단화’는 성인 외 공간은 황금색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중세 교회에서의 황금색은 성스러움과 믿음을 상징하며 성화와 성전의 중요한 부분을 황금색으로 표현하였습니다. 태초의 하느님은 빛을 먼저 만드시고 빛은 태양을 상징합니다. 태양왕 루이14세는 베르사유궁전을 온통 금으로 치장하여 자신의 부와 권력을 과시하였습니다. 중국에서는 황제가 금색으로 장식된 곤룡포를 입었으며, 황제만이 금색 옷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중국에서는 귀빈을 맞이할 때 금색 카펫을 이용하였습니다. 잉카인들은 ‘태양의 분비물’이라고 황금색을 불렀으며, 왕의 신성함과 권력을 황금색으로 표현했습니다. 오랜 인류역사를 되돌아 보면 금과 황금색은 신과 왕, 귀족의 컬러였고 일반시민들에게는 사용할수도 가질수도 없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금과 황금색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우리는 결혼, 돌잔치 등 중요한 예식에 금을 예물로 선택합니다. 변하지 않는 금의 특성과 황금색의 금빛 찬란함이 부와 행운을 가져도 주는 것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왕관, 트로피, 훈장 등에 황금색을 사용하는 것은 명예를 상징하고, 황금색은 빛, 태양, 지혜, 최고, 부를 상징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오만 원권의 색상도 황금색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금과 황금색은 돈과 명예를 부르는 수단으로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습니다.      

 

  클림트의 <황금사과나무>를 다시 감상해 보실까요? 황금색은 최고의 부를 상징하며 더구나 결실을 상징하는 사과를 황금사과로 표현한 작품이니 이보다 더 좋은 의미를 담은 그림이 있을까요? 예술의 자유와 황금빛으로 아름다움의 절정은 표현한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그가 오늘날 최고의 화가 중 한 명으로 손 꼽히는 이유는 황홀한 황금빛 매력으로 사람들을 유혹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지요. 풍성한 부를 가득 담은 클림트의 <황금사과나무>는 1945년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친위대가 퇴각하며 불타버려 이 그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황금빛 사과가 회색으로 보이는 흑백사진이 남아 컬러로 재현된 작품입니다. 아마도 클림트의 <황금사과나무> 그림이 유실된 이유는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영원한 부는 없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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