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저놈을 반드시 강제전학 보내겠어!

- 1화 : 학교 폭력 신고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체크할 점

by 송혜미

[학교 폭력 신고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체크할 점 :

학교폭력 심의를 받으려고 하는 목적에 대하여]


아이의 학교생활에 ‘학교폭력’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부모의 마음은 무너집니다.

누군가에게는 내일의 등교가 두렵고, 누군가에게는 내 자녀가 낯선 이름의 가해자로 호명되는 현실이 찾아옵니다. 그때 부모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학교폭력신고”입니다.


그러나 학교폭력신고의 끝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또 어디까지 한계가 있는지를 잘 아는 부모는 많지 않습니다.



= 기대와 현실의 간극 =


많은 학부모님들은 학교폭력심의에 회부가 되면 가해 학생에게 강력한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심의에 와서, 피해 학생 부모님들은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완전한 분리를 위해 가해 학생을 다른 학교로 보내달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사안들의 수위 상 실제로 가장 많이 내려지는 조치는 ‘서면사과’,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학교 봉사’ 등 비교적 가벼운 수준입니다. 해당 조치들은 처음일 경우에는 생활기록부에 기재도 되지 않죠.


강제전학이나 퇴학은 그야말로 지속적이고 심각한 폭력, 성폭력, 집단 따돌림 같은 중대한 사안에서만 제한적으로 결정됩니다. 그러한 사안은 전체 사안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에 강제전학의 절대적인 조치의 수는 많지 않습니다.


즉, 대개의 경우, 학교폭력심의는 단번에 상대방을 학교 밖으로 내보내는 절차가 아니라, 문제를 ‘공식화’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절차에 가깝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맞신고의 그림자 =


또 다른 현실은 맞신고입니다.

피해 학생 측이 심의를 요청하면, 가해 학생 측이 “우리 아이도 피해자였다”거나 “쌍방이었다”는 주장을 하며 맞신고를 하는 사례가 흔합니다.


피해 학생은 내가 신고를 하면, 가해 학생이 “내가 너무 잘못했다, 다 인정한다.”라고 사과하거나 전부 인정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맞신고를 하다니 너무하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사실 이미 공식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어느 한쪽이 주장하는 경우, 사과를 하려던 상대방도 사과가 공식적 절차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과는 더 멀어지게 됩니다. 결국, 이렇게 되면 사건은 단순한 피해·가해 구도를 벗어나 쌍방 심의로 번지고, 오히려 피해자 측이 절차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경우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 그럼에도 학폭심의가 필요한 이유 =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그럼 변호사라더니, 심의위원이라더니 학교폭력신고 하지 말라는 거냐?

무조건 참으라는 거냐?라고 하실 수 있는데 그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학폭심의를 거쳐야 할까요?


첫째, 사건이 기록됩니다.

교육청 차원의 공식 판단이 남는다는 점은 이후 비슷한 사안이 반복되거나 형사 절차로 이어질 때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실제로 학교장 자체 종결 건이라고 피해나 가해 학생에 대한 신고가 있었던 부분은 심의 과정에서 심의 위원들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째, 피해 사실이 ‘공적’으로 인정됩니다.

비록 가벼운 조치라도 절차를 통해 피해자가 보호받아야 할 존재였음이 명확히 확인됩니다.

피해 학생이 피해 학생이다,라는 기록이 생기는 거죠. 나의 피해가 나의 공허한 주장이 아니고, 나를 알지 못하는 심의위원회에서도 인정을 했다고 확인받을 때, 아이의 심리적 회복에 큰 힘이 됩니다.


셋째, 학교 차원의 보호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가해 학생에게 접근금지를 부과하거나 담임·학교가 관리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피해 학생이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보복금지인 2호 조치가 병과 되거나, 조치처분으로 내려지면 해당 학년에서 반 교체가 곧바로 이루어지지는 않겠으나, 이를 근거로 졸업 시까지 웬만하면 같은 반으로 배정할 확률이 낮아집니다. 이를 학교에서도 고려하는 거죠. 강제력은 없어서도요.



= 나는 피해자니까 강제전학만을 원한다면 =


강제전학은 학부모님들이 가장 바라는 조치일 수 있습니다.

내 아이가 피해로 고통스러워하고, 이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가해 학생을 아예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싶으실 것입니다.


저도 '와, 이건 강제전학이 되어야겠다.'는 사건이 있고, 실제로 강제전학이 전혀 안 내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런 사안은 형사적으로도 우리가 범죄라고 느껴지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내려집니다. 따라서 만약 폭언이나 장난 중 수위가 낮은 단발성 폭행 등으로는 강제 전학이 목표라면 이를 이루시기는 어렵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이 부분이 타깃팅을 동반한 지속적이고, 악의적인 사건이어야 강제전학이 가능하고 누군가 ‘강제전학’ 조치를 받았다면 그건 정말 소위 “진짜 나쁜 행동”을 피해 학생에게 명백히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다시 말해, 학교폭력심의는 가해학생을 처벌해서 벌을 세게 주고, 강제전학을 보장하는 통로가 아니라 사건을 공적으로 드러내고 기록하는 학생들을 선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변호사로서, 부모로서 저는 상담을 오신 부모님들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학교폭력심의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먼저 분명히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단순히 사과를 원하신다면, 학교폭력심의 전에 소통을 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피해 사실의 공식 인정을 원하신다면, 학교폭력심의는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입니다.


그러나 강력한 징계를 원하신다면, 결과는 그렇지 않은 수위의 사건들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신고를 통해서 잃을 수 있는 점들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시작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심의는 가해 학생을 처벌하는 만능열쇠는 분명 아닙니다.

그러나 사건을 기록하고, 피해 사실을 인정받으며,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부모의 마음으로는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간절하겠지만, 법은 때로 작은 절차를 통해 더 큰 그림을 그립니다. 학교폭력심의는 그 첫걸음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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