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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 Jul 05. 2018

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

- 잭슨홍의 사물탐구놀이



"한 손에 잡히던 사과가 이렇게 커졌어요!" 일상 속의 평범한 사물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어린이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서울시립 북서울 미술관에서 열리는 <잭슨홍의 사물탐구놀이 ‘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가 그것인데요. 연필, 자, 비행기, 로봇 등 여러 가지 사물을 탐구하는 과정이 하나의 놀이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즐거움이 가득한 전시회 현장 속으로 함께 떠나보실까요?



북서울미술관은 2016년부터 ‘색’, ‘점·선·면’, ‘율동’ 등의 조형 개념을 주제로 어린이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조형에 대한 풍부한 접근을 시도하고자 미술과 디자인 언어 모두에 능통한 산업 디자이너 출신 작가 잭슨홍을 초대하여 어린이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전시회 풍경


"어린이 전시 작업은 일단 시각적 충격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보면서 이전에 보지 못한 것을 느끼고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디자이너 잭슨홍)" 자동차 디자이너 출신의 잭슨홍 작가는 사물을 디자인 영역 너머로 비틀고 변형하는 작업을 선보여왔습니다. 이번 어린이 전시에서는 설치작품 '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 '사과 동산' 등을 통해 일상의 사물뿐 아니라 공룡, 암모나이트 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를 함께 펼쳐 놓았습니다.

 


사과 동산의 모습


전시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약 1m 높이의 커다란 사과 모양의 조형물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른바 '사과 동산'인데요. 똑같은 모양과 크기의 사과이지만, 느낌과 분위기가 서로 판이하게 달라 보입니다. 와이어 구조, 파스텔, 색연필, 점묘, 수성펜, 동양화 붓 등 다양한 미술 기법으로 재해석된 사과의 모습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전시실에 비치된 워크북을 통해 이 사과 전시물과 관련된 문제를 풀어볼 수도 있습니다. 워크북 28페이지를 펼치면 ‘손으로 만지면 뭔가 묻어날 것 같은 사과는?'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질문들이 담겨있습니다. 


'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 !' 작품 모습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신작 '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는 갤러리와 복도에 걸쳐 펼쳐진 설치작품입니다. 연필과 지우개는 디자인을 할 때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도구입니다. 연필로 선을 긋고, 의도한 부분을 틀리면 지우개로 지우면 됩니다. 작가 잭슨홍은 지우개질을 두려워말라고 합니다. 더불어 지우는 행위를 지적하거나, 잘못되었다고 보는 시각을 자제해달라고 말합니다. 정해진 답은 없으며, 아이들이 생각하는 길로 잘 인도해주는 것이 이 전시를 잘 관람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합니다.


직접 타보기도 하고 내부 구조를 상상하도록 절반이 뚫려있는 알록달록 원색의 버스
투상법을 적용한 로보트, 바라보는 위치를 달리하면 대상도 그에 따라 조금씩 달라보인다.


디자이너들은 3차원 사물의 형태와 같이, 구조를 정확하게 나타내기 위해 도면을 그립니다. 사물을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면 사물의 새로운 부분을 알아갈 수 있습니다. 이 원리들은 어린이들이 배워야 하는 학습 내용이라기보다는 작가가 즐겁게 사물을 탐구하기 위한 과정처럼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제 2전시실 전경


사물놀이탐구는 제 2전시실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어린이들이 워크시트로 직접 문제를 풀어보는 작품 '문제 1', '문제 2', '문제 3'이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상상을 펼치며 인물들 사이의 규칙이나 이야기를 만들고, 자신만의 물건을 만들며, 전혀 연관되지 않는 것 같은 사물들을 연결해 추리하게 됩니다. '문제 3'에서는 사람의 발, 고양이의 머리, 공구를 든 손 등이 창문과 굴뚝으로 튀어나온 집 모형을 만날 수 있는데요. 이를 보면서 집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나만의 이야기를 꾸며보고 활동지에 적어볼 수 있습니다. 


작품 '문제 3'의 모습


사물을 낯설게 바라보는 일은 사실 재미있는 놀이와도 같습니다. 그래서 사물탐구놀이가 벌이지는 전시는 즐거운 놀이의 분위기를 띕니다. 사실 사물을 다시 바라보는 일은 작가보다 어린이들이 훨씬 능할지 모릅니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물을 바라보는 법을 제시하는 <잭슨홍의 사물탐구놀이: 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는 그런 맥락에서 미술과 디자인, 더 폭넓게는 예술의 기본 정신을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가 잭슨홍이 사과를 놀이처럼 탐구하며 상상한 결과이듯, 어른도 어린이들도 전시를 관람하며 작가의 탐구놀이를 이어받아 사물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잭슨홍의 사물탐구 놀이>는 오는 8월 19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 미술관에서 진행됩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밤 열 시까지 연장 개관합니다. 달리는 연필과 날아가는 지우개를 양손에 쥐고, 사물탐구놀이를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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